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의 시도와 수십 시간의 기다림 끝에 포착하는 찰나의 순간. 빛과 공간의 언어로
절제와 여백의 미학을 기록한 2025 건축사진상 수상자 미하엘 뤼트게와의 인터뷰.


2025 건축사진상 Architectural Photography Award ‘올해의 사진작가상’ 수상을 축하한다. 당신이 건축 사진을 처음 시작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무엇이 당신을 이 세계로 이끌었나? 감사하다. 사진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8년이었는데, 일에만 몰두하던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이었다. 카메라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도록 해줬다. 고요한 시간 속, 나는 비로소 혼자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가장 끌리는 대상은 예술, 구조, 일상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만나는 ‘건축’이라는 걸깨달았다. 그 안엔 내가 좋아하는 질서와 균형, 그리고 여백이 있었고, 자연스레 건축 사진에 집중하게 되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은 원래부터 있었던 건가, 아니면 사진이 당신을 이 길로 인도한건가? 둘 다였다. 오랫동안 질서와 비례, 구조에 매료되어 있었고, 이 요소들이 맞물렸을 때 오는 안정감과 긴장감 사이의 균형이 늘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진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도구가 되어주었다. 건축은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그 언어를 빛과 공간으로 번역할 수 있었다.
다시 올해의 건축상 이야기로 돌아가, 수상작 ‘건축적 미니멀리즘 Architectural Minimalism’ 시리즈는 독일 함부르크의 한 폐주유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사진은 지난해 1월 추운 겨울날 저녁, 함부르크 그린델 지구에서 촬영했다. 1950년대 초 지어진 이 주유소는 1999년 보호 건축물로 등록되었는데, 유리 벽으로 구성된 세 면과 넓게 펼쳐진 곡선 지붕은 오늘날까지 뚜렷한 인상을 준다. 나는 이 건축물이 가진 명료한 언어에 끌렸다.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었고, 동시에 깊은 평온함을 갖고 있었다. 이 사진을 통해 형태와 공간, 빛이 이루는 조화로움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건축이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는지 드러내고 싶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간과 건축물을 촬영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역시 ‘건축적 미니멀리즘’이다. 이 사진엔 내가 추구하는 절제와 명확함, 분위기가 모두 조화롭고 정교하게 담겨 있다.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같은 유럽 도시를 혼자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도 기억에 남는다. 물과 하늘, 건축이 끊임없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도시에서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수상 소감 중 “우리는 종종 사진 한 장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이 ‘완벽한’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매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통 관객 입장에서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찬바람 속에서 인고해야 하는 시간, 수없이 반복되는 시도를 거의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헌신이 쌓여야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모든 것이 조용히 맞물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사진가는 그때서야 비로소 셔터를 누를 수 있다.
그렇다면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인가? 건축 사진은 결국 기다림의 미학과도 연관된다. 적절한 빛이 들어오고, 공간이 고요해지고, 장소가 스스로 말을 걸어오는 찰나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밀한 테크닉 없이는 선명한 이미지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감정을 담은 이미지는 기술과 직관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완벽하게 설계된 건물이라 해도, 그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살아나려면 빛과 분위기가 더해져야 한다. 나는 그 이미지가 ‘숨을 쉬는’ 순간 셔터를 누른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이 놓치기 쉬운 찰나를 포착하는 것도 당신의 역할 중 하나다. 촬영을 진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찰나는 언제인지 궁금하다. 스웨덴 말뫼 Malmö 에서 보낸 어느 저녁이 떠오른다. 흐릿한 빛이 잠시 유리 파사드를 순금처럼 바꿔놓은 적이 있었다. 단 몇 초뿐이었지만, 오히려 그 덧없음 때문에 더 강렬했다. 오직 기다림과 집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모든 건 당연히 AI 없이 작업했다”는 언급 또한 흥미롭다. 건축 사진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감각. AI는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아주 정교하게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느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사진가와 공간, 그리고 빛 사이에는 물리적이고도 직관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인내와 의도,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자라난다. 기계는 그런 조용한 연결을 흉내낼 수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건축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명확함이다. 건축은 과잉을 덜어내는 작업이고,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면 비로소 형태와 공간, 빛이라는 본질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속에서 고요함이 형성된다.
당신 작업의 근간은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세 단어로 말하자면 미니멀, 명확함, 그리고 절제다. 작품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본질만 남기고 싶다. 나에게 사진이란 혼란 속에서 고요를 찾는 일이자, 형태와 빛으로 한순간의 명료함을 붙잡는 일이다.
이번 수상은 작업 인생에 있어서도 큰 전환점이 되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번 상은 나에게 확신이자 격려였다. 앞으로 사진이 내 삶 속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바람은 여전히 단순하다. 계속 여행하고, 발견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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