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몸을 통해 논리를 설정하고, 그 논리를 수행하며 예술의 구조를 확장해온 이건용의 작품 세계.

작가 이건용에겐 신체가 곧 예술 매체이자 작업도구다. 걷고, 먹고, 손을 움직이며, 때로는 그 움직임을 통해 지워지는 작업의 흔적마저 그에게는 작품을 완성하는 행위가 된다. 1970년대부터 신체를 매개로 한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는 몸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자신의 행위를 ‘퍼포먼스’가 아닌 ‘이벤트’, 이후에는 ‘로지컬 이벤트’라 칭해왔다. 이벤트가 즉흥성을 포함한다면, 로지컬 이벤트는 특정한 조건과 규칙에 기반해 설정된 논리적 구조 아래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을 담았다. 굽은 자세로 걸어가며 애써 그린 선들이 이어지는 발걸음을 통해 지워지며 흔적을 남기거나(<달팽이걸음>), 캔버스 측면에 서서 그려낸 반원이 하트를 완성해내는(<바디스케이프 76-3>) 등의 모든 행위가 이에 속한다. 이처럼 신체, 공간, 시간의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형식적 실험으로 가시화해온 한국 행위미술의 중추적 인물인 이건용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전시가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건용의 예술 활동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사유하는 몸>은 ‘신체와 논리’에 기반한 작가의 사유와 수행의 궤적을 좇는다. 전시는 초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전례 없던 기법을 실험해온 그의 퍼포먼스 기록 영상과 사진, 작업 노트 등 아카이브 자료와 회화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건용의 퍼포먼스가 과거의 사건으로 남는 대신 오늘날 계속해서 호출되고 다시 읽히는 것처럼, 전시는 그의 작업을 행위 이후 남겨진 ‘부산물’이 아닌 사전에 설정된 논리를 다시 읽고 재구성하는 장으로 제시한다. <동일면적>, <실내측정>의 초연 영상과 <건빵먹기>, <화랑 속의 울타리>, <손의 논리 3> 등 당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도 작품으로 처음 공개되는 자리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디스케이프> 연작 또한 전시장을 채워 관객은 자연스레 행위와 구조, 그리고 기록이 서로를 규정하는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미술 제작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신체 수행을 통해 작업의 지평을 확장해온 이건용. 그의 위치는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주요 일원이자 전위 예술 그룹 ST의 창립 멤버라는 역사적 맥락을 넘어, 몸으로 논리를 증명해온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확고해진다. 이제는 그가 축적해온 구조의 궤적을 다시 읽어볼 시간이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