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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하는 작가에게 기록이란 매우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늦은 새벽 잠들 무렵 혹은 샤워를 하다가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샘솟을 때도 있을 테지만 그때그때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해둔 드로잉북은 작가들에게 그 무엇보다 귀한 저장고가 된다. 매번 흥미로운 기획으로 새로운 전시를 제안하는 윤현상재의 전시 공간 스페이스B-E에서 ‘시간 위에 우리 손이 기록한 이야기’를 주제로 기록에 관해 펼쳐낸 전시를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록의 흔적을 한자리에 담았다. 작품을 넘어 작가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내 삶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됐다고. 전시 설명 중 특히 와 닿은 문장이 있어 소개한다. “온라인 세상 속 우리 기억의 저장고는 모바일 폰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디바이스로 대이동을 하였다. 요즘 나의 기록은 사진을 찍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 같다. 빠르기도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허전함이 밀려오는 감정은 나만의 아쉬움은 아니지 않을까?”

 

 

에디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멋지고 좋은 곳, 맛있는 음식을 접할 일이 많은 터라 어딜가나 먼저 핸드폰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버릇이 있다. 몇 번의 터치로 디지털 속에서 삭제되는 그런 기록 말고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간직되어 있는 일기장을 가끔 펼쳐볼 때면 그 소중함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또르륵 굴러가는 연필을 연필깎이에 깎아, 종이에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메모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에 따라 일기장을 하나 장만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