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공장의 환골탈태

폐기물 공장의 환골탈태

폐기물 공장의 환골탈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쓰레기장과 폐기물 처리 공장이 멋진 기회의 땅으로 바뀌었다. 환상적이고 엄청난 이 프로젝트는 환경을 고려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개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스튜디오 나투랄리테르

호기심을 끄는 거대한 레진 조각상은 ‘프레센체 Presenze’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스튜디오 나투랄리테르 Naturaliter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으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은 자연을 상징한다.

 

달처럼 황량한 풍경 한가운데에 거대한 사람들이 몸을 반쯤 묻은 회색 땅속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그 주변에는 땅속으로 움푹 들어간 원형극장과 재로 뒤덮인 듯한 작은 골짜기가 있다. 수직 단면으로 잘린 듯한 몇몇 언덕 옆구리에는 소나무 관목과 몇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움푹 파인 땅속에 탑 모양의 창고들이 있고, 화려한 색으로 반짝이는 두 개의 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혁명적인 광경은 페치올리 Peccioli의 시장 렌조 마셀로니가 진행한 엄청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그는 20년도 더 전에 이 지역의 쓰레기장을 폐쇄하기보다 재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는 이미 분명했다. 터를 넓혀 정리하고 환경 규범에 따라 지역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치에타 벨베데레 Societa Belvedere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을 연합하는 것이었다.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혁명적이면서 특별한 모델이었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지역 주민들은 주주로서 매년 이 연합 체제에 따른 배당금을 받았다. 그리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매장할 때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온수와 난방을 무상으로 각 가정으로 제공했다. 또한 자연 풍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인 측면을 보면, 이들은 아트 프로젝트 시리즈를 개발했다. 두 개의 원형극장과 음악 아카데미를 세웠고, 연극 페스티벌‘페스티발데라 Festivaldera 2019’는 배우이자 연출자인 마르코 다모레가 아트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이탈리아 드라마 <고모라 Gomorra>에서 상징적인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이를 비롯해 도서관과 박물관, 댄스 공연 그리고 포도나무와 올리브 등 이 지역의 농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주민 5000여 명이 사는 토스카나의 역사적인 마을에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는 오늘날 성공적인 모델로 연구되고 인정받고 있으며, 쓰레기를 재활용한 ‘아트’라 할 만하다.

 

소치에타 벨베데레

소치에타 벨베데레가 영국의 조형 예술가 데이비드 트렘레트에게 2점의 컨템포러리 작품을 의뢰했다. 화려한 컬러가 황량한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변화하는 풍경. 처리된 쓰레기를 매장하기 위한 구덩이를 파기 전에 기하학자들이 지형도를 그린다. 땅을 개발한 뒤에 풍경이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고 나면 식물은 자연의 순환을 되찾는다.

 

데이비드 트렘레트

2개의 벽 중 하나는 길이가 120m가 넘는다. 영국의 조형 예술가 데이비드 트렘레트에게 의뢰해 기념비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풍경과 환상적인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놀라운 효과.

CREDIT

에디터

안 데스노-브레 Anne Desnos-Bre

포토그래퍼

뱅상 티베르 Vincent Thi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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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있는 미술관 3

바다가 있는 미술관 3

바다가 있는 미술관 3

바다가 있는 미술관 연재의 마지막 주인공은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감동을 선사하는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이 있는 리버풀 항구의 항만, 앨버트 독. ⓒ김영애

 

리버풀은 영국의 유명한 항구도시다. 미국으로 떠나는 타이타닉 호도 이곳에서 출항했다. 차, 담배, 비단, 새로운 모든 것을 싣고 온 항구는 대체 운송 수단이 발전하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점점 쇠퇴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틀즈가 탄생한 고향이기도 한 이곳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 리버풀의 재건 사업과 함께 대대적인 항구의 개편이 이루어졌고,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 역시 이때 문을 열었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준비 사업은 1988년에 완성되었다. 항만의 창고를 정비한 앨버트 독의 한쪽에 드디어 테이트 미술관의 북쪽 지점, 테이트 리버풀이 완성된 것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도리어 적당한 규모라 다리 아프지 않게 작품을 둘러볼 수 있고, 미술관에서는 창문을 통해 바닷가를 바라볼 수도 있다. 지층의 카페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등과 함께 영국 팝아트를 이끌었던 피터 블레이크의 만국기 작품이 걸려 있어 국제적인 도시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 비틀즈 박물관, 신식 건축물의 위용을 자랑하는 해양 박물관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한 카페와 기념품숍이 즐비하다. 여흥이 감도는 분위기 덕분에 세계의 그 어느 미술관보다 가볍고 신나는 마음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지금은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되었다.

한편 이곳에서 얼마 머지 않은 곳에, 그 어느 곳보다 숙연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리버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리버풀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2004년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곰리는 인적이 드문 근처의 바닷가를 작품의 전시 장소로 선택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수영은 불가능하고, 항상 끈적거리는 진흙으로 뒤덮인 모래사장을 말이다. 이 해변의 약 50m 반경에 띄엄띄엄 100여 점의 조각 작품을 세웠는데, 모두 작가의 신체를 캐스팅한 실물 크기의 인물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인물들은 전혀 미동도 없지만 바닷물이 차오르고 빠질 때마다 물에 푹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반만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가 된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외롭지 않은 동반자가 됐다. 본래 리버풀 비엔날레를 위한 임시 프로젝트로 1년간만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공공 조각으로 영구 설치되었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닷물과 접촉한 주철 조각의 피부에는 이끼가 잔뜩 껴 초록빛으로 변한 작품도 있고, 파도에 휩쓸리면서 휘어져 넘어진 것도 있다. 특히 해 질 무렵이면 외로운 인생길의 동반자를 만난 듯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이다. 미술에 대한 대단한 관심이나 열정 혹은 지식을 갖추고 방문하는 게 아니라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언제든 쉽게 들를 수 있는 예술이 있는 쉼터, 바로 바다가 있는 미술관의 매력이 아닐는지.

 

안토니 곰리

안토니 곰리, 어나더 플레이스, 2004. ⓒWikimedia

 

리버풀 뮤지엄

붉은 벽돌 건물 뒤로 보이는 하얀 건물은 새로 설립한 리버풀 뮤지엄. ⓒFlickr

CREDIT

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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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1950’s

Back to 1950’s

Back to 1950’s

온 사방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비건 피자 카페 ‘험블 피자’가 런던 킹스 로드에 오픈했다.

 

험블 피자

캔디 핑크 컬러로 단장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Child Studio

 

지난 5월, 런던 첼시 지역에 위치한 킹스 로드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픈한 피자 가게가 있다. 런던 기반의 인테리어 스튜디오 차일드 스튜디오 Child Studio가 디자인한 험블 피자 Humble Pizza는 1950년대 런던 웨스트엔드에 처음 등장해 유행을 몰고 온 포미카 카페 Formica Café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그 당시 첼시 킹스 로드는 영국의 팝 문화와 펑크 록 패션을 대표하며 롤링스톤스를 비롯한 수많은 음악가와 보헤미안이 즐겨 찾던 거리였다. 그러한 대표적인 거리에 포미카 카페는 모던한 라미네이트와 파스텔 톤으로 꾸민 커피와 간단한 스낵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였고, 포미카 카페의 등장과 함께 런던의 카페 문화가 활발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시대적 미감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 험블 피자다.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는 공간에 체리나무와 모자이크 타일, 네온사인, 미드센트리 빈티지 조명으로 분위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오픈 키친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신선한 채소를 사용한 맛있는 피자를 주 메뉴로 선보인다. 최근 런던에는 다양한 비건 음식점이 생겨나고 있기에 험블 피자의 오픈은 더욱 주목받을 듯하다. 험블 피자는 1950년대 런던의 아이코닉한 배경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독보적인 피자집이 아닐까 싶다.

add 342 King’s Road London, SW3 5UR

tel 020 7351 5505

web www.humblepizza.co.uk

 

런던 험블 피자

ⓒChild Studio

 

비건 피자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기와 가구 또한 핑크 컬러로 통일돼 있다. ⓒChild Studio

 

humble pizza

페퍼로니가 올라간 글루텐프리 피자. ⓒChild Studio

 

london humble pizza

핑크와 대조되는 그린 컬러와 강렬한 네온빛으로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했다. ⓒChild Studio

 

채식 피자

험블 피자

CREDIT

에디터

원지은

writer

조수민(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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