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 않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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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 않은 미술

2020년 11월 20일

아주 사소하거나 버려진 재료를 활용한 작품 사조를 뜻하는 아르테 포베라가 정신적으로 점점 황폐해져가는 지금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Giuseppe Penone’s Germination (2017), Louvre Abu Dhabi Museum

 

Mario Merz, Igloo di Giap, 1968.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상심에 잠긴 요즈음, 안타깝게도 ‘아르테 포베라’를 이끈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가 서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르테 포베라는 가난한 예술을 뜻하는 말로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미술 운동이다. 버려진 재료와 연약하고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것을 활용한 작품, 우리가 흔히 미술관에 가서 ‘ 이런건 나도 할 수있지 않을까’라고생각하기 쉬운 그런 작품 말이다. 그런데 나도 할 수 있는데 내가 하지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고, 오래된 문화유산으로 가득 찬 국토에는 새로운 공장을 지을 여력도 없었다. 아르테 포베라는 경쟁에서 탈락한 쓸쓸한 심정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쓰레기를 모아 그래도 무언가를 만들며 다시금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그런거 해서 뭐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런건 작품도 아니야’라고 폄하할게 뻔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눈길을 끌기는커녕 미술관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작품이라는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작은 것들. 마치 어린아이들이 흙과 나뭇잎을 모아 소꿉장난을 하듯 작은 오브제에는 연금술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Giuseppe Penone, Idee di Pietra, documenta 13, 2012, Karlsaue in Kassel, Germany.

 

Shinro Otake, Benesse Museum, Naoshima, Japan

 

Michelangelo Pistoletto, Two less one colored, Abu Dbai Art Fair 

 

하지만 팝아트와 미니멀 아트의 세계적인 기세 속에 아르테 포베라는 그저 그런 미술 운동이 있었다는 몇줄의 기록 뒤로 오랫동안 묻혀져 있었다. 그러다 점차 아르테 포베라가 주목받는 조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말 문을 연 아부다비 루브르 미술관에있는나무, 아르테 포베라의 대표 작가 귀세 페페논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올해 로마 펜디 본사 앞에도 세워졌다. 산골 출신인 기세 페페논은 젊은 시절 나뭇가지 사이에 거대한 돌멩이를 올려놓는 실험을 한다. 몇년 후 다시 가본 자리, 나무는 돌멩이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 오히려 두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품고 양쪽으로 뻗어 자라고 있었다. 스스로 돌덩이를 치울 힘은 없지만 삶을 가로막는 거대한 짐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땅 시칠리아에는 한때 의사였다 예술가로 변신한 알베르토 부리의 대지 미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제는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화보 촬영 장소로 선택할 만큼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노인들만 사는 버려진 섬이었다가 예술의 섬으로 되살아난 일본 나오시마에도 야니스 쿠넬리스를 비롯해 다수의 아르테 포베라 작품이 있다. 아르테 포베라가 최근 들어 다시 존재를 드러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계가 등장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 계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SNS를 통해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요즘 시대는 인간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전쟁과 다름없다. 위대한 인물을 동상으로 세워 우러러보는 시대는 갔다. 까닭 모를 소외감에 빠져들 때 아르테 포베라 작품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가난한 상황을 숨기지 않고 도리어 드러내는 아르테 포베라의 예술이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간2020년 이후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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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이안아트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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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예술 쇼, 리 브룸

2020년 11월 19일

가구의 기능을 넘어 마치 예술 쇼를 보는 듯하다. 영국 디자이너 리 브룸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디자인부터 연출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번의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3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는 클래식 교향곡과 리 브룸의 마에스트로 체어가 어우러져 한 편의 웅장한 단편영화가 탄생했다.

 

조명과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영국 디자이너 리 브룸 Lee Broom은 고전과 현대를 조화롭게 섞어 격식은 갖추되, 유쾌함이 가미된 독창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는 조명과 가구 디자이너로 전향하기 전 연극과 패션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히 기반을 다져서일까. 그의 디자인은 어딘가 화려하면서도 극적이고,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조형미가 느껴진다. 일부 작품은 마치 패션 액세서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가 이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선보인 ‘마에스트로 Maestro 체어’는 보여지는 방식도 매우 독특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강한 울림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4분가량의 영상으로 화려한 론칭 쇼를 펼친 것. 3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하고 그 웅장함에 울렁이기도 했다. 앞으로 또 어떤 획기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마에스트로 체어는 프렌치 호른의 꼬임부와 바이올린의 실루엣 등 클래식 악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블랙과 그레이, 베이지, 레드, 블루, 그린, 황동, 금속 등 다양한 소재와 색감으로 출시되었다.

 

신제품 마에스트로 체어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가상 프레젠테이션으로 공개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평소처럼 신제품을 전시할 수 없었고 접근 방식을 달리 생각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그간 진행했던 역동적이고 독창적인 전시를 바탕으로 가상의 온라인 영상을 구상했다. 단편 필름을 만들면 디자인 쇼케이스나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시에 이런 시도가 나 자신에게도 실험적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단편영화 같기도 하고 웅장한 패션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연극과 패션에 몸담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가?

맞다. 연극과 패션 업계에서의 경험은 항상 내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몰입형 영상은 패션 산업이 한동안 해왔던 것이며, 디자인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온라인 라이브 쇼는 청중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3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새로운 의자에 앉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을 연주함으로써 연극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마에스트로 체어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달라. 연주자를 위해 디자인한 것인가?

음악가를 위해 만든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음악이란,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부터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작업의 방향을 알려주고 지시한다. 또한 프렌치 호른에서 볼 수 있는 황동의 꼬임부와 바이올린의 실루엣 등 악기의 형태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뉴욕의 링컨 센터 같은 미드센트리 콘서트홀을 좋아한다. 언젠가 그곳에서 필하모닉 연주를 보았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내가 만든 의자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 연주자들은 마에스트로 의자 덕분에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 개의 파트로 나뉜 영상 속의 연주곡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파트 1은 단순히 의자와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1분밖에 안 되지만 극적이고 우울한 감정을 담길 원했고 에드바르 그리그 Edvard Grieg의 ‘에어 Air’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파트 2는 낭만적이고 친숙한 곡으로 잘 알려진 드뷔시의 ‘클레르 드 룬 Clair de Lune’으로 뮤지션과 의자에 초점을 맞춰 악기의 형태와 의자의 유사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파트 3는 매우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만드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하이든의 ‘49th 심포니’가 피날레를 완성하기에 완벽했다. 빠른 속도뿐 아니라 빛과 음영으로 주변의 비주얼을 극대화시켰다. 하이든은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영상과 가장 잘 맞는 곡을 선택하기 위해 모든 곡을 들어보기도 했다.

 

한눈에 각인되는 강렬한 레드 컬러로 물들인 공간에서 마에스트로 체어와 리 브룸이 압도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파트 2가 시작되며 배경 뒤로 달이 떠오르고 파트 3은 불빛이 나는 LED판 위에서 연주를 한다. 이는 무엇을 상징하나?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 Paul Verlaine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클레어 드 룬’은 새들이 달의 슬프고 아름다운 빛에 영감을 받아 노래하는 음악이 가득한 곳으로 묘사된다. 이를 가상현실의 요소로 전달하고 싶었고, 오케스트라 단원들 뒤로 아름다운 역광의 달을 만들어 스토리를 강조하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더했다. 파트 3에서는 템포에 변화가 있고 이것이 시각적 이미지에 반영되기를 원했다. 뮤지션이 연주하고 있는 패널에 빨강과 검정, 흰색 등 생생한 비디오 디스플레이를 디자인했다. 최종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극적이며 클래식 음악이 지닌 일반적인 이미지와 어긋난 현대적인 스타일이다. 그리고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데이비드 린치 등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같은 초현실주의를 표현하고자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자인 업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를 몸소 느끼고 있나?

나의 작업 활동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시기다. 이 새로운 방식에 매우 빠르게 적응했고, 우리 모두 여전히 이전과 같은 속도로 일하고 있다. 올해 디자인 산업은 가구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밀라노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지만,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은 새로운 가상 작업 방식을 실험하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또한 일과 오락, 휴식을 위해 사람들이 집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알게 되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작품이 보여지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질 듯하다.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물론이다. 이 또한 좋은 현상이라 믿고 싶다. 우리는 디자이너이자 창조자이기 때문에 해마다 같은 형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는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길로 두뇌를 밀어붙이려면 자신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변화에 맞서 일할 수 없고, 그것을 받아드리고 함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새롭고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앞으로는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질 것 같다. 조명을 주로 선보여왔지만 작년부터는 가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의자 외에도 더 많은 가구가 출시될 예정이다. 참고로 신제품 마에스트로 체어의 영상은 리 브룸의 공식 홈페이지 www.leebroom.com 에서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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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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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나이트 프루티

2020년 11월 19일

유리 와인잔 말고 다른 특별한 와인잔을 찾던 중 발견한 세라믹숍 나이트 프루티. 버섯이나 달과 같은 자연의 형태나 색상에서 영감을 받아 일상의 오브제를 선보이는 나이트 프루티는 김소라 작가가 운영하는 세라믹 스튜디오이자 숍이다.

 

 

손으로 빚어 투박하지만 그 삐뚤빼뚤한 정형화되지 않은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특히나 눈독 들이고 있는 와인잔은 손으로 직접 그리는 페인팅으로 특성상 물감의 농도와 스케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일 수밖에 없는 특별함이 있다. 이외에도 탐나는 제품이 가득한데, 나이트 프루티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버섯 모양의 함과 조개 손잡이의 컵 또한 매번 솔드아웃이라 제품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과 시간을 들여 소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nightfruiti)에서 제품이 업데이트되는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나이트 프루티는 원하는 용도의 도자와 오브제를 만들어볼 수 있는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다음에는 직접 클래스에 참여해 꽃병을 만들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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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권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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