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나름 선수반까지 다녔지만 성인이 돼서는 왠지 수영장에 다니는 것이 좀 꺼려졌다. 다녀와서 매번 수영복도 세탁해야 하고, 특히 추운 겨울에 수영을 다니는건 정말 곤욕스럽다. 그래서 물에 들어가고 싶을 때는 어쩌다 한 번 바다나 캐리비안 베이를 가곤 했다. 최근 우연히 마리아 스바르보바 Maria Svarbova의 <Swimming Pool>이라는 사진책을 보게 됐다. 알렉스 카츠나 데이비드 호크니를 생각나게 하는 맑고 깨끗한 색감의 커버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는데, 보는 순간 ‘와, 수영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마리아는 슬로바키아의 포토그래퍼로 사진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핫셀블라드 마스터의 2018년 아트 부분 우승자이며, 2019년에 롯데 에비뉴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왜 몰랐던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Swimming Pool 시리즈 제작을 위해 당시 사회주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1930년대의 수영장을 찾아다녔다. 컬러풀한 수영복을 입은 등장인물의 체조 선수 같은 포즈와 다소 경직된 듯한 수영장의 대비가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누른 영상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내재하고 있는 의미와 달리 마리아의 렌즈를 통해서 본 수영장의 모습은 당장 물에 뛰어들고 싶을 만큼 맑고 아름답다. 깨끗하고 푸른 물이 담긴 수영장에서 오래도록 자유롭게 수영을 하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