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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칼더의 작품만을 다루는 유일한 공간,
칼더 가든이 필라델피아에 문을 열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의
건축과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속에서 관람객은 작품과 직접 대화하며,
도심 속 몰입과 사색을 경험한다.

칼더의 거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높은 층고의 오픈 플랜 갤러리.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 아래 자리하는 칼더 가든 전시장.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필라델피아 한복판, 파크웨이를 따라 늘어선 기념비적 미술관들 사이에 낮고 고요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스위스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하고, 조경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정원을 조성한 ‘칼더 가든 Calder Gardens’이다. 거대한 파사드도, 위압적인 상징성도 없다. 대신 짙은 목재 외벽과 야생화 정원이 맞닿으며, 도시 중심에 또 하나의 ‘숨쉬는 공간’을 만든다. 형태와 색채, 움직임으로 기억되는 알렉산더 칼더의 예술을 건축과 자연의 언어로 다시 읽는 공간이다. 필라델피아는 칼더 가문의 도시다. 조각가이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화가이던 어머니를 잇는 예술적 혈통 위에서 성장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은 이곳에서 다시 생명을 얻는다. 칼더의 손자이자 재단 회장인 알렉산더 S.C. 로워는 “할아버지의 작품은 단순한 모빌이 아니라, 예술이 ‘지금 이 순간’ 속에서 경험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며 “칼더 가든은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그 감각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공간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보, 그 옆에는 ‘Black Widow’ 모빌과 설치 작업을 배치했다.
거친 콘크리트로 마감된 어두운 계단에서 보이는 ‘Tentacles’(1947) 모빌.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커브 갤러리. 벽면 드로잉 작업은 칼더의 ‘Fetishes’(1944).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Tom Powel. Artwork by Alexander Calder
갤러리 입구에 자리하는 칼더의 야외 스테이블 작품 ‘The Cock’s Comb’(1960).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3 Segments’(1973), 그 옆에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Jerusalem Stabile II’(1976).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Tom Powel. Artwork by Alexander Calder

이곳에서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정원이다. 고속도로 진출로 옆의 좁고 비정형적인 부지 위에서 헤르조그 & 드 뫼롱은 땅을 파고드는 형태로 건축을 숨기고, 그 위에 아우돌프의 정원을 얹었다. 도로의 소음을 줄이는 금속 벽 뒤로 야생화와 다년생 식물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너머로 건축이 점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자크 헤르조그는 이를 ‘무디자인(No-design)적 건축’이라 정의했다. “칼더 가든은 작품이 다양한 맥락 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하도록 하는 건축입니다. 나무 아래 앉듯 편안하게 자연과 예술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지요.” 입구를 지나면 커다란 원형 디스크가 중심 광장을 이루고, 그 아래에 갤러리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칼더의 야외 스테이블 작품 ‘The Cock’s Comb’(1960)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디스크 양옆으로는 두 개의 정원이 땅속으로 파고든다. 동쪽의 ‘선큰 가든 Sunken Garden’과 서쪽의 ‘베스티지 가든 Vestige Garden’은 각각 다른 형태와 깊이로 설계되어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지하의 하이웨이 갤러리에서는 거대한 모빌 ‘Black Widow’(1948)가 천장에서 느릿하게 움직이고, 콘크리트 벽 사이로는 ‘Tentacles’(1947) 실루엣이 나타난다. 계단과 벽, 틈새까지 모두 작품의 일부처럼 작동한다. 건물 내부에는 라벨이나 설명문이 없다. 모든 작품은 받침대 없이 바닥에 직접 놓이고, 관람객은 이름이나 연도보다 빛과 그림자,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로워는 “이곳은 전통적 미술관이 아니라 칼더의 작품과 순수하게 마주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감상보다는 체험에 가까운 방식이다.

밤에는 외벽을 따라 빛이 반사되어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갤러리 중앙에 자리한 ‘Jerusalem Stabile II’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다.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Tom Powel. Artwork by Alexander Calder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전시다. 그는 토종 식물로 이루어진 야생적이면서 세밀한 정원을 통해 자연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계절에 따라 식물의 높이와 색이 변하고, 성장과 소멸, 재탄생의 순환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곳에서는 작품과 정원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대화합니다. 작품과 식물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수년간 모습을 바꿔갈 겁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기대됩니다.” 아우돌프의 말처럼,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에 가깝다. 결국 칼더 가든은 하나의 미술관이라기보다 ‘머무는 경험’을 위한 장소다. 건축, 예술, 조경이 경계를 허물며 감각을 깨운다. 빛이 드리운 지하의 고요함, 정원 사이를 거닐며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흐르고 변화하며, 그 안에서 칼더의 예술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피트 아우돌프는 세 가지 정원을 만들었고, 자크 헤르조그는 네 번째 정원인 실내 공간을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칼더 가든이라는 이름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념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활동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니까요.”

‘Polygons on Triangles’(1963) 너머로 이어지는 커브 갤러리. 햇빛이 들지 않는 공간으로,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Iwan Baan. Artwork by Alexander Calder
안쪽에 숨겨진 압스 갤러리에는 작품 하나만 배치해 집중도를 높였다. © 2025 Calder Foundation, Photograph by Tom Powel. Artwork by Alexander Calder
‘International Mobile’을 설치 중인 알렉산더 칼더의 모습(1949). © Life Magazine, Photograph by Herbert Gehr, Artwork by Alexander Calder
자크 헤르조그. © Gina Folly
피트 아우돌프. © Tony Spe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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