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에서 72시간

바르샤바에서 72시간

바르샤바에서 72시간

건축가 마르타 슈랍카와 함께한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

마흔둘인 마르타 슈랍카는 실내건축가로 세계 곳곳에서 일한다.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미국, 노르웨이에서 진행하는 두 작업을 오가며 그가 태어난 마음의 도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불사조의 도시’라 불리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다. 그래서 급히 재건된 영혼 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로 평가 받곤 한다. 하지만 바르샤바에서 42년을 살며 ‘거의 모든 구역에서 살아본’ 건축가 마르타 슈랍카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 학위 논문 주제도 전쟁에서 살아남은 건물들이었어요. 모든 것이 파괴되지는 않았거든요. 지금도 남아 있는 건물들을 리노베이션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르샤바의 넓고 직선적인 대로와의 강한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마르타는 특히 관광 중심지인 옛 시가지에 큰 매력을 느낀다. 좁고 다채로운 색의 건물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가 디즈니랜드 같다고 말하지만, 폴란드 사람들처럼 살아보세요! 유럽의 역사적인 도심 중에 아주 좋은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고, 현지인들이 기념품 가게에서 선물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거예요.” 바르샤바의 중심을 흐르는 비스와 강과 함께하는 리듬감 있는 삶에 만족하며, 직원 여덟 명과 함께 일하는 마르타는 자신이 이곳에 남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변화가 빠른 도시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그 점이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제 자매 중 한 명은 코펜하겐에 살고 있고, 다른 자매는 런던에 살지만, 저는 여기가 좋아요. 영국과 미국에서 꾸준히 일 요청을 받기도 하지만, 제가 살고 싶은 곳은 바로 이 도시예요. 지역 건축 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참여한다는 게 정말 좋아요.” 자, 그럼 마르타를 따라 폴란드식으로 바르샤바를 탐험해보자.

FLOWER SHOP BUKIECIARNIA

수백 송이의 꽃이 거리 끝에서 시선을 잡아 끌며 도로까지 향기를 풍긴다. 이 꽃가게는 바르샤바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풍성한 작약 한 다발이나 부드러운 핑크색 수국 몇 줄기, 인상적인 해바라기 줄기를 사러 온다.

ADD Mokotowska 41

MYSIA 3

샤를드골 Charles-deGaulle 로터리 가까이 자리한 이 3층짜리 쇼핑몰에는 무지 MUJI, 코스 COS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와 몇몇 로컬 브랜드, 그리고 사진 갤러리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집을 꾸밀 때 이곳에 와요.” 마르타가 말했다.

ADD Mysia 3

FARM HOUSE RYSINY

도심에서 몇 분 떨어진 도시 농장이다. 바르샤바 사람들이 유제품과 빵, 꿀, 그리고 이곳에서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러 온다.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신선한 과일 주스와 콤부차를 곁들인 지역 별미를 맛볼 수도 있다.

ADD Smugowa 30

BAR AURA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와 벽을 장식한 수십 개의 킬림(전통 직물), 그리고 대리석과 황동으로 된 카운터가 있는 이곳에서도, 곧 여러분의 관심은 맛있는 칵테일로 옮겨갈 것이다. 활기차고 친절하며, 재치있는 믹솔로지스트가 상상력 가득한 칵테일을 선사한다.

ADD Hoza 27

오래된 문과 기둥 상부를 받치는 남성상. 꼭 시대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본래대로의 진짜 모습이다. 이처럼 바르샤바를 걸어다니다 보면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H15 BOUTIQUE HOTEL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조용한 이곳은 텍스멕스, 이스라엘, 그리스, 일본,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있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폴란드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이 부티크 호텔은 넓고 환한 객실이 있고, 신선하면서 다양한 아침 식사를 제공해 바르샤바에서 며칠 간 보내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ADD Poznanska 15

TROJKA KIELICHOW

동네 바 레스토랑의 은색 카운터 뒤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맛있는 요리가 준비된다. 바르샤바 사람들이 점심 시간에 와서 크리미한 페타 치즈를 올리고 고추, 꿀, 신선한 허브를 곁들인 폴란드식 치미추리를 넣은 감자 요리나 XXL 크기의 오이, 배, 아니스를 넣은 당근이 어우러진 놀라운 조합을 맛본다.

ADD Stalowa 38

REMPEX

놀랍고 귀한 물건들이 다양하다. 온라인 옥션으로 나가기 전에는 갤러리이면서 옥션 장소이기도 한 이 넓은 공간에 전시된다. 물건들이 구석에 어지럽게 놓여 있을 때도 있다. 마르타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와서 자신이나 고객들을 위한 물건을 구입한다.

ADD Karowa 31

 PANNA

마치 파리에서나 볼 법한 세련된 커피 숍 같지만, 폴란드 스타일의 독창적인 패스트리와 빵을 맛볼 수 있다. 아기를 유모차에 싣고 온 엄마, 노트북 앞에서 일하는 사람, 학교를 막 마친 고등학생 무리 등이 어우러지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ADD Kwiatowa 25

무기를 든 사이렌 동상은 이 도시의 상징인데, 1939년 4월 비스와 강가에 세워졌다. 루드비카 니츠호바 Ludwika Nitschowa의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남은 몇 안 되는 귀한 유산이다.

RESTAURANT JOEL

레스토랑 ‘조엘 셰어링 컨셉트 Joel Sharing Concept’는 이 거리에 있는 수많은 파티 장소 중 한 곳이다. 마르타에 따르면 확실히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 중 하나’다. 바 자리나 테라스, 위층에 앉아서 이 지역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지중해풍 요리를 맛볼 수 있다.

ADD Koszykowa 1

BULKA Z CHLEBEM

‘작은 빵들’이라는 이 빵집의 이름은 특유의 색을 풍긴다. 문을 열면 효모 빵과 브리오슈를 굽는 거대한 오븐에서 나온 수증기와 설탕 구름 속에 빠져든다. 빈티지 광고에서 방금 나온 듯한 제빵사 여인이 땋아 만든 왕관 모양의 빵은 특별히 추천할 만하다.

ADD Walecznych 5

DOM SZTUKI LUDOWEJ

‘폴란드 민속 예술의 집’인 이곳은 바르샤바 중심지에 자리한다. 다른 기념품 숍과 비슷할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판매하는 위층에는 놀라운 물건들이 가득하다. 전통 의상과 식기, 꽃 모빌, 자수를 놓은 담요 등 모든 물건이 저렴하지 않지만 ‘메이드 인 폴란드’의 특별한 물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ADD Rynek Starego Miasta 10

CRUSH

프랑스에서 중고 숍을 자주 방문한다면 이곳을 아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고급 세컨핸드와 명품 빈티지를 프랑스 가격표와는 아주 다른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핸드백 하나 구입해보면 어떨까!

ADD Jarostawa Dabrowskiego 20

BIBENDA

폴란드 음식을 타파스 형태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컨셉트는 다소 낯설지만 종종 과장되게 표현되는 폴란드 음식을 새롭게 즐기는 방식이다. 피에로기 Pierogi와 굴라즈 Gulasz 외에 다른 폴란드 음식도 있는데,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ADD Nowogrodzka 10

CINEMA ILUZJON

바르샤바의 예술 영화관으로서 1950년대에 세워져 2012년에 리노베이션했다. 일종의 박물관 역할을 하는, 특히 라이브 음악을 곁들인 영상을 상영한다. 관광객이 적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상영되는 다양한 프랑스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ADD Ludwika Narbutta 50a

MUSEUM OF KROLIKARNIA

작은 박물관을 둘러싼 공원. 이곳에 있는 수십 개 보물들이 기분 좋은 산책의 이유가 된다.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서 모던한 작품과 오래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ADD Pulawska 113a

KAZIMIERZ DOLNY

바르샤바에서 한 시간이 안 걸리는 이곳은 마르타와 그 이전의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가가 영감을 받은 도시에 있다. “비스와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이곳은 폴란드의 북쪽과 남쪽 사이를 잇는 중요한 교류의 장소입니다.” 마르타가 말했다. 폴란드의 목공예를 기리며 1950년대에 조각해 지은 어부의 집을 볼 수 있다. “야외 박물관을 걸어다니는 것 같아요.

CREDIT

에디터

아들린 쉬아르 Adeline Suard

포토그래퍼

베네딕트 드뤼몽 Benedicte Drum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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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벨 에포크 감성, 라뒤레

마카롱의 상징, 라뒤레의 파리 로열 지점이 새롭게 태어났다.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이 내부를 장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메종 라뒤레의 유산을 반영해 화려하게 장식한 라뒤레 파리 로열 매장 내부.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와 정교한 장식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미감을 완성했다. © Matthieu Salvaing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 문화는 파리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저트, 마카롱은 파리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머랭으로 만든 동그란 크러스트 사이에 다양한 맛을 채운 쿠키의 한 종류이다. 맛에 따라 형형색색 예쁜 빛깔을 가진 마카롱은 바삭함과 촉촉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마카롱의 기원은 이탈리아로 추정된다. 마카롱의 어원이 ‘반죽을 치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마카레 Macare’에서 파생되었으며, 1533년 이탈리아 메디치 가에서 앙리 2세와 결혼하기 위해 온 카트린드 메디치가 프랑스로 가져왔다는 설이 유명하다. 그 후 낭시 Nancy 지방의 수녀원에서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마카롱을 만들어 먹었는데, 프랑스혁명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수녀들이 마카롱을 사람들에게 팔면서 대중화되었다고 전해진다.

아이코닉한 브랜드 컬러가 돋보이는 외관. © Matthieu Salvaing

라뒤레를 재탄생시킨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 Matthieu Salvaing

요즘 우리가 먹는 현대적인 마카롱은 ‘라뒤레 Ladurée’와 함께 시작되었다. 1862년 루이 에르네스트 라뒤레가 마들렌 지역에 문을 연 제과점인데, 1930년 창업자의 조카이자 파티시에인 피에르 데퐁텐느 Pierre Desfontaines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현대적 마카롱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티룸을 오픈하며 명실상부한 프랑스 대표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 라뒤레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라뒤레 파리 로열 지점은 마들렌에 위치한 상징적인 매장으로서, 지난해 몇 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라뒤레의 역사와 같은 매장의 재탄생을 위해 디올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 Cordelia de Castellane 이 내부 장식을 책임졌다. 코르델리아는 마들렌 지점을 라뒤레의 정체성과 같은 파스텔 빛깔을 유지한 채, 마리 앙투아네트가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앉아 있을 것 같은 프랑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 Matthieu Salvaing

스트레스를 거꾸로 쓰면 디저트라는 말이 전해진다. 파리에서 오후 티타임을 한번 갖게 된다면 라뒤레 로열 지점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인기가 많은 곳인 만큼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방문해보자.

ADD 16, rue Royale 75008 Paris WEB www.ladu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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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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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브루클린의 실험적인 예술 공간

과거 산업지구의 투박한 흔적을 간직한 브루클린의 거리 한가운데에 미니멀한 건축이 돋보이는 건물이 들어섰다. 단순히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지역 사회가 교류하는 실험적 플랫폼, 아만트를 소개한다.

오는 2월 중순까지 열리는 로제타 파렌홀츠의 개인전 전경. © New Document

알록달록한 색상의 뮬러 반 세베렌 체어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아만트의 서점 겸 카페. © New Document

브루클린 이스트 윌리엄스버그 East Williamsburg에 자리한 아만트 Amant는 신진 및 중견 미술가의 전시,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등을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투박한 로프트 건물과 공장이 늘어선 과거 산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한 아만트는, 매끈하고 정교한 외벽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메탈릭한 강철 소재와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절제된 균형을 이루는 이 건물은 브루클린 기반의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 소일 SO-IL이 설계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녹음이 우거진 안뜰이 자리하고, 층고가 높은 중앙 갤러리에서는 작은 창문 틈새로 선명한 자연광이 공간을 채운다. 2019년 뉴욕의 메가 컬렉터 론티 에버스 Lonti Ebers가 설립한 아만트는 기존  다른 개인 사립 미술관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행보를 걸어왔다. 단순 설립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작할 수 있는 독립적 플랫폼을 우선적인 목표로 한다. 전시장 옆에 자리한 서점 겸 카페는 현대미술, 시, 문학, 철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며, 매 시즌 입주 작가들이 선정한 도서들로 새롭게 채워진다. 각 작가의 성향과 관심사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 셈. 언제나 무료로 운영되는 아만트는 지나치게 상업적이지도, 너무 난해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건축물, 그리고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함께 빚어내는 참여적인 분위기 속 아만트는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섬세하게 배열된 벽돌과 옅은 회색 콘크리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만트의 외관. © New Document

© New Document

ADD 315 Maujer St, Brooklyn, NY 11206 WEB https://www.aman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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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박지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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