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위의 호텔

새롭게 리모델링한 일본의 시로이야 호텔

새롭게 리모델링한 일본의 시로이야 호텔

 

300년 역사를 품은 시로이야 호텔이 도시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는 이곳은 호텔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300년간 일본식 료칸으로 사용되었던 마에바시 부지에 1970년대에 지어진 시로이야 호텔이 2020년,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의 손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헤리티지 타워와 새롭게 지은 그린 타워 두동으로 나뉘며 푸른 잔디 언덕 위에자리한 외관이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Shinya Kigure

 

일본 혼슈 군마현 중앙부에 있는 마에바시의 도시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발한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 장장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새롭게 탄생한 이곳은 시로이야 호텔 Shiroiya Hotel이다. 3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일본식 여관인 료칸으로 운영되었던 부지에 자리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료칸에서 호텔로 진화하면서 소설가와 예술가 등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2008년, 경영 악화로 폐쇄된 시로이야 호텔은 지역 사업가 히토시 다나카 Hitoshi Tanaka가 도심 재활성화의 일환으로 일본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 Sou Fujimoto에게 재건축을 의뢰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호텔로 재탄생했다. 새 생명을 얻은 시로이야 호텔은 1970년대 지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헤리티지 타워와 푸른 언덕에 새롭게 지은 하얀 건물인 그린 타워의 두 개 동으로 나뉘어 설계되었다. ‘도시를 위한 거실’을 만들고자 했던 다나카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후지모토는 기존 건물인 헤리티지 타워에 미국 예술가 로렌스 와이너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외관을 활기차게 재구성했다. 내부에는 거대한 중앙 아트리움을 만들어 임팩트 있는 첫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호텔 로비의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운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대형 파이프 설치물 ‘라이팅 파이프’는 때에 따라 컬러를 입고 더욱 화려함을 뽐낸다. ©Shinya Kigure

 

 

호텔 로비의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운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대형 파이프 설치물 ‘라이팅 파이프’는 때에 따라 컬러를 입고 더욱 화려함을 뽐낸다. ©Shinya Kigure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을 연상케 하는 호텔 외관과 내부를 연결하는 계단. ©katsumasa Tanaka

 

특히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살린 아트리움은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 내부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또한 아르헨티나 예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 isible Cities>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대형 파이프 조명 설치 작품 ‘라이팅 파이프’가 더해져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트리움에서 경험한 놀라움은 헤리티지 타워의 객실에서도 이어진다. 1층에는 리셉션과 레스토랑, 라운지가 자리하며 18개의 객실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명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해 그들의 이름을 내건 4개의 특별한 객실을 경험할 수 있다. 객실 자체가 작품이 된 셈이다.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은 예술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포장 케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목제 패널로 둘러싸인 객실을 디자인했다. 특히 이 객실은 아트리움이 내려다보이는 대형 창문이 있어 내부에서도 아트리움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필요시 덧문을 닫아 완전히 사적인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어 프라이버시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객실이다. 이외에도 커튼이나 직물 대신 일본 전통 가옥의 지붕을 짓는 데 사용되는 작은 나무판  2000여 개로 벽면을 구성한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 데 루치 Michele de Lucchi의 객실과 시로이야 호텔을 총괄하는 후지모토가 디자인한 객실은 벽면부터 침대, 가구까지 온통 흰색으로 꾸미고 푸릇푸릇한 나뭇잎으로 포인트 장식을 더했다. ‘식물의 발아’를 컨셉트로 한 그의 아이디어처럼 마치 싹을 틔우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호텔 로비에 설치된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파이프 설치물은 그가 디자인한 객실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심플하지만 설치물 하나로 유니크한 객실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Shinya Kigure

 

 

바닥부터 벽면, 천장까지 일정한 목제 패널로 둘러싸여 아늑한 무드를 연출한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의 객실. ©Shinya Kigure

 

 

시로이야 호텔의 재건축을 총괄한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디자인한 객실. 식물이 더해져 한층 싱그럽다. ©Shinya Kigure

 

 

일본식 히노키 자쿠지로 하루의 피곤을 덜어낼 수 있는 욕실. ©Shinya Kigure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데 루치가 작은 나무판자를 활용해 벽면을 구성한 객실. ©Shinya Kigure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호텔 로비와 아트리움에 설치된 ‘라이팅 파이프’ 작품의 연장선으로 파이프 설치 작품을 객실에도 적용했다. 이외에도 군마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호텔 곳곳에 설치해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건물 외벽에 실제 잔디와 나무를 심어 독특함을 더한 그린 타워는 7개의 객실을 비롯해 핀란드식 사우나와 일본식 티룸, 제과점 및 카페 등이 자리한다. 시로이야 호텔은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인 ‘예술의 목적지’가 된다. 물과 녹지의 도시로도 불리는 마에바시의 비전을 반영하기 위해 호텔에 많은 양의 식물을 들여 외부의 자연이 내부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시로이야 호텔은 단순히 몸을 누이는 호텔의 역할을 넘어 예술과 건축, 디자인, 음식, 자연과 도시 경험을 통해 방문객들의 창의성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ADD 2-2-15 Honmachi, Maebashi-shi, Gunma

TEL 027 231 4618

WEB www.shiroiya.com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핀란드식 사우나. ©Shinya Kigure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데 루치가 작은 나무판자를 활용해 벽면을 구성한 객실. ©Shinya K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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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down in SCANDINAVIAN STYLE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느린 삶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느린 삶

상드라와 파트릭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을 했는데,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엑상프로방스에서 ‘느린 삶’을 살기로 했다. 집을 흰색과 나무를 사용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꾸몄다. 마침내 창작하고 디자인할 시간이 생겼다.

 

흰색과 밝은색 나무가 공간의 톤을 높여준다. 복도의 벤치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Soufiane Zarib. 그 위에 놓은 쿠션은 메종 드  바캉스 Maison de Vacances. 벤치 맞은편에는 상드라가 텍스타일 작품처럼 만든 에르메스 Hermès의 큰 스카프가 걸려 있다. 벽조명은 장그라 Zangra. 천장에 설치한 장식용 구조물은 파트릭이 만들었다. 안쪽의 부엌 가구는 흰색으로 맞춤 제작했다.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상드라와 파트릭 그리고 톰이 파트릭이 디자인한 메탈 계단에 모여 있다.

 

춥고 우울한 1월의 파리를 떠나 몇 시간만에 햇빛이 내리쬐는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한 순간을 어떻게 잊겠어요?” 상드라는 이것을 운명이라 느꼈다. 오래전부터 파트릭과 상드라는 다른곳에서 살고 싶었지만 정말 이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한 그날 아침, 상드라는 넓은 땅으로 둘러싸인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리노베이션 공사를 해야 하는 집이었다. “집 공사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의욕을 불러일으켰어요. 우리는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걸 좋아해요. 파트릭은 실내 건축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고 저는 ‘스토리텔링’에서 일하고 있기에 아이디어가 부족할 일은 없어요!” 그는 남편의 의견을 기다리지 않고 이 집을 결정했다. 남편 또한 분명히 동의할 테니까 말이다. 프로방스의 분위기를 잘 간직한 이집의 천장에는 원래 큼직한 들보가 가로질러 있었고, 바닥은 육각타일로 마감돼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부부는 각자의 서재가 있는데 파트릭은 책상을 자작나무로 제작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가구는 1950년대 빈티지. 책상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알랭 리샤르 Alain Richard의 빈티지 플로어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바닥은 지나 크리에이션 Gina Creation의 시멘트 타일로 마감했다. 태피스트리는 트리발리스트 Tribaliste. 테라스에 있는 검은색 의자는 이케아.

 

“매력적인 공간에서 재택근무하는 것이 꿈이에요.” 파트릭이 말했다.

 

파트릭은 주문 제작한 큰 수납장의 손잡이를 디자인했고, 상드라는 타부레를 제작했다. 테라코타 화분은 테르뒤쉬드Terredu Sud, 라 가르드 La Garde에서 구입. 바구니와 버드나무 배낭은 시장에서 우연히 구입했다. 포스터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바닥은 지나 크리에이션의 시멘트 타일로 마감했다.

 

“들보가 아무것도 지탱하지 않아 없애도 된다는걸 알고나서 기뻤어요.” 그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스칸디나비아의 간결함으로 남쪽의 햇빛을 머금도록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나무가구와 자연소재로 집을 꾸몄다. 이는 파리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집의 구조도 완전히 바꾸었는데 특히 거실을 아주 시원하게 오픈했다. 방수제를 입힌 콘크리트로 육각 타일을 덮어 모던한 느낌을 주었는데, 파트릭이 디자인한 메탈 계단과 잘 어울린다. 파리의 엄청난 교통체증에서 해방된 그들은 마침내 창작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을 통해 우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우리가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고 벽까지 디자인했어요. 침실에 제가 직접 디자인한 커다란 패턴을 그려넣었죠.” 상드라는 자신의 작업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했다. “이전에는 휴가를 자주 떠나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까 1년 내내 휴가를 온 것 같아요!”

 

파트릭이 디자인한 계단이 부엌을 가로지른다. 부엌 가구는 리폼 Reform. 벽 조명과 포스터, 선반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후추통은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가 알레시 Alessi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소금통은 무토 Muuto. 화분을 놓은 메탈 통은 파트릭이 디자인했다. 테라코타 화분은 lesho-p.com.

 

“파리 집에서 가져온 유일한 가구는 모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에요.”

 

카나페는 AMPM. 그 앞에 있는 한 쌍의 연결된 흰색 암체어는 마르세유의 오시 Aussih에서 구입. 세 번째 빈티지 암체어는 마리오 벨리니 Mario Bellini 디자인으로 B&B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수납장 위에 놓은 모노블록은 아눅 알베르티니 Anouk Albertini 디자인으로 아멜리 메종 다르 Amelie Maison d’art에서 구입. 그 위의 작품은 벵상 르로이 Vincent Leroy의 작품. 트래버틴 Travertine으로 만든 낮은 테이블은 슬랑시 Selency에서 구입. 노란색 컨테이너는 인디아 마흐다비 India Mahdavi. 종이 용은 프피 팡 Petit Pan. 태피스트리는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 The Socialite Family. 타부레는 인디아 마흐다비, 모노릭스 Monoprix에서 구입. 벽난로 옆에 있는 사람 모양의 이탈리아 도자 꽃병은 lesho-p.com.

 

 

침실과 현관 사이는 구분이 거의 없다. 벽에 건 그림은 파트릭의 작품. 벤치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쿠션은 메종 드 바캉스. 테이블과 꽃병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조명과 수납장은 AMPM.

 

 

욕실 벽에 붙인 에머리 Emery의 젤리주 Zellige 타일이 빛을 반사시킨다. 세면대와 수전은 masalledebain.com. 거울은 마르세유의 소피 페르야니 Sophie Ferjani. 벽 조명 ‘엘가 Elgar’는 사모드 Sammode. 태피스트리는 베누타 Benuta. 바닥에 있는 나무 화분은 pH7. 커튼은 카라반.

 

“마침내 창작하고 디자인할 시간이 생겼어요. 기쁜 마음으로 이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상드라는 게스트룸 침대 위에 ‘앙상블 Ensemble’이라고 이름 붙인 손 모양의 패턴을 그렸다. 상드라는 벽에 건 그림 액자도 직접 만들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침대보와 베개는 메종 드 바캉스. 암체어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낮은 테이블은 101 코펜하겐 101 Copenhagen. 펜던트 조명과 앞에 보이는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태피스트리는 베누타.

 

“이 집을 통해 우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우리가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고 디자인했어요.”

 

그늘이 적당히 지는 다이닝룸에서는 프로방스 지방의 서늘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테이블은 노르망디 Normandie의 벼룩시장에서 구입. 흔들의자는 이케아. 테라코타 화분과 두 가지 색의 화분은 lesho-p.com. 펜던트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CREDIT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스타일리스트

비르지니 뤼시-뒤보스크 Virginie Lucy-Dubo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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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everyone’s Wonderland

화려하게 변화시킨 서머 손튼의 과감한 디자인의 세계

화려하게 변화시킨 서머 손튼의 과감한 디자인의 세계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서머 손튼이 첫 번째 데커레이션 북의 출간 소식을 전해왔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드 고네의 벽지, 시간의 깊이를 고이 간직한 앤티크한 가구와 오브제 등을 활용해 시카고의 코업 레지던스를 기발하고 화려하게 변화시킨 그녀의 과감한 디자인 세계로 초대한다.

드 고네의 월 커버링 키소 마운틴 Kiso Mountains으로 독특한 거실을 연출했다. 가운데 놓인 브루티 세티 소파는 베이커 퍼니처. 펜던트 조명은 어번 일렉트릭의 코그, 앤티크한 벽 조명은 소아네 Soane의 헬리오스. 거실 한 켠에 놓인 사이드 테이블은 바우간 Vaughan의 에슬레스톤&테이블. 녹색 등받이와 케인 소재의 타르가 체어와 데 아우라의 핀 체어, 로손 페닝에서 구입한 조지 라운지 체어도 거실을 채우고 있다.

 

홈 오피스와 라운지, 서재의 기능을 겸하는 이곳은 잭 파인 컬러로 도장해 초록 계열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페인트는 벤자민 무어에서 구매. 빌트인 형태로 짠 책장과 CAI 디자인스에서 구입한 푹신한 슬리퍼 소파가 중심을 잡아준다. 황동과 유리로 제작한 스웨디시 비네타 샹들리에, 그 애로에는 마호가니를 소재로 한 라이어드 칵테일 테이블을 두었다. 도형적인 외관으로 재미를 준 로렌 마블 사이드 테이블과 옆에는 레더와 로즈우드로 제작한 페어 오브 스웨디시 알레 라운지 체어를 두었다. 공간 한 켠에는 니굴레 데스크와 범퍼 체어가 놓여 있다.

 

드넓은 미시간 호와 그를 따라 이어진 간선도로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시카고의 두 가지 명물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코업 Co-op 레지던스는 이전의 모습을 뒤로한 채 과감한 변신을 거쳤다. 때로는 스스로를 무모하다 말할 정도로 과감하고 자유로운 감각을 지닌 시카고 기반의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서머 손튼 Summer Thornton은 그녀가 변화시킨 이곳을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같이 환상이 도사린 곳이라 말한다. 손튼이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서 출간한 첫 번째 책 <Wonderland : Adventures in Decorating>을 통해 공개된 이곳에 대해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밖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내부에 구현하는 것. 그리고 내부의 각 공간 또한 각기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손튼은 과감한 컬러 팔레트를 집 안 곳곳에 들다. 가령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에는 굽이굽이 초록의 산등성이가 이어진 드 고네의 벽지 키소 마운틴을 발라 마치 산속에 자리한 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침실에는 엠보싱으로 표현된 보태니컬 패턴과 아늑함을 전하는 폼페이 레드 라즈베리 컬러의 파인애플 실크 다마스크 벽지를 도입했다.

 

코업 레지던스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인테리어 데커레이터이자 첫 책을 출간한 서머 손튼이 다이닝룸을 정돈하고 있다.

 

빈티지한 황동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짜임의 선반이 인상적인 다이닝룸. 황동으로 제작한 다리와 월넛 소재로 맞춤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케이라 우드 백 다이닝 체어가 놓여 있다. 울과 실크로 된 러그는 홀랜드&쉐리에서 구매. 수제로 제작된 벽지는 홀리 헌트에서 구매한 것.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차지하는 내벽의 색뿐 아니라, 공간의 면면에 자리하는 가구와 오브제에도 그녀의 자유로운 감각이 가감없이 발휘됐다. 앤티크와 클래식, 아르누보와 모던 그리고 빈티지. 각각 명확한 스타일을 지닌 가구들을 구태여 기존의 양식과 법칙을 따르지 않고 혼재시킨 결단은 손튼이 지닌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공간과 나의 책에서 한 가지 빼앗아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부디 대담해지세요. 트렌드나 올해의 핫한 색상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스타일을 찾아 그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의 집입니다. 당신만의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가운데 놓인 테이블은 1950년대 제작된 빈티지 리젠시 게임 테이블. 그 옆으로 금속으로 제작한 빈티지 기린 조각상이 있다. 강렬한 컬러의 데이베드는 맞춤 제작했고, 한쪽 벽면에 놓인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책상은 염소의 피부를 모티프로 한 것. 함께 놓인 로렌 체어는 히코리 체어에서 구매. 창을 사랑스러운 컬러로 가리는 커튼은 배터만스에서 맞춤 제작했다.

 

다이닝 공간의 모습. 보르도와 다크 올리브 컬러가 섞인 소파는 맞춤 제작한 것. 함께 놓인 사이드 테이블은 세루즈드 오크 사이드 테이블로 베른&베라에서 구매한 것.

 

욕실 옆에 마련된 파우더룸의 벽면은 새가 자유로운 날갯짓을 펼치는 구찌의 해론 벽지를 시공했고, 바닥은 나무와 황동이 적절하게 배합된 맞춤 타일로 마감했다. 파우더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벽면에 설치한 캐비닛은 카라케타 바이올레떼. 그 위에 설치한 이탤리언 콘케이브 거울은 1ST DIBS, 벽 조명은 어번 일렉트릭에서 구매한 게리손을 달았다. 창에 달린 플러리 커튼은 콘라드.

 

현관 로비에는 각 공간으로 향하는 아치형 입구가 있다. 중앙에는 광택이 나는 니켈과 라일락 유리로 된 어번 일렉트릭의 그레이포이 펜던트가 달려 있다. 정중앙에 놓인 테이블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세심한 장식이 돋보인다. 함께 놓인 화병도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것. 천장을 장식한 벽지는 구찌.

 

대리석 상판 아일랜드가 중심을 잡아주는 주방. 뒤쪽의 오븐은 모두 라꼬르뉴. 맞춤 제작한 캐비닛은 오크 소재로 제작됐다. 천장에 설치한 스탠포드 플러시 마운트와 오스카 세미 플러시마운트는 황동 소재로 제작된 것으로 모두 로만&윌리엄스 길드. 아일랜드 위에 올린 도마는 사우스 루프 로프트에서 구매. 옆에 놓인 화병은 스프라우트 홈.

 

마스터룸의 한 켠에는 알렉스카츠의 작품 ‘블랙 스카프’가 걸려 있다. 아래 깔린 울과 실크 혼방 러그는 패터슨 플린&마틴에서 구매한 것.

 

드 고네의 실크 파인애플 다마스크 벽지로 꾸민 마스터룸. 라즈베리를 연상시키는 컬러가 이곳에 한껏 사랑스러운 면모를 더한다. 중심에 놓인 침대는 주문 제작한 것으로 월넛과 황동 소재로 프레임을 제작했으며, 헤드보드는 로로피아나에서 구매한 것. 은은한 펄감이 느껴지는 스로와 베딩은 모두 이사벨라 듀벳. 침대 옆에는 프렌치 마호가니 소재의 나이트 스탠드를 설치했고, 헤드보드 위에 설치한 벽 장식은 CIRCA 라이팅에서 구매한 스튜디오 스윙 암벽 조명이다.

 

아이나 손님을 위해 마련한 방은 푸른색이 전하는 시원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특히 스톤 블루 컬러의 페인트로 빌트인 프레임은 이층 침대 같은 구조를 구현하는 위트는 물론, 수납까지도 놓치지 않은 점이 매력적이다. 옆에 놓인 플루 페트롤 컬러의 데이베드는 에르메스의 파바쥬 자카드 패브릭으로 맞춤 제작했다. 한층 진한 채도의 블루를 자랑하는 모로 사이드 테이블로 로손 페닝. 바닥에 깔린 다이아몬드 패턴의 러그는 스웨디시 위빙 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ABC 카펫. 푸른색과 대비를 이뤄 시선이 가는 책상은 라고몰프 디자인에서 맞춤 제작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는 폰타나 아르떼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토마스 루프 Thomas Loof

stylist

미케 텐 해브 Mieke Ten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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