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을 만나러 가는 길

미술 테마 여행 에세이, 아트 로드

미술 테마 여행 에세이, 아트 로드

 

김영주 작가는 화가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 장소를 따라갔다. <생애 한 번쯤은, 아트 로드>는 그곳에서 만난 작가들의 삶이 담겨 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3살에 처음 잡지 기자를 시작했어요. 잡지는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에너지와 열정을 담아 일했고, 그렇게 기자와 편집장을 거쳐 23년을 보냈어요. 마흔 중반, 잡지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면서 여행이란 두 번째 세상을 만났어요. 이후 저는 여행 작가가 되었고, 느리고 깊게 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생애 한 번쯤은, 아트 로드>(이하 아트 로드)는 미술을 다루는 인문학적 성격과 여행 일지를 다룬 에세이 느낌이 공존해요. 화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행 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7권의 책을 내고 미뤄뒀던 서양미술사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점점 강의에 빠져들면서 화가들과 그림의 배경, 삶의 흔적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4년에 <인상파 로드>를 발간했는 데 ‘여행과 아트’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아트 로드>는 총 14명의 화가를 다루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은 화가나 인상적이었던 장소가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티스를 좋아합니다. 그가 노년에 작업한 종이 오리기는 저의 10대 시절, 미술에 대한 꿈을 키워줬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마티스가 야수파의 문을 연 남프랑스의 콜리우르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달리의 집과 박물관도 인상적이었어요. 화가가 살아생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더쿱디스트리뷰션 펴냄 가격 2만3천원

 

작가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추적하는 기분이 어땠나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제 의도가 성공한 셈이에요. 이 책은 여행 에세이입니다. 반 고흐가 여러 장소에 뿌린 흔적을 여행하듯 쫓아가는 것은 그 화가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같아요. 너무나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죠.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을 다시 만나는 심정으로 여행했는데, 독자들도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이 책은 관광지 위주의 기존 여행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을 제안합니다. 어떤 독자에게 ‘아트 로드’식 여행을 추천하나요?

여행은 형식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관광지 위주의 여행 스타일에 싫증을 느꼈다면, 특별한 테마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아주 조금이라도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아트 로드를 추천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며, 느낀 만큼 기억에 남을 거예요.

 

시대도, 나라도, 화풍도 모두 다르지만 화가 14명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자연에 대한 사랑이요. 비록 풍경화를 그리지 않을지라도….

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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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형태의 다채로운 향연, 쿠촐로 서울

감각적인 공간과 레스토랑

감각적인 공간과 레스토랑

 

아르데코 컬러와 디테일을 수렴하고 확산하는 공간.
엔알디자인팩토리 김나리 소장이 완성한 쿠촐로 서울에서 다양성이 부여하는 즐거움을 발견한다.

 

개성적인 곡선과 직선, 양각이 돋보이는 부스 소파는 컨셉트에 맞춰 디자인했다.

 

아티스트에게 캔버스가 그러하듯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미완의 공간은 창조를 위한 도전이다. 공간을 구획하고 천장과 바닥, 벽면을 구상하며 가구와 조명까지 섬세하게 배치하는 긴 시간과 빛나는 열정을 투영하는 산물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문을 연 쿠촐로 서울은 감각적인 공간을 선보여온 엔알디자인팩토리가 완성했다. 앞서 문을 연 쿠촐로 테라짜, 쿠촐로 오스테리아, 볼피노, 마렘마의 계보를 잇는 브랜드로 기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조각과 새로운 쿠촐로 서울의 조각을 결합시키는 작업으로 ‘아르데코 조각의 모음’으로 명명했다. 엔알디자인팩토리 김나리 소장이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간감과 자연과 인공의 빛을 포함하는 조명이다. 쿠촐로 서울은 넓은 면적에 비해 전체적으로 나지막하게 보이는 공간감을 적극 이용하고, 입구에 들어섰을 때 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자연광이 관통하는 레이아웃을 끝까지 고수했다. 쿠촐로 서울의 인테리어는 근대건축물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컬러와 아르데코 디테일의 기하학적 문양을 리뉴얼해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채색한 민트 컬러로 통일감을 준 카페 섹션.

 

감각적인 컬러와 공간감, 조명으로 탄생한 인상적인 와인 셀러.

 

아치형 출입구로 아르데코의 스타일과 양조장의 느낌을 동시에 간직한 와인 셀러 출입구.

 

아르데코는 김나리 소장이 개인적으로 심취해 있는 디자인 사조다. 엔알디자인팩토리의 전작인 정식카페에서 보여준 아트&크래프트, 쉐즈알렉스에 적용한 아르데코에 이어 쿠촐로 서울에도 아르데코를 가져왔다. 특히 아르데코는 해석과 적용 방식에 따라 공간감이 달라지고 아주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는 매력을 지녀 다채로운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양식이다. 쿠촐로 서울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은 컬러의 선택과 매치다. 아르데코가 유행했던 시대 현대 모던 건축과 인테리어 사례를 찾아가며 컬러 팔레트를 추출하고, 엄선한 컬러에 여러 단계의 채도와 명도를 시험하며 최종 선택한 덕분이다. 컬러를 다양하게 사용하면서도 보색대비나 동일색 대비를 이뤄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하고 세련된 느낌을 이끌어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 어떤 현장보다 컬러 팔레트 추출에 공을 들인’ 프로젝트라는 소회는 컬러에 대한 김나리 소장의 애착을 가늠하게 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옐로가 살짝 가미된 화이트 베이지 컬러를 기본으로 한 지점, 벽면에는 아르데코 문양이 양각과 음각으로 표현되고 통일된 컬러의 가구가 배치된 공간이다. 쿠촐로 서울 인테리어의 기준을 잡아주는 곳, 다채로운 컬러가 펼쳐지는 중심에 놓인 모태 같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쿠촐로 서울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비프 카르파초.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선택한 레드, 그린, 브라운의 매끄러운 조합.

 

쿠촐로 서울의 테이블과 부스 소파, 부스 벤치, 수납장은 모두 디자인 컨셉트에 맞춰 디자인했다. 가구 하나하나에 기하학적 도형 문양과 디테일을 새기고, 필요할 경우 컬러링을 더해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여기에 톤 체어와 헤이의 의자들, 신진 작가들의 조명과 빈티지 조명까지 어우러져 쿠촐로 서울의 공간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쿠촐로 서울은 다양성으로 기억되는 공간이길 바란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코스모폴리탄처럼 변모할 다양성이 있는 서울에 하나쯤 있어도 될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나리 소장의 바람처럼 회색 빌딩 속 컬러와 형태로 가득한 이곳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TEL 쿠촐로 서울 010-5232-9851 WEB 엔알디자인팩토리 www.nrdesign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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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류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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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sert Dining

디저트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맛집

디저트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맛집

 

코스로 맛보는 디저트 맛집. 기분이 좋아지는 달콤함에 빠져보길.

 

코스로 즐기는 디저트, 10월 19일

 

호박 파인애플칩

 

아무리 맛있게 먹었어도 마지막 디저트가 별로거나 평범하면 그 식당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디저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1인으로 서초동에 위치한 ‘10월 19일’은 계절마다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윤송이, 박지현 두 명의 셰프가 운영하는 10월 19일은 디저트를 코스 형태로 선보인다. 코스로 먹으면 물리지 않을지, 5코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버겁지는 않을지 망설여진다면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레스토랑의 식사 메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을 조절하면서 5코스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데 계절별로 메뉴가 달라진다. 방문했을 때 먹은 코스는 가을 코스였고 감귤 셔벗으로 시작해 구운 사과, 쥬키니 토스트, 감자누들, 호박 파인애플칩까지 여운이 길었다. 특히 투명한 망토 같은 허브 베일을 덮고 있는 구운 사과와 따뜻한 소스를 찍어먹었던 쥬키니 토스트 그리고 나무 박스에 예쁘게 연출한 호박 파인애플칩은 한번 더 맛보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다.

 

왼쪽 부터, 감귤셔벗, 주키니 토스트

 

커피나 음료 외에도 2가지 페어링 와인, 글라스 와인, 하프와 원보틀 와인까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 받을 수 있다. 1~2코스에 어울리는 프리올리 피노 그리지오의 글라스 와인을 선택했는데 디저트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줘 3~4코스의 페어링 와인도 궁금해진다. 10월 19일이란 가게 이름은 두 셰프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한다. 이 낭만적인 이름처럼 평범한 날도 이곳의 디저트와 함께라면 금세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을 듯. 5코스 가격은 1인 3만5천원.

INSTAGRAM @songi_19oct

 

 

가을 디저트 다이닝, 핀즈

 

 

손바닥만 한 크기의 디저트는 그 자그마함 속에 달콤함과 섬세한 맛, 입안을 자극하는 식감 그리고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담겨 있는 예술 작품 같다. 성수동의 골목에서 만난 디저트 다이닝 핀즈에서도 맛의 예술을 만났다. 핀즈는 시즌별로 두 종류의 갸또만 준비해 계절감과 디저트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플레이트를 선보인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맞아 핀즈가 내놓은 어텀 스페셜을 맛봤다. 가장 먼저 배와 펜넬, 밤꿀과 재스민의 조합이 청량하고 시원한 소르베로 시작했다. 차가운 소르베와 부드러운 크림, 알알이 터지듯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배가 어우러져 잠들어 있는 입안을 깨우는 듯했다. 두 번째는 함께 간 이와 각자 하나씩 골라 두 가지 메뉴를 맛봤다.

 

크림슨은 사과 하나를 통으로 장시간 끓여 사과의 농축된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르베와 콘소메, 유자 캐러멜 시럽에 살짝 절인 사과 슬라이스와 유자 캐비어가 올라간다. 아래에는 꿀을 태워 만든 판나코타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았는데, 특히 브론즈 펜넬과 함께 맛봤을 때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함이 일품이다. 그다음으로 맛본 것은 핀즈 시그니처. 핀즈가 지향하는 뉴 코리안 디저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플레이트라고 한다. 검은깨칩과 시가렛이 층층이 쌓여 있고 안쪽을 아이스크림과 훈연한 크림, 피칸 프랄린, 핀즈 밤크림으로 채워 가을의 향이 느껴졌다. 꼭 모든 레이어를 한입에 먹을 것을 추천한다. 핀즈는 무작정 단맛과 진한 맛이 부각되는 디저트보다는 향이 가득하고 아로마틱한 디저트를 만든다고 한다. 때문에 핀즈의 디저트는 커피보다는 은은한 차와 어울린다. 내가 주문한 운남 홍차 연미는 자욱하게 깔린 스모키한 향미 이면에 숨은 새콤한 향이 조화를 이뤄 묵직하면서도 상큼한 홍차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3가지 코스의 가격은 1인당 2만6천원.

INSTAGRAM @finz.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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