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동계올림픽을 맞는 밀라노는 스포츠와 문화를 연결하는 ‘문화 올림픽’을 선언했다. 도시 전역의 미술관과 기관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거장들의 전시가 연이어 열린다.

매년 4월 디자인 페어로 주목받는 도시 밀라노. 올해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함께 2월부터 세계의 이목이 쏠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문화 올림픽(Cultural Olympiad)’이라는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을 공식 프로젝트로 내세웠다. 이탈리아의 문화 유산을 통해 올림픽의 가치를 홍보하는 한편, 스포츠를 통해 젊은이들의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풍부한 문화적 유산과 특별 전시가 있는 곳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좀 더 특별한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밀라노의 상징,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외에도 꼭 가야 할 곳들을 짚어보자. 먼저, 하이라이트는 안젤름 키퍼다. 밀라노 북부, 거대한 기차 공장을 개조한 현대미술 전시장 피렐리 항가르 비코카 Pirelli Hangar Bicocca는 안젤름 키퍼의 거대한 설치작품 <7개의 천상의 궁전>(2004~2015) 작품이 상설로 전시되고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명소다. 컨테이터를 거푸집 삼아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14~18m 높이의 타워가 들어서고도 여백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층고를 자랑한다. 이 웅장한 분위기를 이어갈 키퍼의 새로운 전시가 시내 밀라노 대성당 바로 옆 팔라초 레알레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레알레 궁전은 수세기 동안 밀라노를 통치했던 가문들의 거처로, 카리아티트 홀에는 40여 개의 거대한 여성 조각 기둥이 있다. 이곳에 설치될 38점의 신작은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의 여걸, 카테리나 스포르차에게 영감을 받은 <여성 연금술사> 시리즈다. 과거의 화려함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키퍼 특유의 예술관이 펼쳐질 예정이다.(2월 7일~9월 27일).


한편 항가르 비코카에서는 정기적으로 수준 높은 특별 전시가 펼쳐지는데,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여성 미디어아트의 거장 낸 골딘( ~2월 15일까지)에 이어, 젊은 이탈리아 신예 베니 보세토(2월 12일~7월 19일), 리트릭 티라바니자(3월 26일~7월 26일)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밀라노 시내로 다시 돌아와, 오래된 철강회사 안살도의 공장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개조한 문화박물관 무데크 MUDEC도 꼭 들러볼 만하다. 건물 중앙의 반투명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로비는 밀라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건축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현재 이곳에서는 치하루 시오타의 특별 전시 <눈의 감각>이 개최 중이다.( ~6월 28일) 천장에서 수직으로 늘어진 실들 사이에 매달려 있는 하얀 종이에는 한때 우리 삶의 일부였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관객들도 전시장에 마련된 상자에다 자신의 생각이나 그림을 제출함으로써 작품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편 밀라노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토리노 동양미술관에서는 설치뿐만 아니라 드로잉, 사진, 조각 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개인전 <영혼의 떨림>( ~6월 28일)이 열리고 있다. 밀라노와 토리노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치하루 시오타의 전시는 2026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밀라노를 넘어 이탈리아 북부 거점 도시들의 문화 역량을 집결하고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잘 구현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이탈리아 남쪽에 위치한 프라다 파운데이션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모나 하툼의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된다.( ~11월 9일)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부모 아래 태어나,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는 전 세계의 정치적 상황과 권력 구조, 불안과 위험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설치 및 미디어 작품을 선보여왔다. 앞의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증류소 부지를 렘 쿨하스가 보존과 증축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의 특수성을 극대화한 장소 특정적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밀라노 전역의 유서 깊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거장들의 전시회는 과거를 품고 미래로 나아가는 오래된 도시의 모범적인 행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