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만큼이나 공간을 사랑하는 그린콜렉션의 원안나 대표가 직접 꾸민 이태원 아틀리에.

식물을 둘러볼 수 있는 라운지처럼 구성한 거실. 아이보리색 라운지 체어는 알프 스벤손 Alf Svensson 디자인의 60년대 빈티지 제품.
“완상 玩賞하는 자연을 추구해요. 스스로를 가든 디자이너나 플로리스트라고 명명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컬렉팅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앤어스와 앤더슨씨, 밍글스 청담 등 감각적인 공간에는 그린콜렉션의 식물이 함께한다. 원안나 대표는 정원 조경부터 실내 크고 작은 식물들까지 모두 제안한다. 주로 식물을 다루지만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가구와 조명, 공예품 등을 모은다. 그렇다 보니 자신만의 기준으로 ‘즐기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더욱이 일과 생활의 구분이 어려운 직업 특성상, 작업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던 그녀는 과감하게 쇼룸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식물 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그린콜렉션의 원안나 대표.
“식물과 화분이 자주 드나들고, 디스플레이도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작업하기 편한 환경을 찾았어요. 마당이 있는 이 집을 본 순간 이곳이다 싶었죠.” 이태원에 있는 이 빌라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발견의 기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여름 내내 나무와 돌 하나하나의 위치를 정하고 직접 심으며 지금의 정원을 완성했다. 내부도 두 달 동안 직접 손봤다. 정원과 연결된 작업실과 서재를 지나 안쪽으로는 넓은 거실이 펼쳐진다. 천장 높이까지 자란 크루시아, 잎이 돌돌 말린 모양의 바로크벤자민, 화려하게 만개한 동백나무 등 독특한 식물들이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다. 주거 공간이지만 고객을 만나는 곳이다 보니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생활감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거실을 식물과 꽃을 감상하는 라운지로 구성한 이유다.

암체어는 찰스 폴록 Charles Pollock 디자인의 60년대 빈티지 제품.
식물도 무늬와 질감에 따라 제각기 다른 초록빛을 낸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조명과 마감 디테일에 특히 신경 쓴 것이 특징. 나무 수형이 돋보이도록 새하얀 도화지처럼 페인트로 마감하고, 식물 색이 왜곡되지 않고 온전한 색을 보여줄 수 있게 조도를 맞췄다. 침실과 드레스룸은 거실과 맞닿아 있지만 프레임 형태의 문을 만들어 공간을 구분했다. 욕실에도 기존에 없던 가벽을 세워 프라이빗하게 구성해 고객의 부담감을 덜고자 한 배려가 느껴진다. 공간마다 직접 스케치하고 디자인하며 자연스레 자신의 취향을 알아갈 수 있었다.

천장 높이까지 자란 크루시아. 펜던트 조명 ‘에어리어50’은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아르떼미데 Artemide 빈티지 제품.

식물을 다듬는 작업실. 오픈형 선반 위를 수형이 아름다운 식물로 채웠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제 취향이 보이더라고요. 70년대 빈티지 가구와 조명, 그동안 모아온 공예품을 꺼내놓고 보니 동양 무드가 혼합된 이탤리언 집이 그려졌어요.”

만개한 동백나무와 함께 둔 장우철 작가의 사진.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의 경계를 오가듯 동양과 서양, 빈티지와 모던, 공예품과 기성품이 어우러지며 다양한 스타일이 조합된 그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비로소 그가 공간을 ‘즐기는’ 방법을 풀어낸 기분이다.

빈티지 화분과 공예품으로 어루어진 선반.
말 그대로 마음껏 일하고 싶어 마련한 공간인 만큼 앞으로 더 넓은 스펙트럼의 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4년 진행할 동백 전시를 위해 여름 동안 동백을 키울 거예요. 공예 작가들과 함께 나무에 꼭 맞는 화분부터 만들 겁니다. 화분 깊이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 맺히는 과정을 살피며 수형을 직접 다듬을 계획입니다. 정원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오랫동안 염원하던 일이라 벌써부터 기대가 되어요.” 사계절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뻗어나갈 원안나 대표의 정원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작업실. 작업대는 높이와 사이즈를 직접 스케치해 제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