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으로 힘을 준 영화가 있다. 영화 속 배경으로 자리 잡은 예술 작품을 보며 안목을 키우고 데커레이션 팁도 얻을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소개한다.
↑ <베스트 오퍼>에 나오는 예술 작품이 가득한 주인공의 방.
영화 <베스트 오퍼>에 등장하는 그림이 가득 걸린 방은 남자 주인공의 꿈의 방이다. 주인공 경매사가 오랜 세월 동안 모은 수 백여 점의 여성 초상화가 벽과 높은 천장 위에 가득 붙어 있다.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여인의 아름다운 대저택도 등장하는데 천장과 벽면은 부드럽게 연결되어 바로크 스타일의 벽화로 장식되어 있고 고전주의 양식의 화려한 조각, 그림, 가구가 즐비하다. 알고 보면 갤러리라는 말도 복도에 그림을 걸어놓은 귀족들의 건축양식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던가. 이런 집이 상상이나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어떨까? 다큐멘터리 영화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에 등장하는 집이 바로 그렇다. 고야, 마티스, 레제의 작품이 즐비한 이브 생 로랑의 집은 마치 옛 왕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소장품들로 컬렉터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술관에서 조심조심 봐야 할 작품들을 직접 가까이에 걸고 감상하며 살았다니! 예술과 함께했을 그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영화 속에는 그가 영감을 얻고자 들렀다는 여러 별장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마라케시에 있는 마조렐 별장이 압권이다. 패션은 물론이고 아트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로 강력 추천한다.
우리에게 좀 더 현실적인 인테리어 팁을 줄 수 있는 영화는 바로 한국 영화 <돈의 맛>. 상위 0.01%의 삶을 리얼하게 표현하게 위해 예술품에도 공을 들였다는 임상수 감독의 말대로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은 구색으로 갖다놓은 저렴한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홍승혜, 홍경택, 노재운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다. 특히 윤여정이 주로 머무는 공간에는 프랑스 작가 아르망의 악기 조각과 책의 글자로 치환한 진주알을 한 알 한 알 붙여가며 만든 고산금의 ‘무진기행’이 설치되었다. 집집마다 별도의 갤러리 공간을 가지기는 어렵겠지만 어떻게 그림을 걸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다양한 팁과 실제로 집에 작품을 걸어놓았을 때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도 잘 보여줬다. 이 집을 미술품 없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만 치장했다면 대한민국 최상위 부자라는 설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 작가 고산금이 진주알로 작업한 ‘무진기행’ 시리즈.
1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에서 레제의 작품을 경매장으로 옮기는 장면. 2 이브 생 로랑의 실제 집.
위의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미술품을 다시 생각해보자. 그림이 좋아 컬렉션과 아트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결국엔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이 주인공의 고급스러운 품격과 취향을 드러낸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레스토랑이나 카페, 호텔 등에서 미술품 전시를 겸한 갤러리형 카페와 호텔이 늘어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특히 고급 레스토랑일수록 화장실이나 구석진 복도에 그림을 걸어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공간을 살린 사례를 볼 수 있다.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레지던시 사무실을 운영하는 여성 사업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모든 공간의 인테리어를 반드시 예술품으로 마무리한다고 밝힌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술품을 통해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식 효과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닮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이 있었다면, 이젠 그의 스타일이 아니라 공간 연출을 따라 해보자.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