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기포의 자태

투명한 기포가 눈길을 끄는 오브제

투명한 기포가 눈길을 끄는 오브제

3월의 끝자락, 봄소풍 같은 차회를 다녀왔다.

 

 

소반을 만드는 양병용 작가의 아틀리에 반김 크래프트에서 진행한 차회로 우치다 요시코 선생의 도시락과 말차, 동백역 하얀집의 헤이즐넛 모나카로 구성된 두 시간가량의 일정이었다. 작은 온실에서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공방 내부로 들어가 반김 크래프트에서 셀렉트하고 판매하는 갖가지 소품을 구경했다. 소품 하나하나에서 섬세함과 정성이 느껴져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는데, 그중에서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은 유리병이 있어 소개한다. 금방이라도 보글거리며 기포가 올라올 것만 같은 생생한 물방울이 인상적인 이 유리병은 일본의 유리 공방 세이코샤 글라스 스튜디오 Seikosha Glass Studio의 나오야 아라카와 Naoya Arakawa 작가가 만든 것. 세이코샤는 1981년에 설립되어 용해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제작한 공방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해 무색의 투명한 글라스를 만들어낸다. 핸드 블로잉 기법을 중심으로 내열 다구부터 인테리어 오브제까지 다양한 유리 작업을 하고 있으며 40여 년간 일본의 유리공예를 선도해왔다고. 유리병 전면에 담긴 물방울 패턴도 아름다웠지만 부채꼴로 제작되어 안정적인 그립감과 물을 따르기 편리하도록 디자인한 물코로 비주얼만큼이나 사용성에도 신경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색깔이 있는 차나 주스 등을 따랐을 때 특히 그 생생한 기포가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악한 가격대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것 같다.

web seikosha-glass.com

CREDIT

에디터

TAGS
OVER THE BOUNDARY, MAGIS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마지스의 디자인 스토리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마지스의 디자인 스토리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부터 어린아이를 위한 위트 있는 가구 그리고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한 기능적인 디자인 세계까지, 작업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가구 브랜드 마지스 이야기.

 

토마스 헤더윅이 제작한 스펀 체어

 

이미 걸출한 가구 브랜드가 즐비했던 1976년 이탈리아에 새로운 가구 업체가 시작을 알렸다. 스틸 와이어와 복제품 가구를 판매하던한 영업 사원이 몇 명의 친구와 함께 세운 영세한 규모였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한 작디작은 회사가 레드 오션이었던 당시의 가구 시장 한복판에 겁 없이 뛰어든 것이다.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겠지만 어느덧 40여 년이 흐른 지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스펀 체어, 체어 원 등 수많은 대표작을 지닌 마지스 Magis의 이야기다. 과연 마지스는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마지스가 탄생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이탈리아는 새로운 재료와 기술에 대한 연구로 붐이 일었다. 이후 몇 십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되었는데, 특히 플라스틱을 활용한 가구와 소품을 주로 선보였다. 목재나 가죽 등 가구 제작에 자주 사용되었던 소재를 다루는 것에는 노하우가 곧 경쟁력이었지만, 비교적 신소재인 플라스틱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노하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했다.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밀라 체어.

 

이런 상황에서 마지스는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돌파구로 선택했다. 재스퍼 모리슨, 론 아라드, 콘스탄틴 그리치치, 로낭&에르완 부훌렉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적 감각과 아이디어, 독창적인 기술에 주목한 것이다. 개개인의 디자이너가 지닌 개성을 오 롯이 존중했던 마지스의 가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본격적으로 마지스를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로 발돋움시킨 것은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1999년에 출시한 금속 받침과 플라스틱 시트를 결합한 봄보 Bombo다. 단순하지만 미학적인 외관과 편안한 착석감을 지닌 봄보 스툴 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마지스를 알린 일등공신이었다. 바로 다음 해 출시한 재스퍼 모리슨의 에어 Air 의자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금속 틀에 넣은 플라스틱에 공기를 넣어 속이 텅 빈 형태로 제작된 이 의자는 당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플라스틱 사출 성형에서 발전된 생산 방식을 적용한 것 으로, 가벼운 것은 물론 원가 절감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동일한 재료로 부피를 키우는 방식인지라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무게도 훨씬 가벼워 사용하기에도 용이했다. 이후 3년 뒤 마지스는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함께 제작한 체어 원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마지스의 부흥기를 이끈 재스퍼 모리슨의 에어 체어.

 

2004년에 들어서면서 마지스는 또다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가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마지스 키즈라는 이름하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구를 세상에 내놓은 것. 에로 아르니오와 엔조 마리 등의 디자이너를 필두로 형형색색의 가벼운 의자, 보물을 숨겨놓을 수 있는 수납장, 가지고 놀거나 탈 수 있는 동물 오브제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구를 선보이며 여타 가구 브랜드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개척했다.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토템같은 형상을 한 스펀 체어 등 생활 영역을 넘어 예술 작품 같은 가구를 선보이는가 하면, 탄탄한 내구성을 지닌 아웃도어 가구와 사무실, 스튜디오 등에 적합한 기능성을 극대화한 오피시나 Officina, 뷰 로라마 Bureaurama 같은 컬렉션을 선보이며 경계를 허무는 예측 불가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둥근 형태의 일체형 암체어인 벨 체어는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것.

 

스테판 디에즈 Stefan Diez와 함께 지난 해 선보인 코스투메 Costume 컬렉션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모두 재활용 소재인 폴리프로필렌과 합성 소재를 최소화한 포켓 스프링을 사용해 환경까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사용자에게는 손쉽게 내장재와 커버를 변경할 수 있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선사한 것이다. 라틴어로 이상 Ideal이라는 의미가 담긴 마지스 Magis는 그 이름처럼 모든 이들이 이상처럼 바라는 완벽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로낭&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오피시나 가구 컬렉션은 작업실에 최적화된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론 아라드의 보이도 Voido 체어.

 

로낭&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오피시나 가구 컬렉션은 작업실에 최적화된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트래픽 라운지 체어는 건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얇은 금속 지지대가 특징이다.

 

스테판 디에즈의 코스투메 소파

 

디시 닥터 Dish Doctor

 

폴리 체어 Folly Chair

 

로 테이블 Low table

 

샘손 체어 Sam Son Chair

CREDIT

에디터

TAGS
순간의 표정

옥승철 작가의 매력적인 일러스트

옥승철 작가의 매력적인 일러스트

옥승철 작가의 일러스트를 처음 접하 건 아도이 Adoy의 앨범 커버를 통해서다.

 

 

갤러리 기체 옥승철(b.1988, KOREA), Broken Lens, 2020, Acrylic on canvas, 120×120cm

 

언뜻 보면 단순하고 만화의 한 장면 같아서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면 볼수록 옥승철 작가의 작품은 오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알 수 없는 순간의 표정을 짓고 있다.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놀란 건지 알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은 바라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강하게 대비되는 색감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얼굴의 비율도 대담하다. 옥승철 작가는 갤러리기체에서 첫 개인전인 <un original>을 가진 후 작년에는 같은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인 <JPEG SUPPLY>을 진행했고 작품 활동은 물론 브랜드와의 협업 등 최근 가장 ‘핫한’ 작가로도 손꼽힌다. 어릴 때 접했던 19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를 컴퓨터에서 조합해 재창작하는 ‘디지털 원본’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헬멧 Helmet(2017)’ 연작을 보면 독수리 오형제나 록맨, 사이버 포뮬러 등이 떠오르고 단발머리 소녀(어쩌면 소년)의 모습을 담은 ‘Matador(2017)’ 연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생각나게 한다. 특히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두상 작품도 선보였는데, 밈 효과의 의미가 담긴 작품은 의미를 알고 보면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옥승철 작가의 작품을 집으로 모셔올 날을 꿈꾸며 오늘도 아도이 LP를 꺼내본다

 

아도이의 LP 커버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