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투르체와 로마에서의 72시간

오래 기억될 이탈리아 로마

오래 기억될 이탈리아 로마

 

빌라 메디치의 새로운 역사를 계획하고 있는 샘 스투르체와 함께하는 로마 여행.

 

 

2020년 9월부터 로마의 프랑스 아카데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샘 스투르체 Sam Stourdze는 빌라 메디치에 있는 프랑스 아카데미와 빌라 메디치를 품은 도시, 로마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로마의 프랑스 아카데미 연구생으로 빌라 메디치에서 묵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 도시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탈리아 감독 펠리니의 팬으로 자신의 집을 그에게 헌정하기도 했던 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랑콩트르 다를 Rencontre d’Arles (해마다 여름에 프랑스 아를에서 열리는 사진 페스티벌)과 스위스 엘리제 Elysee 뮤지엄의 디렉터였던 그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이곳에 ‘나이스한’(그의 표현에 따르면) 변화를 주기 위해 로마로 돌아왔다. “로마의 프랑스 아카데미는 3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정받을 만한 훌륭한 장소로 자리 잡았어요. 저는 이곳에 신중하게 다이내믹한 느낌을 들이고 싶었어요.” 문화유산에서 벗어나 이곳이 지닌 정신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로마는 시대의 동요를 피해 본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요.”

 

빌라 메디치에 있는 로마의 프랑스 아카데미 디렉터 샘 스투르체. ©Daniele Molajoli

 

그는 빌라 메디치와 프랑스 아카데미 연구생들의 작업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임시 거주’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을 전공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에게 이곳을 개방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건물도 새롭게 손볼 계획이다. “가을에 프랑스 교육진흥위원회, 베탕쿠르 슐러 재단과 함께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하는 콩쿠르를 개최합니다. 렌트용 새 아파트를 디자인하고 꾸미기 위한 목적이죠.” 이와 함께 빌라 메디치의 역사적인 방과 응접실은 패션과 인테리어 분야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 새로운 역사를 쓸 계획이다. 그때까지 샘 스투르체는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확고부동한 도시에서 그가 좋아하는 곳을 우리에게 알려주면 되겠다.

WEB Villamedici.it

 

QUARTIER COPPEDE

 

로마 북동쪽에 있는 이 동네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마에서 아르누보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피아차 민치오에서는 아르누보의 이탈리아 버전으로 지어진 리버티 건물을 볼 수 있다. 그 앞에는 1924년에 만든 개구리 분수가 있다.
ADD Piazza Mincio

 

ANTICA LIBRERIA CASCIANELLI

 

 

나보나 광장 뒤에 있는 200년 된 오래된 부티크. 여기 주인이 발견한 오래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지만 물건마다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그림책이나 과학책, 소설책, 판화와 오래된 물건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한다.
ADD Largo Febo, 15

 

DA ENZO AL 29

 

 

트라스테베레 Trastevere의 보헤미안 지구에 있는 이 역사적인 식당에서 맛있는 요리를 맛보려면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식당에 도착하면 폴페테 델라 논나(할머니의 폴페테. 폴페테는 고기, 달걀, 빵으로 만드는 미트볼)를 주문할 것.
ADD Via dei Vascellari, 29
WEB daenzoal29.com

 

LA FONDAZIONE

 

 

2019년 19세기의 옛 극장에 라 폰다치오네가 들어섰다. 샘 스투르체에 의하면 “매우 컨템퍼러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곳은 역사적인 도시에 ‘우리 시대의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와 콘서트를 기획한다.
ADD Via Francesco Crispi, 18 WEB Facebook.com/lafond.roma

 

HUMANA VINTAGE

 

 

빈티지 애호가라면 반길 만한 소식. 로마는 빈티지 옷을 구입할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인데, 특히 후마나 빈티지는 로마에 세 곳의 지점을 운영한다.
ADD Via Cavour, 102. Via Tuscolana, 697. Corso
Vittorio Emanuele Ⅱ, 199-201
WEB Humanavintage.it

 

 

“세계화된 세상에서 로마는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어요.”

 

CENTRALE MONTEMARTINI

 

 

“오스티엔세 Ostiense 지구의 중심지에 자리한 이 건물은 인더스트리얼 건축물의 보기 드문 전형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세기 건축 유산과 고대 조각이 어우러져 근사하죠.” 샘 스투르체가 설명한다. 두 시대의 대비가 정말 놀랍다. 놓치지 말고 꼭 들를 것.
ADD Via Ostiense, 106 WEB Centralemontemartini.org/fr

 

1732년과 1762년 사이에 트레비 광장에 건축된 트레비 분수. 밤이 깊어서야 관광객들이 줄어든다.

 

빌라 메디치 정원

 

 

8헥타르에 이르는 정원은 8년 전에 에코책임지구로 지정되었다. 16세기의 배열에 따라 구성된 이 정원에서는 공작들과 계절에 따라 열리는 사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ADD Viale della Trinita dei Monti, 1
WEB Villamedici.it

 

GALERIE GAGOSIAN

 

 

화이트 큐브로 고안된 갤러리는 최근에 오픈했다. 로마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선보이는데 10월 말까지 프랑스 화가 발튀스 Balthus의 미망인인 세수코 클로소우스카 드 롤라 Setsuko Klossowska de Rola의 작품을 전시한다. 발튀스는 로마의 프랑스 아카데미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ADD Via Francesco Crispi, 16 WEB gagosian.com

 

HOTEL LOCARNO

“영화배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이 호텔 루프톱에서 칵테일을 마셔보세요.” 샘 스투르체가 알려준다. 전설적인 아르데코 호텔의 문을 넘어서자마자 셀리브리티로 가득한 이 호텔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ADD Via della Penna, 22 WEB Hotellocarno.com

 

AL GRAN SASSO

 

 

샘 스투르체가 ‘한눈에 반한’ 레스토랑.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의 여자와 결혼한 레스토랑 주인 주세페는 이 도시 최고의 카르보나라를 만들어요!” 테스트를 거쳐 인정받은 이곳 요리는 주세페의 부모님 고향인 이탈리아 아브루초 지방의 요리를 바탕으로 한다.
ADD Via di Ripetta, 32 WEB Algransasso.com

 

QUARTIER EUR

 

 

로마 남쪽에 있는 로마세계박람회(EUR) 지구는 무솔리니 독재 시대에 합리주의 스타일로 건립되었다. 특히 ‘사각형 콜로세움’이라 불리는 이 건축물 팔라초 델라 시빌타 Palazzo della Civilta는 1938년과 1940년 사이에 지어졌고 지금은 패션 하우스 펜디가 사용하고 있다.
ADD Quadrato della Concordia, 3

 

PASTICCERIA CINQUE LUNE

 

 

나보나 광장 뒤에 있는 이곳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단골이 많은 페이스트리숍이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 아니다. 1902년부터 만들어온 크림 스폴리아텔레와 피스타치오 스폴리아텔레를 맛볼 수 있다.
ADD Corso del Rinascimento, 89 WEB 5luneroma.it

 

LIBRERIA STENDHAL

 

 

로마의 마지막 프랑스 서점으로 1948년에 오픈했다. 10년간 이 서점에서 일한 마리-에브 벤투리노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생-루이-데-프랑세 교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곳은 로마에 관한 다양한 책을 판매한다.
ADD Piazza di S. Luigi dei Francesi, 23
WEB Libreriastendhal.

 

EGLISE SAINTLOUIS-DESFRANCAIS

 

 

이 교회는 장식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카라바치오의 벽화 세 점을 보려면 왼쪽의 다섯 번째 홀까지 걸어가야 한다. 1599년 생루이 교구는 이 교회의 작업이 끝을 보이지 않자 젊은 예술가 카라바치오에게 도움을 청해 제작을 마무리했다.
ADD Piazza di S. Luigidei Francesi
WEB Saintlouis-rome.net

 

LIBRERIA STENDHAL

 

 

로마의 마지막 프랑스 서점으로 1948년에 오픈했다. 10년간 이 서점에서 일한 마리-에브 벤투리노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생-루이-데-프랑세 교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곳은 로마에 관한 다양한 책을 판매한다.
ADD Piazza di S. Luigi dei Francesi, 23
WEB Libreriastendhal.com

CREDIT

editor

베랑제르 페로쇼 Berengere Perrocheau

photographer

루이즈 데노 Louise Des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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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2

지금 서울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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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거실로의 초대, 메종 아보아보
쿠튀르 의상을 소개하는 아보아보의 쇼룸은 마치 파리의 집처럼 편안하고 이국적이다.

 

실제로 사용하던 오래된 빈티지 기둥을 천장 높이에 맞게 잘라서 2층을 장식했다. 공간의 일부를 철거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겨두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분위기, 스타일 등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보아보 역시 이국적인 거실 같은 쇼룸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별한 날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쿠튀르 의상을 찾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아보아보의 옷은 몸이 아름답게 보이는 라인과 섬세한 장식 등 한아름 대표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단독주택 형태의 공간에 쇼룸 ‘메종 아보아보’를 오픈했다.

 

누군가의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아보아보의 입구.

 

철거부터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완성된 메종 아보아보는 파리에 있는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엘쎄드지 강정선 대표님을 소개받았어요. 원하는 쇼룸에 대한 막연한 느낌과 이미지는 갖고 있었지만, 대표님을 만나보니 그전까지 미팅을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거야!’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건 파리의 고급스러운 거실이었어요. 그곳에 앉아 있으면 퍼스널 쇼퍼가 와서 행어에 걸린 옷들을 보여주는 상상을 했죠. 어떻게 보면 막연할 수 있는 생각이었죠.” 한아름 대표가 쇼룸을 소개하며 말했다. 지하를 포함해 3개 층으로 이뤄진 메종 아보아보는 클래식한 대문을 지나 작은 정원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높은 천고의 장점을 살려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보치의 조명을 설치했다.

 

인더스트리얼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1층. 유리 수납장처럼 보이는 곳이 계산을 할 수 있는 카운터다. 포스 기계를 비롯한 기기류는 뒤편 거울장에 깔끔하게 수납했다.

 

작은 화장실이지만 감각적인 벽지와 대리석, 클래식한 가구로 꾸며 방처럼 느껴진다.

 

과하지 않게 페미닌하면서 클래식한 감성을 모던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호흡도 큰 역할을 했다. “원하는 느낌을 서로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선 대표님을 온전히 믿고 따라갈 수 있었어요(웃음). 그 결과 제가 추구하는 의상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정말 파리에 있는 거실 같은 쇼룸이 만들어졌어요.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빈티지 가구도 곳곳에 두었고요.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앤티크한 기둥도 길이만 잘라서 그대로 사용했어요. 또 안쪽에는 대리석과 타일을 사용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라운지도 만들었죠.”

 

방문객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

 

아치 형태의 벽과 오래된 아파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금색 창문 손잡이 그리고 세르주 무이의 벽 조명이 어우러진 피팅룸. 벨벳 소재의 핫 핑크 컬러의 커튼이 포인트의 한 수다.

 

한아름 대표의 말처럼 쇼룸 행어에 걸려 있는 옷을 제외하면 누군가의 집과 다름 없이 보인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천장에 설치한 보치의 28 시리즈 조명과 피팅룸을 장식한 세르주 무이의 벽 조명 그리고 카페 선반과 1층 카운터의 캐비닛을 장식한 빈티지 소품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곳이 의류숍인지 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집처럼 편안하지만 세련된 분위기 덕분에 방문객들도 아보아보의 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보아보의 옷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쇼룸 방문객들은 다른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듯한 설렘과 색다른 기분을 덤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감의 광장, 플라츠2
취향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 플라츠가 건설한 작은 도시 이야기.

 

플라츠의 첫인상인 기프트숍 로비 한 켠에는 아티스틱한 가구가 놓여 있다. 옆으로 보이는 나무 계단은 건물의 척추 역할을 하며 2, 3층의 전시 공간인 커런트와 지하의 언더그라운드로 연결된다.

 

A동 아파트먼트풀과 연결된 루프톱. 이곳에서는 성수동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광장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쉬기도 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또 다른 의미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장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성수동에 문을 연 이곳은 이러한 일관된 취향과 개성이 모인 성수동의 ‘광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츠2는 성수동을 기점으로 재즈바 포지티브라운지, 레스토랑 보이어, 카페 카페포제, 아러바우트, 그로서리 스토어 먼치스앤구디스 등을 운영하며, 이들이 모인 광장인 플라츠S를 전개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집단, 팀포지티브제로TPZ의 새로운 공간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제품과 브랜드, 숍을 모아둔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방문하는 이들이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의 역할을 한다.

 

복잡한 성수동에서 쉼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중정.

 

“그간 다양한 장르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얻는 새로운 태도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내보일 수 있어요. 특정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에는 다채로운 장소가 있지만, 특유의 비슷한 정서가 느껴지잖아요. 플라츠2도 하나의 도시처럼 플라츠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방문객이 여행하듯 스스로 느슨하게 경험하고 즐기면서요.” 팀포지티브제로의 의도는 공간 곳곳에 녹아 있다. 이곳은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A동에는 원오디너리맨션이 운영하는 아파트먼트풀이 위치한다. 빈티지 가구를 선보이는 원오디너리 맨션 역시 기존에 존재했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고객들한테 선보인다는 점에서 팀포지티브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B동은 팀포지티브제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상업 공간과 전시 공간, 향후 오픈 계획인 멤버십을 위한 플라츠 웍스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프트숍 로비, 가정식 레스토랑 야야호가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로비의 언더그라운드와 동시대의 이야기를 전시로 선보이는 커런트 공간이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전시. 조명과 가구 사이를 거니는 밤의 공원을 테마로 선보였다. ©TEAMPOSITIVEZERO

 

가정식 레스토랑 야야호는 천장에 걸린 잉고 마우러의 조명 이름에서 따왔다.

 

아파트먼트풀의 전시로 바우하우스부터 포스트모던 디자인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의 작품을 선보였다. ©APARTMENTFULL

 

플라츠2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플라츠 멤버와 오가는 소비자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플라츠 멤버십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터뷰 저널’을 통해 플라츠 피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공간과 소비로만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화해 나가는 게 중요해요. 이는 비단 우리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요즘 시대를 향유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기다움을 내세우고, 자기만 아는 브랜드를 찾고 경험하려고 하죠.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고립된 것도 오히려 경험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단순한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다양성을 품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60년 된 금은방의 변신, 어니언 광장
광장시장 입구에 문을 연 어니언은 재래시장과의 공존을 꾀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60년간 운영되던 금은방이 어니언 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주변 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테이핑을 한 플라스틱 의자와 스테인리스 철제 주방이 어우러져 누구나 편히 들어갈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이 완성됐다.

 

폐공장을 개조한 1호점 어니언 성수를 시작으로 우체국 공간의 일부를 활용한 2호점 어니언 미아, 한옥 개조 카페인 3호점 어니언 안국에 이어서 최근 어니언이 오픈한 곳은 1905년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에 카페 어니언이 생겼다니 가보기 전까지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었다.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의 남1문 입구에 오픈한 어니언 광장은 원래 60년 동안 운영하던 금은방이었다. 공간은 이번에도 그동안 카페 어니언을 디자인해온 듀오 디자이너인 패브리커가 맡았다. 분주하게 오픈 준비를 하는 이른 시간, 카페에서 패브리커의 김성조 공동대표를 만났다. “어니언 대표님을 비롯해 어니언 식구들과 얘기했던 것은 노스탤지어였어요. 시장 하면 바로 와닿는 단어가 노스탤지어잖아요. 그래서 공간도 최대한 시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 썼고요.” 김성조 공동 대표가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몇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픈 시간 전에 출근해서 파이도 만들고 내부 정리를 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어니언 광장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카페라기보다는 재생건축에 가깝다. 카페 어니언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 1~3호점 등 재생건축을 훌륭하게 선보여온 패브리커는 금은방 내부를 철거해 맨 얼굴이 드러나게 만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카페가 아니라 시장의 한 가게처럼 누구든 지나가다 불쑥 들어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파이를 구울 수 있는 주방과 커피를 내리는 공간,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몇 개의 플라스틱 의자를 두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광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어니언 간판 또한 감각적이다. 입구에 걸면 액운을 물리치고, 재물을 불러온다는 북어를 레진으로 만들어 매단 모습도 친근하다. 오픈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카페 때문에 주변 상인들과의 충돌은 없는지 궁금했다.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공사할 때부터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젊은 층의 시장 유입이 많이 생기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으신 것 같아요. 금은방을 운영하셨던 건물주분도 공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많은 힘이 되어주셨죠. 왠지 시장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지잖아요. 인심이 느껴지고요. 어니언 광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스트 바리스타로 어니언 광장의 오픈 팝업 이벤트를 진행한 김사홍 바리스타의 원두 이름 역시 노스탤지어다.

 

 

뿐만 아니라 어니언 광장에는 귀여운 요소가 가득하다. 은근 인기가 좋다는 테이프 소품을 비롯해 광장 페어링 가이드도 제공한다. 이곳의 커피 메뉴와 광장시장의 먹거리를 페어링한 가이드로, 예를 들면 빈대떡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떡볶이와 헤이즐넛 라테의 조합 등이다. 김성조 대표는 카페 어니언이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유행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가 생김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제 광장시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장보기나 먹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어니언 광장의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빈대떡과 김밥을 먹는 이들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나긴 시장의 역사만큼 어니언 광장 또한 재래시장과의 공존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CREDIT

에디터

,

포토그래퍼

이현실,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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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여행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이제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듣는 독서, 말하는 독서 등 다채로운 독서의 세계로 빠져보자.

 

자신의 성장과 쉼에 의한 순환, 소전서림

소전서림 素磚書林은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문학 도서관이다. 소전서림이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성하고 순환하는 숲처럼 독서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쉬게 하며 순환하게 한다고 믿는다. 공간은 문학 도서가 있는 메인 홀과 예술 서적이 있는 예담으로 구성된다. 소전서림이 제안하는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적 독서는 각자의 취향을 고취하고, 교양을 갖추는 양분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 1년 단위의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은 하루 3시간씩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북 큐레이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소전 초이스(강연), 아카데미, 북토크, 토요마티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김상욱 물리학자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토크 행사,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과 이혁진 상주작가가 ‘율리시스’에 관해 토론하는 토크 행사, 마르셀 푸르스트 100주기를 맞아 <프루스트 효과> 유예진 저자와 그의 작품 세계를 토론하는 토크 행사 등 3가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 이외에도 <개인주의자 선언> 저자 문유석 판사의 강연과 최권행 불문학자와 함께 몽테뉴의 <에세>를 함께 읽는 아카데미, <습지 장례법> 신종원 상주작가와 <양눈잡이> 이훤 시인 등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9월부터는 매주 토요일, 소전서림 예담에서 연세대 피아노과 학생들이 연주하는 토요마티네를 진행하고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TEL 02-542-0804

 

소전서림 메인 홀 전경

 

예술과 전시가 있는 서점, 더레퍼런스

예술 출판 사업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인쇄된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실험하는 대안적인 예술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레퍼런스는 책을 유통, 판매하는 소비 공간이자 예술가와 함께 연구하는 문화 교류 장소인 동시에 전시 공간이다. 현재 효자동 본점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강연, 발표 행사를 준비하는 등 책에 관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더레퍼런스 아시아 아트북 라이브러리’는 매해 아시아 국가의 아트북, 사진책 등 지역별 다양한 물성과 개념, 형식으로 발간된 책을 모아 전시 형태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0월에는 아트북 라운지 토크 ‘아티스트북 리서치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다. 출판사 이안북스, 엔커, 더플로어플랜의 주요 일원이 모여 ‘큐레이팅, 출판, 공간’이라는 주제로 아티스트북에 관한 개념을 살펴본다. 아티스트북의 역사와 현황, 책과 전시의 유기적 관계를 비롯해 경험, 소비, 공유 공간으로써의 큐레토리얼 플랫폼,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출판에 관해 다룬다. 동시대 예술로써 출판이 지식과 정보, 연구 기반의 활동 공간이자 실험적인 도구이며, 미디어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출판 연구를 통해 동시대 예술의 특징과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ADD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TEL 070-4150-3105

 

생각의 힘을 북돋우고 널리 퍼트리는 생각의 숲, 최인아책방

최인아책방은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가 가고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는 판단 아래 책이야말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라는 믿음으로 2016년에 출발했다. 최인아책방은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눈길을 끈다. 책을 많이 읽는 책방 대표의 지인들과 책방 단골 독자들이 추천하는 서가가 따로 있다. 그리고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어른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 ‘돈 말고도 괜찮은 삶이 있지 않을까?’ 등 독자들에게 필요한 12가지 테마와 인생 책 등으로 분류했다. 추천 책에는 추천 이유를 적은 북카드가 있어 실패 없는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추천 서가 외에도 문학, 심리, 역사, 과학,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을 갖췄으며, 다른 서가에도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로 책을 선별해 진열했다. 책뿐만 아니라 책방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도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쟁이의 생각법, 그 책 그 저자 깊이 읽기, 아티스트 토크, 토론이 있는 공부, 영어 소설 읽기 클래스, 책방 콘서트, 마음 상담 등 사람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한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안일한 하루>의 안예은 저자와의 북토크, 이금희 아나운서와의 북토크, 와인 시음을 곁들인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북토크가 있고, 콘서트로는 ‘앙상블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 TEL 02-2088-7330

 

 

경복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품은 서점, 보안책방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보안1942의 신관 2층에 자리한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예술 출판물과 전시 도록, 독립 출판물, 오브제, 가구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문학, 인문, 자연, 생태, 건축, 라이프스타일, 여행 분야 도서와 다양한 MD를 판매한다. 이곳은 한쪽을 프로젝트 벽면으로 사용해 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한 신간 소개와 국내외 예술가의 작품집을 선보인다. 다양한 자체 기획 행사와 북토크, 저자와의 만남, 시 읽기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안1942와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과 협업하여 ‘아트 리빌드 Art Rebuild’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아트 리빌드’란 아트 에디션의 의미를 확장하고 작가들의 기존 작품을 새롭게 맥락화해 아트 에디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전시와 함께 진행된다. 기존 작업의 형태를 해체하고 매체를 달리하여 재구성한 작품으로 단순 복제라는 오늘날의 아트 에디션이 새로운 맥락 아래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아트 리빌드’ 작품의 일부가 오는 12월까지 보안책방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서점 곳곳에 비치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생활 밀착형 예술을 지향하는 보안책방의 모토를 경험할 수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2층 TEL 02-720-8409

 

각자의 무늬로 물결을 만드는 커뮤니티, 무아레서점

무아레서점은 청년 공유주택 ‘장안생활’ 건물에 입점해 있다. 공유주택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집과 도시, 공간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무아레는 ‘물결무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선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겹치면 물결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듯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10월에는 매주 토요일 도시를 주제로 ‘다시 서울, 서울의 재발견’이라는 북토크가 열린다. 미국이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솥에 용해되는 ‘멜팅 팟’이라면, 서울은 각자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알갱이 모양으로 살아가는 ‘크러싱 팟’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알갱이를 탐험하며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총 4회로 구성되며 서울과 관련한 도서를 함께 읽고 청량리 등 서울 스폿을 방문하거나 서울의 면면을 수집하는 활동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갈등 도시> 저자 김시덕 작가와의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취향의 관점으로 주거 공간을 이해하는 ‘한 칸 집을 위한 공간 독서모임’과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읽고 파리와 서울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해 논의해보는 ‘다른 집, 다른 삶’이 진행될 예정이다.

ADD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9길 9 2층 TEL 0507-1307-7656

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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