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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의 기원부터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한 양식이 지속되어온 방식을 되짚는 전시가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막심 당작이 일대일 실물 모형으로 복원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실내 모습. © Orient Express
막심 당작이 일대일 실물 모형으로 복원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실내 모습. © Orient Express
© Les Arts Décoratifs/Christophe Dellièr

아르데코가 10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그 본거지로 돌아왔다. 현재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1925-2025. One Hundred Years of Art Deco>는 아르데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광란의 20년대’가 남긴 유산의 걸작을 조망한다. 1968년, 미술사학자 베비스 힐리어 Bevis Hillier는 1920~1930년대 성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에 대해 “모든 장르에 하나의 양식이 관철되던 사례”라고 표현했다. 가구와 건축은 물론 실내장식, 의복,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 가미된 모든 생활양식에는 아르데코 특유의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미와 곡선과 직선의 조화가 돋보였다. 당시만 해도 ‘재즈 모던 Jazz Modern’, 혹은 ‘모데른 Moderne’이라고 불리던 양식에 ‘아르데코’라는 정식 명칭이 생기게 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다. 1925년 파리 현대장식 및 산업미술 국제박람회 Exposition des Arts Décoratifs 이름 중 ‘장식 예술’을 뜻하는 Arts Décoratifs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세기 후, 이름의 기원이자 양식의 출발점인 장소로 귀결한 본 전시는 한 시대가 품던 꿈과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매혹시키는 디자인 유산을 되짚는다.

© Les Arts Décoratifs/Christophe Dellièr

약 1000점에 이르는 전시품은 가구, 보석, 회화, 패션을 넘어 기차 객실에까지 이른다. 여기서 기차 객실이란 1920년대 커다란 황금기를 누린 럭셔리 기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를 의미한다. 르네 라리끄를 비롯한 당대 저명한 예술가들이 장식을 맡던 객실 내부는, 오늘날 예술감독 막심 당작 Maxime d’Angeac에 의해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실물 크기 모델로 복원되었다. 이 복원 모델은 1926년 제작된 실제 객실과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부드러운 실루엣의 가구와 광택 나는 금속, 조각 같은 보석과 조명을 통해 당대 인물들이 삶을 향유하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갤러리가 주목한 건 아르데코를 대표하는 주요 디자이너 에밀-자크 룰만, 아일린 그레이, 장-미셸 프랑크의 유산이다. 에밀-자크 룰만의 상아 서랍장이 프랑스 장인정신의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아일린 그레이는 래커 스크린을 통해 동시대 여성 작가의 선구적인 감각을 내세웠다. 장-미셸 프랑크가 추구한 극도의 미니멀리즘 또한 공간을 장식한 곳곳의 오브제에서 몸소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중앙에 자리한 까르띠에의 주얼리는 아르데코가 보석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시사하기도 한다. 섬세한 기하와 정제된 장식, 이국적 패턴과 산업 기술의 정교한 특색을 지닌 당시 주얼리는 차별성과 현대성을 추구하는 국제적이고 도시적인 새로운 삶의 미감을 구현한 시대의 증명인 셈이다.

<1925-2025. One Hundred Years of Art Deco> 전시 전경. © Christophe Dellière
까르띠에와 워치 메이커 모리스 쿠에가 제작한 진자 시계. © Les Arts Décoratifs/Jean Tholance
아마란스 목재와 상아, 흑단 등으로 완성한 에밀 – 자크 룰만의 장식장. © Les Arts Décoratifs/Jean Tholance
<1925-2025. One Hundred Years of Art Deco> 전시 전경. © Christophe Dellière

파리 장식미술관이 아르데코의 형성과 확산에 기여한 역할을 함께 고려한다면 전시를 좀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파리 장식미술관은 아르데코가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 잡기 이전인 1900년대 초반부터 장식미술가협회(Société des Artistes Décorateurs)의 살롱을 개최하고 풍부한 컬렉션을 구축해왔다. 또한 1960년대 이후에는 이를 재조명하는 데 있어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했는데, 그중에서도 1966년 전시 는 잠시 잠잠해졌던 아르데코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의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후 수십 년간 이어졌고, 1970년대에는 아르데코의 열렬한 애호가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협력자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크 그랑주 같은 인물들에 의해 더욱 확장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장식미술관이 그랑주에게 전시 구성에 대한 전권 위임, 즉 카르트 블랑슈 Carte Blanche를 부여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기억이 머무는 장소가 아늑하다면, 사유가 머무는 장소는 늘 새롭다. 전시 <1925-2025. One Hundred Years of Art Deco>는 아르데코를 과거에 귀속시키기보다, 제도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돼온 양식으로 제시한다. 반복적으로 호출 및 재구성돼온 미적 체계 속, 어쩌면 우리는 과거를 회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양식이 어떻게 현재형으로 유지되고 다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이 전시를 마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 Christophe Dellière
클레망 메르가 디자인하고 가구제작자 샤르티에가 제작한 아르데코 형식 테이블. © Les Arts Décoratifs/Christophe Dellière
사이드보드는 소니아 들로네가 1923년경 제작한 작품. © Les Arts Décoratifs/Jean Tholance
© Christophe Dellière
르네 프루의 1925년 파리 현대장식 및 산업미술 국제박람회 포스터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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