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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또 한 번 예술의 무대가 될 시간.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페스티벌’은 안무 예술에 대한 깊은 경의와 헌신을 담아
도시 곳곳을 몸의 언어로 채운다. 행사를 앞두고 메종의 세르쥬 로랑 디렉터와 나눈 대화.

기후 위기 시대,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허 프로젝트의 ‘1도씨’.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 하면 이제 예술은 빠질 수 없는 수식어가 되었다. 지난 9월 프리즈 서울, 디자인 마이애미가 각각 아트와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서울을 수놓았다면, 이제는 무용 차례다. 반클리프 아펠이 후원하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페스티벌(이하 댄스 리플렉션)이 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곳곳을 춤으로 물들인다. 전 세계 여섯 번째이자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페스티벌인데, 세계적인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함께한 9개 작품을 소개한다. 아티스트 집단 (라)오흐드 (La)Horde가 뮤지션 론 Rone, 마르세유 국립 발레단과 함께한 ‘룸위드 어 뷰 Room with a View’부터 이탈리아 민속 무용에서 영감을 받은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 Alessandro Sciarroni의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 그리고 허성임 안무가가 이끄는 허 프로젝트 Her Project의 ‘1도씨’ 등, 모든 프로젝트에는 전통과 현대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안무 예술에 대한 깊은 헌신이 담겨 있다. 모두 무용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반클리프 아펠이 무용 예술과 맺어온 소중한 인연을 조명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메종이 추구하는 ‘창조, 전승, 교육’이라는 고유 가치를 바탕으로 안무 유산을 지키고, 예술가와 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힘써온 세르주 로랑 Serge Laurent 반클리프 아펠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와 함께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라)오흐드가 마르세유 국립 발레단과 함께한 첫 작품 ‘룸 위드 어 뷰’. © Ryo Yoshimi, Courtesy of Kyoto Experiment
네모 플루레가 기획한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은 일반적인 공연 무대가 아닌 에스 팩토리에서 펼쳐진다. ©Philippe Lucchese
세르쥬 로랑 반클리프 아펠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포스터.

이번 댄스 리플렉션의 개최지로 한국을 선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반클리프 아펠은 전 세계 안무가와 기관을 후원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매년 두 차례 댄스 리플렉션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각 에디션은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데, 지난 3월 런던 페스티벌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우리는 2년 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를 후원해왔다. 댄스 리플렉션의 여섯 번째 에디션은 SPAF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기회로,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펼쳐질 9개 공연과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댄스에 대한 우리 열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은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글로벌한 도시며, 한국 관객들은 국제적인 예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서울 시민과 함께 무용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서울 문화예술계와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희망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지속적으로 무용 예술계와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댄스 리플렉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그 유산을 잇기 위해 노력했나? 반클리프 아펠과 무용의 인연은 지난 세기 초 브랜드 창립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시작된 댄스 리플렉션은 메종 역사에서 무용 예술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메종 역사를 통틀어 무용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분야였으며, 1967년 유명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뉴욕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주얼스 Jewels’를 창작하면서 그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2007년에는 이 걸작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 로열 발레단과 처음으로 협업했다. 2012년에는 뉴욕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이자 LA 댄스 프로젝트 창립자인 벤자민 밀레피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댄스 리플렉션이라는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무용을 향한 메종의 열정과 헌신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열정은 창조, 전승, 교육이라는 필수적인 가치로도 설명된다.
올해로 여섯 번째 댄스 리플렉션이자 한국에서는 첫 번째 공연이다. 공연을 준비하며 특별히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 댄스 리플렉션은 현재 전 세계 17개국에서 70개 파트너로 구성된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문화와 협력하고 있다. 모든 파트너와 함께 전 세계의 모든 현대 문화를 포괄하는 현대무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번 서울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에는 SPAF의 도움으로 한국 무용단체 ‘허 프로젝트’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 염두를 두고 있다.

로이 풀러가 창작한 서펜타인 댄스를 재해석한 ‘로이 풀러: 리서치’. © Martin Argyroglo
이탈리아 민속 무용 ‘폴카 치나타’를 연구해 탄생한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 © MAK
2014년 초연 당시 문화정책에 던진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 ‘도그 데이즈 오버 2.0’. © Alwin Poiana.
‘바퀴를 두른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력거 운전사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 Jerome Seron
안무가 타오 예의 숫자 시리즈에 속하는 열여섯 번째 작품 ‘17’. © Hai Yang.
‘정형화된 전통 민속춤에 현대적인 춤을 결합한 ‘카르카사’. © Sommerszene Bernhard Mueller

전통과 현대문화를 조화롭게 아우른 점 또한 인상적이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등 무용가들의 국적 또한 다양한데. 세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쓴 건가? 당연히 그렇다. 댄스 리플렉션은 현대무용 문화의 일부인 각국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대중에게 국제 현대 창작에 대한 개요를 제공하는 데에 주 목적을 삼고 있다. 이는 현재 널리 세계화된 개념이기도 하다. 현대무용도 다른 모든 형태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결과이며, 오늘날의 현대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무용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역사와 기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댄스 리플렉션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목표는 대중에게 현대 창작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는 총체적인 비전 속에서 무용에 대한 메종의 열정을 나누는 것이다. 무용은 수세기에 걸쳐 크게 발전해왔으며, 각 시대마다 예술가들은 이 웅장한 예술적 언어를 발전시켜왔다. 오늘날 우리는 신중한 선별과 결정, 그리고 연구를 통해 안무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 페스티벌은 이니셔티브의 모든 활동을 이끄는 창작, 전승, 교육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신은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전공했다. 그 경험이 무용 무대를 꾸미는 일에 색다른 도움을 줄 것 같은데, 어떤가? 나는 파리의 에콜 뒤 루브르 École du Louvre에서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공부했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를 성찰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러한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각 예술 작품은 그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미술은 예술가들이 코드를 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예술, 특히 무용과 안무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무용은 인류 시초부터 항상 모든 문화에 속해 있었으며, 언어 장벽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보편적인 예술적 언어로서 발전해왔다. 무용은 움직임이라는 형태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예술이며, 동시에 다른 모든 예술 장르를 포괄할 수 있는 예술 형태이기도 하다. 작품을 자신의 감성만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예술가의 의도를 연구하고 작품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댄스 리플렉션이 펼치는 페스티벌은 외부 관객을 향한 여정뿐만 아니라 자신 속으로의 여정으로도 초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