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건축가상은 건축의 형상보다 질문과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 지역의 풍토와 일상의 감각을 정교하게 다루는 방식에 주목했다. 지난해 수상의 기쁨을 맞이한 세 팀의 건축가들.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정이삭, 홍진표



수상 소감 2013년 에이코랩이 시작된 이래 상을 받기 위해 지원한 적은 없었고,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주는 상만 받아왔다.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데 비해 많은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업뿐 아니라 좋은 상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젊은건축가상에 첫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우리 작업이 건축계, 특히 기성 건축가들에게 소통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2025년에는 사회와 기성 건축계의 눈높이를 고려했고, 그 절충이 우리가 사회화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결과는 좋았고,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에이코랩의 작업이 기성 건축계에 이해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해 심사위원이 젊은 감각의 선배 건축가들이어서 더 소통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 건축가’라는 호명에 대한 생각 스스로는 젊다고 믿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에이코랩은 설립 13년이 되었고, 초기 작업부터 매체에서 다뤄져 건축계와 대중에게 비교적 일찍 알려졌다고 느낀다. 상을 원할 때 진짜 젊은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짧은 고민이었다.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우리가 더 사회적인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는 귀찮고 때론 무의미하다고까지 생각했던 상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상작 및 대표 작품 ‘N작가 주택’은 1969년 지어진 예술가 부부의 주택을 오늘날의 생활 방식에 맞춰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기존의 재료와 마을 풍경을 존중하며 불완전한 건축을 동시대 기능과 형상으로 잇는 데 의미를 두었다. ‘있기에, 앞서’는 시흥 시화공단 하수종말처리장의 유휴 공간을 자연으로 돌아가는 경험의 장소로 전환한 프로젝트인데, 최소한의 개입으로 다양한 행위가 스스로 자리 잡는 바탕을 만들었다. ‘청파동 킷테’는 외관은 서구식, 구조는 일식, 난방은 한식이라는 1930년대 주택의 혼종적 특성과 변용의 과정을 존중한 리모델링 작업으로서, 근대 생활사와 건축 자료를 아카이브하며 현재는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업 방식 건물과 무관한 추상적 공상부터 과할 정도의 구상적 수행까지 이어지는 방식이 특징이다. 에이코랩은 삶의 터전 곳곳의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보통의 건축에 존중과 비판 의식을 동시에 가지며, 그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천천히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나머지’를 만든 이들이 의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결을 찾아 기능과 아름다움을 보태고, 조금 짓고 시간과 결함을 존중하며 고치는 방식이다.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계획자가 일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은 긴 시간이 품은 가치는 살리면서, 문제를 없애는(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결하는(리모델링) 방식의 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에이코랩이 마주하는 리모델링 현장은 지난 역사 속 이용만 당한 ‘싱크홀’처럼 느껴지고, 한국 건축의 싱크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놓친 시점으로 돌아가 진심 어린 형상을 다시 바라보고, 다시 생산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다음 단계 13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규모와 용도의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 건축계 내부의 평가보다 대중과 소통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다. 잠시 유행처럼 스쳐가는 소비적이고 휘발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랫동안 좋은 장소로 기능할 수 있는 공공 건축에도 좀 더 신경을 쓰고 싶고, 우리 주거문화의 새로운 다음을 상상해보고 싶다.
중원건축사사무소 김선형
중원건축의 김선형 건축가는 건축을 형태나 이미지보다 질문과 과정에서 출발하는 작업으로 확장해왔다. 아버지 김낙중 건축가에게서 이어진 사무소의 맥락은 단순한 형식적 계승이 아니라 태도와 언어의 연속성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건축에 관한 글을 읽으며 자란 경험은 외형보다 바라보고 말하는 방식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었고, 그는 구조와 제작의 논리를 전면에 두며 환경과 기술이라는 동시대적 조건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 결과물은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교한 형상으로 구현되며, 목조 구법과 디테일의 완성도를 통해 건축가의 질문과 기준이 실재로 전환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동시에 이 호명이 하나의 이미지나 위치에 머무르지 않도록, 이후의 작업으로 계속 갱신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수상 소감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상을 통해 어떤 특정한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그동안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작업의 흐름 전체가 함께 읽혔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미 몇 차례 상을 받았지만, 이번 젊은건축가상은 결과보다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조건과 과정을 통과해왔는지에 더 주목한 것 같다. 또 작업의 한 시점을 정리해주는 중간 기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젊은 건축가’라는 호명에 대한 생각 ‘젊은 건축가’라는 호명은 나이나 경력보다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확정된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상태, 작업을 하며 계속해서 기준을 점검하고 다시 생각하려는 자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동시에 이 호명이 하나의 이미지나 위치에 머무르지 않도록, 이후의 작업으로 계속 갱신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수상작 및 대표 작품 ‘포레스트 에지’는 강원도 홍천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대지에서 주거와 일터, 여가 기능을 담은 프로젝트로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핵심으로 삼았다. 두 개의 동을 대지 레벨 차와 중정으로 연결하고 커튼월과 플랜터로 숲의 높이와 시선을 연장했으며, 중목 구조 노출과 트러스 모듈 배치로 건축적 틀과 경험을 통합했다. 숲과 건축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직한 방식과 디테일이 높이 평가되어 다수의 건축상을 받았다. ‘타호 캐빈’은 미국 네바다산맥 인근 숲과 산책로 사이에서 진행된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로, 기존 수목을 보존하고 산책로 리듬을 따라 배치해 체류의 기억성과 장소성을 강화했다. 이후 포레스트 에지로 이어지는 구조와 환경, 경험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출발점이 되었다.
작업 방식 설계를 시작할 때 무엇을 먼저 그려야 할지보다는 무엇이 먼저 결정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구조인지, 재료인지, 환경인지, 시공의 순서인지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그 출발점이 이후의 공간과 경험을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형태는 목표라기보다 결과에 가깝기 때문에, 만드는 방식과 설계자로서 결정적 판단의 순간이 자연스럽게 공간과 함께 드러나는 상태를 지향한다. 이러한 생각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건축연구소 ‘프레임 워크 Frame Works’의 이름에도 담겨 있다. 완성된 형태(Form)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틀(Frame)과 과정(Work)에 주목하자는 의미다. 설계는 도면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재료들의 관계 속에서 전 과정을 관통하며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그 흐름을 가능한 한 설계 방법론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 아름다움을 새로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사물이라면 무엇이든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잘 관찰하고 발견하려는 태도다. 그 순간은 크거나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사물이 자기 역할에 가장 가까워질 때 잠시 드러나는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늘 건축이 그런 순간을 과장 없이 의미 있게 드러내주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왔고, 그것이 세상에 오래 남아 지속되기 바란다. 건축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제대로 보게 만드는 일일는지도 모른다.
다음 단계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는 동시대의 한국성을 어떻게 읽어내고 건축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 과거의 형식을 참조하기보다, 지금 이 사회의 산업과 기술, 재료, 생활 방식 속에 스며 있는 감각과 질서를 건축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이는 한국성을 규정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현재의 조건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앞으로 진행할 작업을 통해 고민하며 구현해나가고 싶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는 이창규, 강정윤 건축가가 이끄는 사무소로, 제주라는 주변 환경과 생활 풍경을 밀도 있게 관찰하며 건축의 언어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경관에서부터 손에 닿는 즉각적인 공간까지의 관계를 정교하게 다루며, 장소의 특성과 일상의 감각을 건축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사무소의 출발점은 ‘촌스럽고 투박하더라도 우리의 건축을 하자’는 합의에서 비롯됐다. 이미 정립된 개념이나 조형 언어를 답습하기보다는 관찰과 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말로 건축을 시도해왔다.




수상 소감 신기하게도 무척 기쁘면서 동시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실 가장 받고 싶은 상이기도 했는데, 이 상에 지원하며 우리 작업을 되돌아보고 다듬던 시간이 떠올랐다. ‘한 시기를 충실히 잘 지냈고, 마무리가 잘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10년이 되었는데, 이제 또 다른 단계에서 더 즐겁게,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젊은 건축가’라는 호명에 대한 생각 젊다는 것이 물리적 나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축가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 방향을 설정하고 치열하게 검증하며 날카롭고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면 젊은 건축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일례로 건축가 중에는 백발이 성성하지만 눈빛은 아직 청년인 분들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고 마음이 뜨거워지곤 한다. 아마 계속해서 젊은 건축가의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역시 계속 그렇게 작업하고 싶다.
수상작 및 대표 작품 ‘월정리 두:집’은 월정리 마을의 올래와 단차, 축대의 안온함을 담아낸 작업으로서, 화려한 조형보다 마을과 땅의 자연스러움에 집중했다. 두 채의 집과 가운데 마당이 제주적 감각을 형성한다. ‘제주 나의 집’ 제주적, 한국적 정서를 서양식 목구조와 현대 재료로 풀어낸 프로젝트인데, 한옥 공간 원리와 지역 디테일을 경량 목구조에 적용했다. ‘베케’는 정원과 사무실, 카페의 성격을 담아 자연과 건축이 만나는 방식을 탐구한 작업으로서, 낮고 긴 조형과 회랑과 기단이 자연을 담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작업 방식 이번 젊은건축가상 전시에서 ‘땅으로부터’라는 파트를 만들고, 프로젝트마다 처음 마주한 땅을 완성된 건축과 병치시켰는데, 많은 분이 그 부분을 흥미롭게 봐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은 대부분 도시적 상황, 주변의 맥락 안에서 펼쳐지는데 이곳에서는 원초적인 땅, 빛과 어두움, 바람과 수목 등을 좀 더 먼저 마주하게 된다. 특히 제주의 땅은 한라산에서부터 바다까지 미세한 경사를 이루며 흐르기 때문에 지형의 굴곡이 많은 편이고, 자연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땅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제주에서 건축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지난하지만 귀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또 다른 지역 혹은 도시의 맥락 안에서 작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나 스스로도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 지역의 풍토와 시간,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과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집을 만드는 것, 이렇게 두 갈래가 있다. ‘월정리 두:집’과 ‘베케’는 전자에, ‘청수 목월재’와 ‘제주 나의 집’은 후자에 해당되는 작업이다. 땅과 자연에 반응하며 그것들과 가까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치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 가치들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서양식 혹은 현대적인 목구조나 재료를 가지고 우리 풍토에 어울리는 나무집을 만들고 싶다.
다음 단계 앞서 말한 두 가지 큰 방향으로 작업할 계획이며, 특히 그동안 익힌 자연을 대하는 방법 혹은 자연과 건축이 마주하는 방식을 다양한 장소에서, 주어진 프로젝트 성격에 맞게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들이 그 단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