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해 두 번째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이다. 열네 살 모모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 하층민의 처절한 삶이 주된 내용이지만, 소설 속에서 모모는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고,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파리의 벨빌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리에서 아랍, 중국 등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개발이 가장 덜된 지역이기도 하다. 파리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파리에서 가장 핫한 스트리트 아트와 젊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지역이지만, 정부에서 적극 개입함으로써 과거의 실수를 줄이고자 하는 실험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220만 명이 사는 도시에 한 해 약 4,500만 명이 밀려드는 만큼 파리는 모든 지역이 관광지라 해도 무방하지만, 벨빌 지역은 여행객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참신하고 젊은 다양한 파리의 문화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 파리를 방문했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호텔 바벨을 추천한다. 호텔에 들어서면 바벨만을 위해 제작된 레몬, 카르다몸, 삼나무가 섞인 향이 느껴지고, 벨빌의 다양한 문화를 대변하듯 호텔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문화적 요소가 모두 느껴진다. 객실은 따스한 톤과 빈티지풍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레스토랑은 이주민 2세 셰프와 시리아 난민 출신이지만 티에리 막스 밑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가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 중동과 프랑스 요리가 조화롭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바벨은 ‘와글와글, 왁자지껄’이라는 뜻도 있지만, 히브리어로 신의 문을 뜻하기도 한다. 호텔 바벨에 머무는 이들은 호텔의 문을 열고 길을 나서면 모든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를 원한 신과 로맹 가리가 말하는 것처럼 노천 시장, 할랄 정육점과 예술가의 스튜디오, 유대교 회당, 아시안 슈퍼마켓의 소리가 뒤섞인 왁자지껄한 파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dd 3 Rue Lemon, 75020 Paris
web www.babel-hotels.com/en
instagram @babel.bellevi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