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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상하이에 아트 라이브러리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을 개관했다. 중국 본토 최초의 현대미술 공공 도서관을 중심으로 전시와 큐레이션, 공연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다.

책 5만여 권이 소장되어 있는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 라이브러리. ©CHANEL, Power Station of Art

동시대 예술은 단순히 이미지나 오브제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텍스트와 맥락, 역사와 비평 속에서 다시 읽힐 때 그 의미는 비로소 확장된다. 그렇게 예술은 종종 전시가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시장에서의 경험이 순간이라면, 그 이후의 시간은 사유로 이어진다. 예술 도서관은 바로 그 사유의 시간을 위한 공간이다. 전시장에서 포착되지 않은 배경과 질문을 호출하고,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감상을 기록과 지식의 형태로 축적한다. 도록과 아카이브, 연구 자료는 예술이 계속해서 해석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상하이 황푸강변에 자리한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 Power Station of Art(이하 PSA)는 이러한 역할을 가장 분명하게 수행하는 장소다. 약 110년 전 중국 최초의 전력 발전소로 문을 연 이 산업 시설은 오늘날 예술과 디자인, 공연과 사유가 교차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재가동됐다. 산업 유산의 시간 위에 동시대 예술의 리듬을 겹쳐 쌓아올린 이곳은, 이름 그대로 ‘예술이 생산되는 발전소’다.

황푸강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리버사이드 테라스. 인디언 텐트 위 커다란 풍선 인스톨레이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CHANEL, Power Station of Art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전시 전경. ©CHANEL, Power Station of Art

그 중심에 샤넬이 만든 아트 라이브러리,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 Espace Gabrielle Chanel이 문을 열었다.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은 단순히 브랜드 공간이 아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평생에 걸쳐 실천해온 예술 후원과 창작자에 대한 신뢰, 그리고 예술이 삶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한 결과다. 지난 100년간 샤넬은 예술가와 사상가, 시각 예술과 공연 예술을 꾸준히 지원해왔고, PSA와의 협업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2021년 시작된 샤넬 컬처 펀드의 아시아 첫 프로젝트 ‘넥스트 컬처럴 프로듀서 Next Cultural Producer’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된 관계와 비전은 이번 공간으로 구체화됐다. 단기적인 후원이 아닌, 창작 환경 자체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PSA 관장 궁옌은 “100년 전 가브리엘 샤넬은 당시 여성에게 부여된 제약을 넘어 패션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오늘날 PSA는 중국 본토 최초의 공공 현대 미술관으로서 중국의 국내외 예술가 및 학자들과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시대적 예술 변화를 기록하고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은 이러한 문화적 개척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새로운 삶의 방식, 문화, 예술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파워 스테이션 오브 디자인(psD) 전시 공간. ©CHANEL, Power Station of Art
샤넬과의 협업을 통해 PSA 3층 전면이 리노베이션되었다. 인더스트리얼한 골조를 살리며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입구. ©CHANEL, Power Station of Art
단정한 책장 디자인과 층층이 쌓인 서고가 숲처럼 보이는 아트 라이브러리 전경. ©CHANEL, Power Station of Art

PSA 3층에 자리한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은 1년 6개월에 걸친 리노베이션으로 재탄생했다. 도서관과 극장, 파워 스테이션 오브 디자인(psD), 황푸강을 향해 열린 리버 사이드 테라스를 아우르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전시를 보고, 공연을 경험하고, 머무르며 읽고 사유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간의 중심에는 일본 유명 건축가 사카모토 카즈나리 Sakamoto Kazunari가 설계한 중국 본토 최초의 현대미술 공공 도서관이 자리한다. 1700㎡ 규모의 이 도서관은 설계 구상부터 완공까지 10년에 걸쳐 완성됐다. 서가는 완만한 경사 램프를 따라 이어지며, 독서는 산책에 가까운 경험으로 전환된다. 오르내리는 동선 속에서 몸의 움직임과 사고의 흐름이 겹쳐지고, 독자는 책과 공간, 그리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도서관에는 예술, 디자인, 건축, 사회과학 분야의 도서와 오디오 북 5만여 권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 중 1만여 권은 일반 방문객에게 공개된다. 2층에 위치한 중국 현대미술 아카이브는 중국 현대미술의 조직과 연구, 해석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기능한다. 공연, 비디오 아트, 사운드 실험 등 다양한 창작 활동 역시 이곳에서 환대를 받는다. 도서관이 사유의 리듬을 만든다면, 같은 층에 위치한 300석 규모의 극장은 공간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전시와 공연, 강연과 사운드 실험이 유연하게 이어지며 관객과 참여자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황푸강을 내려다보는 리버사이드 테라스는 이 모든 경험 이후 잠시 머물 수 있는 여백으로 남겨졌다. 현재 라이브러리에서는 ‘집’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큐레이터 후 한루 Hou Hanru가 기획한 이 전시는 ‘집’을 단순히 쉬는 물리적 거처가 아닌, 예술과 사유가 잠시 머무는 임시적 장소로 정의한다. 전시는 작품보다 문서와 기록, 사고의 흔적에 주목하며, 이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용히 예고한다.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읽히고, 축적되고, 다시 질문받는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예술이 계속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은 오늘도 천천히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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