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 에디션을 맞은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 작은 오브제의 힘부터 아르데코의 귀환,
동물적 조형까지 올가을 파리를 움직인 세 가지 디자인 키워드를 알아봤다.
작은 것들의 힘
손에 쥘 만큼 작은 오브제들이 드러낸 의외의 존재감.


1 비엔나의 균형감
벨기에 브뤼셀에서 온 신규 참가 갤러리 이브 맥소 Yves Macaux는 20세기 초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과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가 설립한 비너 베르크슈테테 Wiener Werkstätte의 장식성과 초기 모더니즘의 절제된 우아함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요제프 호프만의 황동 용기와 커틀러리, 아돌프 로스의 장식 시계가 주요 작품. 바로크적 화려함과 미니멀한 정제미 사이의 시대적 금속공예의 이중성을 다채롭게 보여줬다.




2 주얼리로 읽는 금속의 표정
두 해째 페어에 참여한 갤러리 미니마스터피스 Galerie MiniMasterpiece는 이우환, 피에르 샤팽, 안드레스 세라노, 파블로 레이노소에게서 영감받은 주얼리를 선보였다. 작지만 금속의 질감과 선이 또렷하게 드러나, 장식품이라기보다 손 안에서 완성되는 작은 조각 작품에 가깝다. 착용하는 순간 곧바로 ‘작품을 소유’한 것 같은 감각으로, 금속 한 조각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와 표정을 만들어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3 일상의 예술
뉴욕의 패트릭 패리시 Patrick Parrish 스튜디오는 칼 아우뵈크의 일상적 소형 오브제를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조형 언어로 조명했다. 종, 접시, 바구니, 북엔드처럼 익숙한 도구들이 장인의 손길을 거치며 전혀 다른 깊이를 얻은 것. 19세기에 청동 주조로 시작한 아우뵈크 워크숍은 바우하우스 경험을 더한 칼 아우뵈크에 의해 현대적 공방으로 재정의되었다. 손바느질 가죽, 연마된 브라스, 대나무 등 우수한 소재를 바탕으로 ‘포스트 바우하우스’ 감성을 완성했다.

4 코바늘의 조형적 변주
이탈리아 밀라노의 닐루파 Nilufar는 소재의 진정성과 조각적 형태를 축으로 빈티지와 동시대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알레그라 힉스의 ‘메타모르포시스 Metamorphosis’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여성적 공예’로 여겨지는 코바늘 뜨개 기법을 브론즈로 재해석해, 금속이 얼마나 다른 질감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금속 합금을 뜨개 스티치처럼 주조해 만든 이 오브제는 공예와 금속 조형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넘나든다.
아르데코의 재등장
아르데코 100주년을 맞아 그 시대의 미감을 호출한 갤러리들.

1 아르데코를 둘러싼 아이콘들
갤러리 샤스텔 마레찰 Galerie Chastel-Maréchal은 마르크 뒤 플랑티에의 암체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브론즈 플로어 램프 에뚜왈, 조르주 주브의 세라믹 컬렉션을 중심으로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을 한데 모았다. 특히 장 뒤낭의 포레 Forêt(1929년)는 옻칠과 은박으로 장식된 스크린 네 폭에 새와 사슴이 등장하는 마치 마법 같은 숲의 풍경을 담고 있다. 마리 보나파르트 공주의 저명한 컬렉션에서 온 작품이라는 사실도 무게감을 더한다.

2 역사와 꽃이 섞이는 순간
갤러리 맥시메 플래트리 Galerie Maxime Flatry는 장 베스나드, 에르네스트 샤플레, 피에르-아드리앵 달페이라의 1890~1930년대 세라믹 작품을 단정하게 모아 선보였다. 형태와 유약의 농도가 꽤 과감함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유물이라기보다 지금 막 다시 등장한실험적 오브제처럼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티에리 부테미의 플로럴 인스톨레이션이 더해지며, 역사적 오브제와 살아 있는 식물이 한 전시 안에서 미묘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동물에서 비롯된 상상력
동물의 몸짓과 서사를 차용한 ‘동물형상주의’ 키워드.

1 기묘한 형상들
다게 브레송 Daguet-Bresson은 티모테 움베르의 새로운 대형 세라믹 작업을 정원에 설치했다. 만화, 그래피티, 부족 조각 등에서 가져온 이미지가 뒤섞이며, 동물인지 인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기묘한 형상들이 나타났다. 움베르는 전통적 기법을 벗어나 석기 스트립을 이어 붙이고 매트한 유약을 입힌다. 형태와 환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조각이 갖는 ‘형태’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 새를 따라가는 이야기
갤러리 가스투 × 데프레 브레헤레 Galerie Gastou × Desprez-Bréhéret는 ‘얼리 버드 Early Birds’라는 테마 아래 벨기에의 마롤르 장인들이 남긴 ‘꼬꼬떼 램프’, 프랑수아 자비에 라랭의 ‘우아조 다르장’ 테이블, 이레네 카타네오의 나뭇가지 형태 샹들리에를 함께 선보였다. 새라는 단일 모티프가 철, 목재, 도예로 옮겨지며 각각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 점이 흥미롭다. 아침 일찍부터 작업하던장인들의 태도처럼, 작품 전체에 ‘기분 좋은 소란’과 손맛이 살아 있다.



3 생명을 닮은 형상
갤러리 미테랑 Galerie Mitterand은 클로드 & 프랑수아 자비에 라랭의 대표작인 ‘무통 트랑주망’, ‘벨리에’, ‘아뇨’, 그리고 정원에 놓인 ‘토르튀 토피에르 III(2000년, 2003년)’ 등을 한데 모았다. 브론즈와 자연을 결합해 만든 거북이 조형이나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는 토끼 ‘라팽 아 방 (1994~2008년)’은 동물 조형이 어떻게 유머와 상징성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4 우화 속 동물들
더 퓨처 퍼펙트 The Future Perfect는 비크람 고얄의 설치작업 ‘더 소울 가든’을 선보였다. 코끼리, 거북이, 호랑이, 악어, 뱀이라는 다섯 동물이 각각 다른 덕성과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관람객이 작품 사이에 앉아 책자를 읽고 향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전시 일부로 작동했다. 인도 판차탄트라의 우화를 현대 조형으로 번역한 셈인데,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인 스케일이 자연, 신화, 생태를 잇는 독특한 감각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