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건물, ‘키오이 세이도’.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키오이 세이도’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목적 없는 건물’이라는 실험적 컨셉트의 이 공간은 5년 전 받은 아주 특별한 의뢰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단 하나의 조건은 신석기 시대를 떠올리며 설계할 것. 점토 인형, 매듭 무늬 토기, 정제되지 않은 질감을 건축적 언어로 풀어내며, 기능보다 감정과 경험을 중심에 둔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외관은 단순한 콘크리트 큐브지만, 네 개의 다각형 기둥이 받치고 있어 묘한 긴장감을 풍깁니다. 층마다 다른 빛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1층은 측면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조명이 거의 없지만, 벽과 기둥, 천장,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 공간을 채웁니다. 2층 천장에서는 자연광이 쏟아지며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한편, 나이토 히로시는 고대 로마의 판테온에서 구조적 영감을 받았습니다. 판테온이 명확한 목적 없이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끌어들였듯, 키오이 세이도 역시 ‘현대의 판테온’을 지향합니다. 재료에도 의미가 담겼습니다. 고대부터 사용된 콘크리트와 현대 산업의 상징인 유리를 함께 사용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구현했습니다. 이번 공개가 더 특별한 이유는 나이토 히로시의 기록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40년간 쌓아온 스케치와 메모, 일기를 통해 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9월30일까지만 개방, 도쿄 여행 가시는 분들은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