슬금슬금 선풍기를 찾게 되는 날씨가 됐다. 여름 이불을 찾는 순간 깨달은 것은 작년에 제대로 된 여름 이불을 사지 못했다는 것. 임시방편으로 리넨 블랭킷을 꺼내 덮고 자면서 ‘그래, 굳이 사지 말고 이걸로 올여름을 나보자’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여름 이불을 사야 할 것 같다.

보웰에서 발견한 워싱 퀼트 누비 이불.
여름 이불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한여름에도 이불은 꼭 있어야 하는 체질인데,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 보니 온라인으로 구매하기가 망설여져 몇 곳의 이불 가게와 백화점 침구 코너를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본 것은 홑이불. 마 또는 리넨 등 다양한 소재의 홑이불은 시원함은 보장하지만 덮고 자다 보면 몸에 칭칭 휘감길 것 같았고 (임시방편 리넨 블랭킷이 그러했다) 내겐 너무 얇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최근 인견 이불도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브랜드 이불 가게에 들렀다. 할머니네서 본 것 같은 광이 나는 인견이 아닌 한층 부드러워지고 인견의 장점을 살린 이불이 많았다. 하지만 인견 특유의 번들거림과 물미역처럼 흘러내리는 촉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더 검색을 해보니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모달 중에서도 엠보싱이 있는 와플 조직 모달 이불이 유행이었다. 마침 백화점에 갈 일이 있어 살펴봤는데, 두께도 도톰하고 디자인도 좋았다. 하지만 공중으로 퍼지는 먼지를 보는 순간, 모달 이불을 세탁하고 나면 먼지가 가득하다는 인터넷 후기가 떠올랐다. 대체 무엇을 덮어야 하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보웰이라는 브랜드에서 패드 겸 이불로 사용 가능한 퀼트 누비 이불을 발견했다. 면 60수를 워싱한 제품으로 톡톡한 누비 조직이 여름에도 더울 것 같지 않고, 적당한 두께에 몸을 휘감지 않는 소재의 이불이었다. 때론 패드로, 스프레드로 활용할 수 있고 누비 이불이라 먼지 발생도 적다. 오프라인에서 볼 수 없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결제를 하고 제품을 받았는데 결과는 대만족! 정확히 내가 원했던 두께와 촉감, 소재 그리고 침실 분위기에 꼭 어울리는 베이지색이었다. 새벽녘마다 블랭킷을 끌어안고 자던 나는 이제 퀼트 누비 이불 안에서 숙면한다. 한 달 정도 나에게 맞는 여름 이불을 찾아 고생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여름 열대야도 두렵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덮었던 리넨 블랭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