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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 아프리카의 새로운 문화 허브들이 2030년을 향한 미래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2019년 알세칼 콘트리트에서 펼쳐진 전시회 오프닝. © Tara Atkinson, Alserkal and Samdani Art Foundation

2026년은 2020년대 하반기 5년의 첫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처럼 여겨진다. 먼 미래의 분기점처럼 여긴 2030년을 준비하는 데 5년이 남은 셈이다. 바로 이 시점에 ‘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 그동안 소외되어온 지역의 변화가 뚜렷해 보인다. 먼저 중동 지역은 2026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트 바젤을 열며 최초의 아트 페어를, 11월에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리며 세계 미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9년부터 정부 주도로 ‘아트 아부다비’라는 국제 아트 페어를 개최해온 아부다비는 2026년부터 프리즈 페어로 이름을 바꾸며 확장한다. 2025년 이미 10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하며 최대 규모를 선보였고, ‘노마드 Nomad’ 디자인 페어가 같은 시기 옛 아부다비공항에서 개최되며 이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는 세계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2027년에는 디자인 마이애미가 두바이 알세칼과 함께 중동 지역 최초의 글로벌 디자인 페어를 론칭할 계획이다. 두바이 알세칼은 두바이의 산업지역을 복합문화단지로 개발한 곳으로서 미술관,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 공연장, 카페 등 100여 곳의 크리에이터들이 집결되어 있는 4만9600㎡(약 1만5000평) 규모의 문화단지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한류 문화와 교육, 의료, 디지털 등이 집결된 ‘K-City’ 조성도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 디자인 마이애미의 회장 제시 리 Jesse Lee가 재미교포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디자인 마이애미 두바이와 K-City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옛 아부다비공항에서 개최된 ‘아부다비 노마드 디자인 페어’ 전경. © Nikita Berezhnoy, NOMAD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축제인 남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매년 하나의 언어를 테마로 정하는데, 2026년에는 한글을 선정했다.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유일한 사례다. 아직 공식 프로그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7월 본 공연에 다수의 한국어 공연이 열릴 것이다. 게다가 2026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경 너머에서도 한국 문화가 곳곳으로 전파되며 세계를 리드하는 문화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운 해이다.

지난 11월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 페어. © Ian Art Consulting

동유럽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슬로베니아 북부의 아름다운 호수 도시 블레드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가가 짓고 있는 ‘라 뮤지엄 Muzej Lah’이 2026년 8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4960㎡(약 1500평) 규모로, 슬로베키아 출신 사업가 이고르&모즈카 라 부부가 30여 년 동안 모은 현대미술 소장품 중 80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수도 류블라냐에는 2021년 새로 건립한 현대 미술관 추크라르나에서 세계적인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빅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데, 작가가 태어난 1946년은 세르비아와 슬로베니아가 유고슬라비아라는 한 나라였다. 그 외 이집트 미술관이 설립된 카이로,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된 핀란드의 오를루, 2025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관한 모로코 마라케시의 아프리카 현대미술관 등 북아프리카와 북유럽의 변화도 놓칠 수 없다. 과거의 문화 중심지가 아닌 낯선 도시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변화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자,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문화 엑스포는 약 100년 전 파리와 런던의 만국박람회가 이룬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점이 되지 않을까?

에디터 | 원지은
WRITER |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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