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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늘 자연을 꿈꾼다. 정원은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내민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3인의 작가, 저마다의 정원을 품고 사는
이들이 직접 그리고 쓴 정원에 대한 단상.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매일 아침마다 우렁차게 울어대던 매미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풀벌레 소리들만 정적을 깨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마당엔 화려함을 뽐내던 여름날의 꽃들이 어느덧 다 지고 그 자리에
벌개미취와 쑥부쟁이가 하나, 둘 고개를 쑥 내민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연보랏빛 벌개미취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8월부터 10월까지 오래도록 피고 지고 그렇게 기쁨을 주는.
이제 조금 있으면 들국화 향기 가득한 정원이 되겠지.
작년에 심은 구절초와 해죽이 올해에도 잘 피어주려나 걱정이 앞서고
조바심이 일기도 하지만 이런 기다림마저 감미로우니 정원일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호수공원 산책길에 코스모스가 하나, 둘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정겹다.
호숫가 옆 오솔길을 따라 핀 루드베키아는 또 어떻고!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꽃, 그 꽃말이 ‘영원한 행복’이라 하니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작년에 보았던 자리에 올해도 어김없이 오손도손
서로 의지하며 피어 있으니 그 모습이 높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벌써부터 들국화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것만 같다.
그래도 그 뜨겁던 여름의 날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아쉬운 까닭을 잘 모르겠다.
그야말로 가는 여름, 오는 가을이니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깊이 가을의 서정에 푹 빠져보리라 다짐해본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박상국·유승진 | 그림 호수공원의 벌개미취 2014. 8.
그림 작가 이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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