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여행

꾸밈없이 힘있게 그들만의 행보를 이어나가는 라이프모던서비스

꾸밈없이 힘있게 그들만의 행보를 이어나가는 라이프모던서비스

어떠한 꾸밈 없이 자신들의 있는 그대로의 감각과 철학을 담아낸 라이프모던서비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조용하고 힘있게 그들만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국적인 향으로 맞이하는 라이프모던서비스. 단출하지만 이색적인 제품으로 충분히 강렬하다.

 

아프리카 부족이 사용하던 스툴에 앉아있는 한덕희,손혜정부부.

빠르게 흘러가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취향과 스타일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선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비슷한 디자인과 트렌드를 입은 아이템 사이에서 다름을 명확히 보여주며 고유의 색을 지닌 디자인이 꽤 신선하고 흥미롭다. 라이프모던서비스는 지루함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아포테케 프라그란스 공식 유통원이자 비피도쿄, 엔즈앤드민스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 바시몽트를 운영하는 한덕희와 손혜정 부부가 오랜 시간 준비해 선보인 곳이다. “라이포모던서비스는 어떤 목표를 가진 브랜드와 숍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단순히 우리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이곳을 채우게 되었어요. 계속해서 저희들의 취향이자 취미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소개하며 제한된 이미지가 없는 브랜드로 이끌어가고 싶어요.”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한덕희 대표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의류 제작과 수입 유통 등을 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경험과 감각을 이곳에 투영한 듯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며 단순이 물건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활동보다는 온전히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완성한 것이다. 시끌한 도산공원 중심의 2층에 위치한 숍의 문을 여는 순간 이국적인 향과 고요함으로 휘감기며 잠시 다른 세계로 타임슬립한 듯하다. 무척 생소하고 이국적인 제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쓰던 스툴과 테이블, 사다리, 항아리, 목침 등은 일상에서 사용한 물건이지만 근사한 오브제처럼 보이는, 그런 제품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프리카 부족이 쓰던 목침이 마치 오브제같다.

 

한켠에는 조선시대 장과 핀란드에서 온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한 켠에는 1960년대 핀란드에서 온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뒤로는 조선시대의 장이 고귀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 현대작가의 그림이걸려있고 일본 장인이 염색한 블랭킷이 걸려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제품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시노그라피를 선보인다. “이런 것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거나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지도 않아요. 그게 저희가 가진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품 큐레이션은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해요. 물론 트렌드도 파악하고 여러 취향도 공존하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것은 근본과 진심입니다.” 라이프모던서비스는 대표 부부가 느낀 것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이런 물건들로 인해 부부의 취향이 만들어졌다고. 이곳은 늘 새로움과 다름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다음 이 공간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빈티지 러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가끔 딜러나 파트너에게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요. 그럴 때마다 자주 듣는 대답은 ‘선택은 너의 몫이야’예요. 같은 물건을 소개하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거죠. 이런 경험은 나의 취향을 갖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이 될 것이고 취향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나만의 방향성을 갖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이 있었구나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라이프모던서비스는 메말라 있는 감각과 영감의 사막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조용하고 그리고 단단하게 채워가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취향을 찾기도 하고, 신선함과 새로움도 즐겨보길.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3길 36, 2층
instagram @lifemodernservice

 

콘크리트로 간결하고 모던하게 완성한 리셉션 옆에는 아포테케 프라그란스의 향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체코 사람이 수집한 1980~90년대 네덜란드 야생화로 만든 하바리움.

 

일본 현대 작가의 포터리 오브제와 아프리카 부족민의 오브제가 동시대의 제품마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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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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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에 들어선 대규모 미디어&아트 밸리, 유플래닛

광명역에 들어선 대규모 미디어&아트 밸리, 유플래닛

광명역 바로 앞에 생긴 유플래닛은 아파트와 사무실, 호텔, 백화점, 공연장과 미디어 시설로 이뤄진 대규모의 미디어&아트 밸리다. 국내 최초의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아이벡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호르헤 마녜스 루비오의 ‘잔디 언덕’ ⓒTexture on Texture

 

홍승혜의 ‘날씨 걷기’ ©Texture on Texture

광명역 바로 앞에 생긴 유플래닛은 아파트와 사무실, 호텔, 백화점, 공연장과 미디어 시설로 이뤄진 대규모의 미디어&아트 밸리다. 국내 최초의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아이벡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축 예산의 1%이하 금액을 미술 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번에 오픈한 유플래닛은 단순히 예산에 맞춘 작품이 아니라 방문객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유플래닛으로의 여행>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 <벽화 프로젝트: 유니버스>라는 3개의 전시에 24팀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24점의 작품이 유플래닛을 장식했다. 건물 입구부터 옥상정원까지 설치작품과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아티스트 그라플렉스 Grafflex가 만든 115m에 달하는 대형 벽화와 미디어 작품은 컬러풀한 색채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기분을 한껏 달뜨게 만든다. 진정한 공공미술의 행보를 보여준 유플래닛을 방문한다면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web www.u-planet.co.kr

 

그라플렉스의 벽화와 미디어 월

 

랜디&카트린의 ‘숲’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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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의 거장 로사 로이×네오 라우흐

스페이스K 서울에서 만난 세계적인 부부 미술가 로사 로이와 네오 라우흐

스페이스K 서울에서 만난 세계적인 부부 미술가 로사 로이와 네오 라우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 미술가가 한국에 왔다. 독일 미술가 로사 로이와 네오 라우흐를 스페이스K 서울에서 만나 35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서로 주고받은 영감에 대해 물었다.

네오 라우흐의 작품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화풍이 특징이다. (왼쪽) ‘전환 Der Ubergang’, Oil on Canvas, 300×250cm, 2018년. (오른쪽) ‘밤의 수호자 Huter der Nacht’, Oil on Canvas, 300×250cm, 2014년.

 

로사 로이의 작품에는 주체적인 여성과 그녀의 자아가 등장한다. ‘아침 Morgen’, Casein on Canvas, 266×139cm, 2007년.

로사 로이 Rosa Loy와 네오 라우흐 Neo Rauch의 한국 전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작가 모두 작품성과 스타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미술 애호가 사이에서는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할 전시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 특히 네오 라우흐는 세계 최고의 갤러리 데이비드 즈위너 David Zwirner의 전속 작가로 인기가 어찌나 높은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작품을 소장하기 어렵다. 미술계에서도 특별한 VVIP만 소장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로사 로이는 여성 미술가이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지만 결코 남편에게 작품성이 뒤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라이프치히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신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계의 거장이기도 하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는 구상 회화가 강했던 동독과 추상회화가 돋보이는 서독의 화풍이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 라히프치히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뜻한다. 전통 회화이지만 추상적으로 화면을 구성한 그림인 셈이다. 라히프치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독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도시이며, 음악가 바그너, 바흐, 멘델스존, 말러가 활동했던 음악의 고장이다. 이제 이들 부부 덕분에 미술 도시로 새로운 명성을 더했다. 부부는 라이프치히에서 만났고 한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을 만큼 그곳을 사랑한다.  “이곳에는 신비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라이프치히에서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강과 마을을 보며 영감을 얻지요.” 두 사람은 종종 해외 출장을 떠나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전시는 이번이 5번째이며, 둘이 함께 그린 작품 ‘경계’를 선보일 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전시의 제목이 ‘경계에 핀 꽃 Flowers on the Border’인데,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 그린 작품의 제목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두작가의전시가열리고 있는 스페이스K 서울 전경.

 

네오 라우흐와 로사로이가핑퐁게임을하듯 번갈아 그린 사랑스러운 작품 ‘경계 Am Saum’. Pencil, Ink, Acrylic, Gouache on Paper, 39×53cm, 2018년.

“‘경계’는 마치 핑퐁게임을 하듯 서로 번갈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사람이 그림을 그려서 이야기를 전하면 뒤이어 또 그림을 그려서 답했습니다. 누가 어떤 부분을 그렸는지는 굳이 말씀 드리지는 않을게요.” 두 사람은 완성본의 흥미로움에 놀랐고, 앞으로도 계속 공동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시가 열리는 스페이스K는 환상적인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림을 한 점씩 들여다 보면 두 작가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로사 로이는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아 여성과 그녀의 자아를 중심으로 쌍둥이 같은 구상화를 그리며, 네오 라우흐는 꿈과 현실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그림이 특징이다. 로사 로이는 동독 출신으로 남녀평등이 엄격하게 실현된 사회주의 체제에서 성장했다. 오히려 독일이 통일되자 남녀차별을 느끼게 된 그녀는 작품을 통해 여성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것. “쌍둥이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림 속의 여성은 내 모습이자 친구이기도 하고, 나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지요. 여러 쌍으로 인물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혼자인 것보다 좋고 대화를 나누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로사 로이는 일반 물감이 아니라 카제인을 사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카제인은 우유 단백질 성분으로 만드는데, 이탈리아의 성당 벽화를 보고 반해서 수십년간 이를 사용하고 있다.

 

나란히 걸린 로사 로이의 그림 속 주인공이 우연히도 모두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부츠를 신고 있다. (왼쪽) ‘만유인력 Gravitation’, Casein on Canvas, 210×120cm, 2004년. (오른쪽) ‘팽이 Kreisel’, Casein on Canvas, 190×110cm, 1999년.

 

스페이스 K 서울에 가면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작품을 놓치면 안된다. 이번 전시에는 네오 라우흐가 아들에게 선물한 그림 ‘지도자 Der Furst’를 만날 수 있다. Oil on Canvas, 50×35cm, 2010년.

유화보다 더 빨리 마르고 냄새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일반 물감에 비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까다로운데, 그녀는 이러한 제작 과정을 자신이 개발한 연금술이라고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아크릴 물감과 달리 인위적이지 않고 신비로운 그녀의 그림을 직접 감상해보자. 네오 라우흐의 슬픈 어린 시절은 작품에 곧바로 투영되고 있는 듯하다.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 재학 중이던 그의 부모는 네오가 생후4주때 기차 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부모의 뒤를 이어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림 속 고뇌에 빠진 남자의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다. ‘밤의 수호자’에서 잠못 이루는 남자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아마도 자신과 부모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국제적인 스타 작가가 되었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30년 전에는 추상과 같은 유행하는 미술 경향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수평적 사고에서 벗어났지요. 1993년부터 대세를 신경 쓰지 않고 확고하게 나만의 화풍을 개척했습니다.” 네오 라우흐는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5m가 넘는 대작도 있을 정도로 박력이 넘친다. 거대한 그림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반면에 로사 로이는 큰 작품을 즐겨 그리는 편은 아니다. “회화는 끝났다(Painting is over)는 말이 있을 만큼 추상이 인기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만 하면 꿈을 구걸하는 사람이지만, 꿈을 꾸면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꿈을 전달하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네오는 그림은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단언한다. 로사 역시 인간은 8만 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온 만큼 그림은 마음과 눈, 뇌와 심장으로 읽을 수 있다고 예찬한다.

 

네오 라우흐의 그림은 거대한 캔버스에 숨어 있는 여러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베르그페스트 Bergfest’, Oil on Canvas, 300×250cm, 2010년.

 

로사 로이가 사용하는 카제인 물감의 투명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혹적인 그림 ‘의상 Kostum’, Casein on Canvas, 120×80cm, 2018년.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40년 전 커스튬 파티에서 만났다. 네오 라우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녹색으로 치장한 로사 로이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곧장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35년간의 결혼 생활중 25년간 스튜디오를 공유하며 주고받은 영감이 없을 수 없다. 그림을 그리다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할때 두 사람은 서로 조언해주고, 무의식적으로 교감을 나눈다. 두 사람은 격변하는 현대미술계의 증인이다. 네오가 태어났을 때 베를린 장벽이 생겼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에 그들의 아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격동의 시기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조용히 작품 활동에만 매진해왔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초보 미술 애호가의 자세에 대해 물었다. 로사는 판화처럼 가벼운 작품으로 컬렉션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네오는 전문가의 이야기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컬렉션의 시작이니 귀가 아니라 눈으로 보라는 것이다. “당신의 직관을 믿으세요. 첫인상이 좋다면 그것은 분명히 좋은 작품입니다.” 두 거장의 마음속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그림은 스페이스k 서울에서 2022년 1월 26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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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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