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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구와 패션의 만남. 샤포 크리에이션의 장인정신과 이브 살로몬의 감각이 빚어낸
이번 에디션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된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은 조란 샤포와 바로 옆 S34 체어에 앉아 있는 마르셀랭 보예. 뒤로 보이는 벽 선반은 B17, 교차된 다리가 돋보이는 테이블은 T35.

빈티지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의 ‘샤포 크리에이션 CHAPO Création’이 국내에 공식 론칭한다. 디에디트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샤포의 대표 가구와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 ‘이브 살로몬 Yves Salomon’이 함께한 첫 협업 컬렉션도 공개된다. 전시를 기념해 샤포의 손자이자 디렉터인 조란 샤포 Zoran Chapo와 이브 살로몬 에디션의 프로젝트 디렉터 마르셀랭 보예 Marcellin Boyer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와 협업 과정, 샤포의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잇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사무엘 베케트를 위해 제작된 오리지널 디자인 위에 이브 살로몬의 감각을 입힌 L01 베드.
가죽과 패브릭의 조화가 멋스러운 S10 사하라 암체어.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둘 다 한국은 첫 방문이에요. 특히 디에디트 공간의 규모와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컬렉션과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고요. 무엇보다 어느 공간에서나 디자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파리에서도 이렇게 많은 디자인을 보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정말 좋은 놀라움이었습니다. 또 한국이 패션 시장으로는 이미 크지만, 가구로는 처음이기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한국 관객이 소재와 디자인의 완성도에 엄격하다는 걸 잘 알기에 이번 전시가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아 기쁩니다.
두 브랜드가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마르셀랭 보예 살로몬은 오래전부터 빈티지 디자인 작품을 수집해왔고, 가구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 무렵 제가 샤포의 새로운 작품을 작업하는 중이었고, 살로몬이 빈티지 샤포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연결점이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란에게도 연락해 협업이 성사되었습니다. 샤포도 새로운 소재와 방식을 통해 기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좀 더 컨템포러리한 접근을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완벽한 타이밍이었죠.

부드러운 인타르시아 시어링이 더해진 S11 체어. 의자 등받이에 가죽과 자투리 원단이 교차하는 패턴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시원하게 쭉 뻗은 대형 테이블은 T20, 앞쪽은 유기적인 곡선 패턴이 돋보이는 T22 아크 테이블.

전통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고민일 것 같은데, 피에르 샤포의 철학을 어떻게 계승하고 계신가요?
조란 샤포 샤포의 아카이브에는 이미 수많은 디자인이 있고, 이를 훼손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장난스럽게 가구의 다리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핵심은 프랑스에서 계속 제작하며 정신을 잇는 것이죠. 또 피에르 샤포가 디자인했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은 드로잉들도 앞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새로운 가구를 만든다면 별도 회사와 협력해 혼동을 피하고, 샤포 크리에이션은 전통과 정체성을 이어가는 브랜드로 지켜갈 것입니다.
이브 살로몬은 패션 브랜드로서 가구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마르셀랭 보예 패션은 소재를 부드럽고 가볍게 다루지만, 가구는 구조적으로 튼튼해야 하기에 제작 과정에서 난관이 많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게 위해 제작 공방에서는 새로운 3중 적층 기법과 인타르시아(직물을 달리해 짜 맞추는 기법)를 적용했어요. 앞면에는 양털, 가운데는 가죽, 뒷면은 인타르시아로 패턴을 짜넣었습니다. 전례 없는 기술이라 큰 도전이자 성취였고, 우리 아틀리에 장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에디션은 업사이클링 가죽을 활용했다고 들었는데요.
마르셀랭 보예 살로몬은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아, 과거에도 남은 소재를 활용해 ‘Pieces’라는 컬렉션 라인을 낸 적이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특성상 많은 잉여 소재가 생기는데, 이번에는 그 가죽을 가구에 활용했어요. 그 덕분에 작품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조란 샤포 가구 구조는 우리가 만들고, 이후 살로몬 팀에서 가죽을 입혔는데, 처음 시도한 기술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실제론 앉을 수 없었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서로 방법을 조율하며 해결했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또 살로몬의 제작 공방에서 독자적으로 해법을 찾아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피에르 샤포가 남긴 드로잉과 똑같은 방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하면 좋을 디테일은 무엇인가요?
조란 샤포 이번 협업 의자들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만으로 완성했어요. 분해와 재조립이 가능하고, 일부 소재는 교체도 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의 교차 다리 구조도 흥미로운데, 처음엔 퍼즐처럼 이해하기 어렵지만 조립을 마치면 누구나 그 영리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르셀랭 보예 의자 등받이에 들어간 램블레이저 마케트리 장식은 가장 아름다운 디테일이라 생각해요. 조각처럼 보이도록 완성했기에, 꼭 눈여겨봐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