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호 화보 촬영을 준비하면서 그간 애정했던 혹은 가보지 못했던 매장을 원없이 다녔다.
그중 자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서울과 좀 더 가까워진 원오디너리맨션은 역시나 취향을 저격하는 1930~80년대의 아이코닉한 가구로 가득했다. 그런데 수많은 제품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의자가 있었다. 첫눈에 보자마자 왠지 ‘개미’가 떠오른 이 의자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Mario Botta가 1980년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알리아스를 위해 디자인한 것으로, 그가 처음으로 디자인한 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강남 교보 타워와 삼성 미술관 리움을 설계한 건축가로 우리에게도 꽤나 익숙한 인물이다. 마리오 보타의 건물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에 빛과 재료를 적극 활용해 빛의 천재 건축가로 불린다. 단순하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아냈기 때문일까 내가 한눈에 반한 ‘세콘다 Sedonda 602’ 체어는 딱 떨어지는 샤프한 블랙 선과 안정적인 구조로 진한 개성이 묻어났다. 과연 저 동그란 기둥 모양의 등받이와 딱딱한 좌판이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정면으로 보았을 때, 옆에서 볼 때 또 뒤에서 바라볼 때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모든 면을 신경 쓴 건축가의 시선으로 만든 의자가 분명했다. 아쉽게도 촬영 콘셉트에 적합하지 않아 화보 앵글에 담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다. 아, 가격이나 물어볼걸 그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