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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는 방향을, 완벽보다는 꾸준함을. 단단하게 뿌리내린 건강한 삶의 태도를 전하는
쿠킹 클래스 ‘뿌리온더플레이트’ 대표 이윤서, 강대웅 부부의 이야기.

북한산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2층 다이닝 룸.

연말이 다가올수록 자연스레 지난 한 해 다짐을 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기필코 건강한 생활을 습관으로 굳혀보겠다’는 결심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하루 세 끼를 제대로 챙기기도 버거운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용히 다듬어온 부부가 있다. 건강한 식단과 태도를 통해 삶의 방향 자체를 재정비해온 ‘뿌리온더플레이트’ 공동대표 이윤서, 강대웅. 이들이 직접 실천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일상의 감각은 쿠킹 클래스와 그로서리 스토어, 때로는 전시로 확장되며 더 많은 이들의 삶에 스미고 있다. 다소 시간이 들고 번거롭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 중심엔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단단한 태도가 있다. 이들 공간에서 나눈,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작고 지속적인 실천에 대한 이야기.

뿌리온더플레이트 강대웅, 이윤서 대표.
이윤서 대표가 차곡차곡 모아온 다기와 오브제에는 그의 담백한 취향이 담겨 있다.

‘뿌리온더플레이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두 분은 이곳을 한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윤서 건강한 삶의 방식, 채식, 일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며 나누는 곳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건강한 음식과 균형 잡힌 마음가짐을 지향하는 부부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서는 식단뿐만 아니라 마음가짐과 생활습관도 중요하죠. 두 대표님의 평소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이윤서 주로 생협, 농부 직거래 등을 통해 구매한 유기농 농산물로 집밥을 요리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저녁 수업이나 일정은 잡지 않는 편이에요. 집과 일터가 같은 곳이다 보니, 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위해 저녁은 쉼의 시간으로 온전히 채우려 노력합니다.
강대웅 저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만트라나 기도문 암송하는 걸 중요시해요. 식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가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의 영향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는데, 그런 무거운 에너지를 가볍게 해주는 작업은 마치 매일 샤워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가벼워지면 몸도 가벼워지니까요.
실천을 넘어 여러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윤서 뿌리온더플레이트를 통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한 분들을 만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항암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아온 분, 난임을 겪다가 출산의 기쁨을 안게 된 분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분들이 일상 속에서 조금씩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 깊은 감동과 기쁨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과 함께 따뜻한 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문득 채식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기 이전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이윤서 과거의 저는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게 건강보다는 유행을 좇는 삶을 살았어요. 그러던 중 건강이 점점 악화되며 건선 같은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2010년부터 건강 회복을 위해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죠. 이후 마크로비오틱 섭생을 공부하며 건강한 채식 식단을 만들게 되었고, 이를 요리 수업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2023년에는 서울 도심에 건강한 집을 짓고, 지속적으로 건강한 먹거리와 삶의 방식을 나누며 살고 있어요.
강대웅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그저 먹고 싶은 걸 먹는 평범한 학생이었고요. 채식하면서도 정말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정크푸드 중에도 채식이 있거든요. 2013년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시작하게되면서 비로소 익숙하고 관심 있는 먹거리를 주제로 삶과 일을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둘러싼 자연이 내부로 이어지는 듯한 다이닝 룸 인테리어.
주방 한 편을 장식한 데이빗스 픽 판매 제품들.
우드 톤의 가구와 오브제로 정갈하게 정돈된 2층의 주방.

그렇다면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시작한 이후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이윤서 먹고 살아가는 일련의 삶의 방식에 대해 좀 더 주체적으로 살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채식을 통해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에 대한 인식이 더욱 명확해졌고, 그 가치가 삶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강대웅 사실 30대 초반까지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마음이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요즘엔 ‘내가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는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마음가짐을 조금씩 가다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2년 시작한 그로서리 스토어 ‘데이빗스 픽’은 어떤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나요?
강대웅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쿠킹 클래스에 참석하는 분들이 식재료 구입 방법에 대한 질문을 종종 하셨어요.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재료를 좀 더 편하게 소개하고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데이빗스 픽입니다. 음식과 먹거리라는 주제로 오래도록 일해왔기에, 그 흐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맛있고 성분 좋은 식재료를 직접 찾아 소개하는 일 자체도 무척 흥미로웠고요.
식재료는 어떤 방식으로 공수하는지 궁금합니다.
강대웅 가능한 한 첨가물을 최소화한 유기농 제품,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린 커리 페이스트는 데이빗스 픽에서 수입하기 전부터 자주 사용하던 제품이었는데, 수업이나 클래스에서 구매처를 묻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져 직접 태국 현지 제조업체를 방문해 독점 계약까지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제품은 ‘칼라마타’라는 올리브 절임이에요. 지난해 덴마크 한 레스토랑의 샐러드에서 처음 맛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판매처를 물어보았더니 그리스
품종이라고 하더군요. 꼼꼼히 찾아보니 유기농에 공정무역 인증까지 갖춘 좋은 제품임을 알게 되어 수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지만,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실천의 벽에 가로막힐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갖추면 좋을 마음가짐, 혹은 팁이 있을까요?
이윤서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간헐적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미트 프리 먼데이 Meat Free Monday’처럼 한 주 중 하루는 육식 없이 보내거나, 하루 한 끼, 혹은 주말만 채식을 실천하는 식으로요. 일상의 일부만 바꾸는 방식은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고, 좀 더 자연스럽게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강대웅 의무적이거나 강박적인 마음을 가지고 시도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삶의 결이 좋아서, 스스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건강한 삶에 대한 필요성이 덜 느껴진다면,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그 불편함을 넘어서면 ‘이런 삶이 좋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팝업 이벤트와 전시 용도로 사용되는 지하 차실엔 조선시대 고가구와 다양한 다기가 어우러져 있다.
이윤서 대표가 집필한 책 <매일 한끼 비건 집밥>과 <채식견문록>이 책꽂이를 장식하고 있다.
데이빗스 픽에서 판매하는 그린 커리 페이스트로 차려낸 식사.
부러진 나뭇가지를 행거로 활용해 차실에 소박한 멋을 더했다.

환경호르몬 배출 방지를 위해 목조 건물을 택하는 등,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공간 또한 ‘건강한 집’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요.
강대웅 보통 집을 지으면, 주택이든 아파트든 크고 작은 하자가 생깁니다. 하자가 0%인 집은 없겠지만, 살면서 크게 고통받을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예방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건강하고 하자 없는 집을 짓기 위해 사전에 여러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미리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찾아보면서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특히 실내 공기 질을 위해 ‘열 회수 환기장치’는 꼭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에 제대로 기능하는 독일 제품으로 설치했는데, 지금 아주 만족해하면서 살고 있어요.
건물의 층별 용도는 어떻게 되나요?
이윤서 벙커형 지하 1층은 근린생활시설으로서, 티룸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 여러 팝업 이벤트 및 전시 등을 열고 있습니다. 1층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사적인 생활공간이고, 2층은 평소 사용하는 주방이자 쿠킹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어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도 자연주의적인 느낌이 깃들어 있죠. 이 중 특히 마음이 가는 가구나 소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윤서 업사이클링 제품이나 오래된 빈티지 가구를 좋아합니다.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과 멋스러움에이끌려 하나둘씩 모으게 됐어요. 특히 10명 정도 둘러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영국 올드파인 빈티지 테이블은 9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손님들도 음식 사진 담을 때마다 좋아하세요. 테이블과 함께한 이런저런 인연이 생각나네요. 부러져 있던 나뭇가지를 선반으로 만들어 2층 주방과 지하 1층 차실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해요.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레 바래지는 색감이 좋아 애정이 많이 가는 소품입니다.
요즘 두 분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이윤서 마흔이 되고 나니 몸과 마음의 노화를 여실히 실감하고 있어요. 특히 신체적인 변화를 겪으며, 건강하게 잘 늙어가고 싶다는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운동법과 식단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요. 현재는 재활운동에 가까운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고, 하루 한 끼는 디톡스 식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대웅 자유로운 마음, 물 흐르듯이 자유로운 삶. 결국 마음이 자유로워야 몸도 삶도 가볍고 유연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네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 시기, 앞으로 삶에 있어 소박한 목표 혹은 계획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이윤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부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요즘은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요리나 토스카나 지역의 가정식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단기 요리 유학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계속해서 꿈꾸는 40대이고 싶습니다.(웃음)
강대웅 데이빗스 픽 온라인 몰이 좀 더 자리를 잡게 되면, 마음 디톡스 프로그램에 집중해보고 싶어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나누며 사람들의 일상에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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