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수 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교토의 시간

신진수 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교토의 시간

신진수 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교토의 시간

연말 휴가를 교토에서 보냈다. 일본에서도 많은 도시 중 결정적으로 교토를 선택한 것은 오래된 가게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츠지와카나아미

츠지와카나아미.

 

트렌드를 좆는 공간이나 눈을 자극하는 화려한 요소 없이 묵묵하게 흘러가는 듯한 공간이 그리웠다. 아무래도 도쿄보다는 시간의 속도가 더딘 곳이니까. 역시나 교토에는 오래된 가게가 많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좋았던 곳을 생각해보니 세련된 아트앤사이언스 Art&Science나 최근 교토의 핫 스폿으로 떠오른 스타더스트 Stardust 같은 곳보다는 시간의 겹이 느껴지는 가게들이 떠올랐다.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끌렸던 가게 두 곳이 있다. 나이토 쇼텐 Naito Shoten은 1800년대 문을 연 청소 용품 가게로 호텔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 빗자루부터 작은 수세미까지 모두 직접 손으로 만드는데 수수하지만 모양새가 야무졌다. 종려나무로 만든 전복만 한 크기의 통통한 수세미 3개를 샀다. 두 번째로 좋았던 곳은 츠지와카나아미 Tujiwa-kanaami다. 나무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단상 양쪽에서 서로 마주보고 작업하는 이 가게의 2대와 3대 주인장을 만날 수 있다.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와 그를 쏙 닮은 아들은 커피 드리퍼부터 티 거름망, 채망, 석쇠 등 철로 만드는 다양한 망 제품을 만든다. 손으로 구리 철사를 꼬고 자르고 모양을 내는 손놀림은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만큼 감동적이다. 이번 여행 전 교토는 내게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로 기억되는 도시였지만 이제는 위안을 주는 도시가 됐다. 조용한 골목, 작은 가게에도 애정을 갖고 찾아가는 주민들 그리고 한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가게들.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면 된다고 내게 위로를 건넸다.

 

나이토쇼텐

나이토쇼텐.

 

교토 여행

나이토쇼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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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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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의 신혼집

11인의 신혼집

11인의 신혼집

하나씩 가구를 들이고 추억으로 차근차근 집을 완성해가는 11쌍의 신혼부부 집이 있다. 주변에만 가도 깨소금 냄새가 나는 그들의 신혼집을 살펴보자.

 

주방 인테리어

#취향존중

미술과 공예 강사를 하고 있는 결혼 6개월 차 새댁 김리원(@on._.riwon) 씨는 집 안을 골드 컬러의 소품과 가구로 꾸미고, 다양한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어 공간마다 색다른 느낌이다. 큰 거실은 화이트, 주방은 핑크, 작은 욕실은 블랙 등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서 꾸몄다. 주방은 핑크 타일이 주는 러블리함과 골드 세라믹 식탁이 주는 고급스러움이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세라믹 식탁은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긁힘 등의 손상이 적고 오염 물질이 잘 지워지는 장점이 있어 오래 쓰기 좋다.

 

 

인테리어 소품

#아이덴티티는컬러

작가로 활동 중인 지혜킴(@wisdomkimm) 씨는 ‘누가 봐도 우리 집’이라고 생각될 만큼 유니크한 신혼집을 만들고 싶었다. 집이란 주인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곳으로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컬러에 집중했다. “집이 완성되고 나서는 ‘재즈홈’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재즈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좇는 공간이 아니라 천천히 내 것을 찾으며 작품과 어우러지는 ‘색’다르고 ‘유니크’한 집이 되길 원해요.”

 

 

셀프 인테리어

#카페같은집

신혼 7개월 차 김민경(@203gate), 주재성 부부는 언제든 편하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거실을 원했다. 집에 있을 때 TV보다 책을 읽고 싶어 책장을 가까이 두었고, 밝은 컬러의 식탁을 원했지만 물건을 조심조심 쓰는 편이 아니라 오염에 강한 오블리크 테이블을 선택했다. 신혼은 대부분 작은 평수에서 시작하는데,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짐이 되지 않을지, 오래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마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실 소파

#신혼집은작업실

사진 편집일을 하는 디자이너 이지선(@ssun_____e) 씨는 집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신혼집을 원했다. 집 안은 월넛 계열의 원목을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 따뜻한 느낌이며, 블랙 스틸 소재의 가구와 소품을 매치해 모던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더했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기능을 겸하는 것을 원해 큰 소파로 거실을 분리했다.

 

 

원목 테이블

#여백의미

무채색이 주는 차분함이 좋아 톤 다운된 원목 가구나 소품으로 단정하게 신혼집을 꾸민 전경미(@bloom_35) 씨는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고 싶지 않아 소파를 과감히 없애는 대신 거실 한가운데 넓은 테이블을 두었다. “소파가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대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만족하고 있어요.” 핀터레스트와 인테리어 잡지 등을 참고해 과연 우리 집 분위기에 잘 어울릴지 고민한 뒤 제품을 구매한다.

 

 

신혼집 꾸미기

#휴양지처럼

곽은아(@kwak7320) 씨는 12년의 연애 기간 동안 동남아 섬으로 여행을 많이 갔는데, 그때 머물렀던 리조트를 보며 신혼집도 휴양지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다. 결혼 전부터 오랫동안 다양한 라탄 소품을 모았는데, 이것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심플한 가구를 선택했으며 내추럴한 소재의 제품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신혼집 인테리어

#가볍고군더더기없는집

‘레이디스홈’이라는 온라인 소품 마켓을 운영하는 마화영(@ladyshome_) 씨는 거실이 넓어 가족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이 많은데, 소파와 TV 대신 라운드 테이블과 장식장을 두어 가족실 공간으로 꾸몄다. “내추럴한 나무 가구와 모던한 가구, 소품을 믹스&매치하는 걸 좋아해요. 나무 가구에 철제 소품을 매치하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고, 한편으로는 따스한 느낌이 나요.”

 

 

미니모 디자인 아뜰리에

#작은홈갤러리

소품과 디자인한 그림을 판매하는 ‘미니모’ 디자인 아뜰리에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황민주(@mmmmminimo) 씨는 공간이 넓어 보이는 밝은 톤의 우드를 많이 사용했다. 가구나 소품도 색상을 통일해 안정감을 주었으며, 채도가 선명한 그림 작품을 걸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꾸미기

#인형월드

장세희(@blossom.hee) 씨는 결혼 전부터 귀여운 물건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결혼 후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 있을 만한 큰 사이즈의 인형으로 인테리어했다. 가구나 오브제를 선택하는 기준은 색감의 조합이다. 아무래도 장난감이 많다 보니 자칫 복잡하고 유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색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

 

 

빈티지 소품

#옛느낌그대로

오래된 물건을 사랑하는 문은정(@mm.203) 씨는 첫 신혼집으로 1962년에 지어진 주택을 선택했다. 거실 벽과 천장이 옛날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루바로 장식되었기 때문이다. 공간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공수한 빈티지 제품으로 장식했으며, 그 외의 소품 역시 오래된 느낌이 나는 것을 선택했다. “카페나 술집 같은 분위기가 나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보기에 좋아요. 특히 소파 대신 6인용 식탁을 놓은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집에서 지나치게 늘어지지 않고,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식탁 의자는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사지 않을 예정.

 

 

아레카 야자

#창밖의풍경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는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안송미(@ssongmiiiiii) 씨는 오래된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선택했는데, 시간의 흔적이 창밖 풍경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지향하게 됐다. 아직 아이가 없어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린다. 거실에 보이는 아레카 야자는 키우기 쉽고 잘 자라기 때문에 다소 허전한 공간에 두면 좋고, 대형 러그나 쿠션으로 변화를 주면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CREDIT

assistant editor

윤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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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예술의 성지

열정 예술의 성지

열정 예술의 성지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의 미술관에서부터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이으며 예술의 성지를 둘러봤다. 돈키호테처럼 무대포의 기질을 지닌 나라 스페인의 미술에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이글거린다.

 

리오하 와이너리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가 지은 구겐하임 미술관과 이를 오마주한 리오하 와이너리의 호텔 레스토랑.

 

과대망상적 믿음과 순진무구한 용맹함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한 기사 돈키호테의 모습은 스페인의 역사 그 자체다. 아름답고 거대한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가 하면,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찾아 세계인이 방문하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있다. 양극단이 공존하며 기이하고 색다른 역사가 섞여 있는 땅. 좋게 말하면 열정의 나라, 다르게 말하자면 돈키호테의 나라인 스페인의 미술 역시 그들의 그런 성향을 꼭 닮았다. 팔레트를 들고 있는 화가인 자신의 모습을 왕족보다 더 크고 멋지게 그려낸 화가 벨라스케스. 그의 작품 ‘시녀들’을 보기 위해 오늘도 프라도 미술관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빼곡히 줄을 서 있을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고 4년 후, 산티아고 기사단 훈장을 받게 되자 그는 이 작품을 다시 꺼내 가슴팍에 빨간 십자 훈장을 그렸다. 그야말로 돈키호테가 훈장을 받고 기사가 된 영예로운 순간이다. 또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여러 층에 나뉘어 전시된 고야의 그림을 시대 순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궁중 화가로 뽑히기 위해 귀족 취향의 그림을 그렸던 젊은 시절부터 정부를 고발하는 그림을 그렸던 중년의 시기 그리고 속세를 떠나 병마와 싸우며 악마가 등장하는 무서운 그림을 그린 귀머거리 노년의 시기까지, 과연 같은 작가의 그림인가 싶을 만큼 시기별로 다른 그의 작품은 인생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비록 왕족에게 매여 있지만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했던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정신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살바도르 달리에게 전해졌다. 평생을 자신이 천재라는 나르시시즘 속에 빠져 살았던 달리의 멋진 수염이 벨라스케스를 모방했다는 사실은 ‘시녀들’에 그려진 벨라스케스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한평생 제멋대로 살아온 피카소야말로 돈키호테의 모습을 꼭 닮았다. 글로벌 경제의 긴박한 경쟁 속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나선 또 다른 돈키호테는 바로 빌바오다. 패망한 조선업과 광산업으로 힘을 잃은 도시에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어보자는 허황된 아이디어를 극적으로 추진했다. 빌바오의 성공을 지켜본 근처의 포도밭 주인은 사업을 살릴 극단의 결정타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초청해 이색적인 호텔을 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리오하 와이너리의 호텔 레스토랑이다. 정말 스페인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한번에 둘러보기엔 너무 커서, 정작 가장 돈키호테다운 스페인의 예술가 가우디를 볼 수 있는 바르셀로나는 들러보지도 못했다. 다음에 다시 스페인을 둘러볼 기회를 남겨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을 곳, 스페인이기에!

 

살바로드 달리

벨라스케스의 콧수염을 모방한 살바로드 달리.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달리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품 역시 이곳에 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CREDIT

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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