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에서 유일한 샤토 호텔 세인트 제임스 파리.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라 곤잘레스의 재해석을 통해, 호텔을 넘어 하나의 집처럼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도심 한복판에서 누리는 시크한 컨트리 라이프. 세인트 제임스 파리 Saint James Paris는 파리에서 유일하게 정원에 둘러싸인 샤토 호텔로, 호텔이라기보다 오래된 개인 저택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곳은 미쉐린 가이드 2025 호텔 셀렉션에서 최고 등급인 3키를 획득하며, 오늘날 파리지앵 미학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파리 16구 아데나워 광장에 자리한 레지던스로,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자연 속에 놓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 역사는 18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전 대통령 아돌프 티에르의 미망인이 설립한 티에르 재단의 본거지로 출발해, 엘리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사용됐다. 당시 파리 16구는 지금보다 훨씬 전원적인 분위기였고,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지앵들은 인근 아클리마타시옹 정원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즐겼다. 1980년대에 세인트 제임스 클럽이 이곳에 자리 잡은 후, 1990년대에 호텔로 전환됐다. 2011년에는 를레 에 샤토 Relais & Châteaux에 합류했다.



세인트 제임스 파리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공간은 여러 차106 MAISON MARIE CLAIRE례 변화를 거쳤다. 1990년대 당대 디자인 아이콘이던 안드레 푸트망을 시작으로, 2011년 밤비 슬론을 거쳐 2021년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라 곤잘레스 Laura Gonzalez가 리노베이션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로라 곤잘레스에게 있어 세인트 제임스는 ‘호텔 파티큘리에 Hotel Particulier’, 즉 개인 대저택의 전형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덜어내고 빛을 더해서 신고전주의 건축이 지닌 볼륨과 몰딩, 장식적 디테일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세인트 제임스를 프렌치 아르 드 비브르를 담아내는, 시대를 초월한 파리지앵 클래식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로라 곤잘레스의 말처럼,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 성격은 분명해진다. 화려하면서도 로맨틱하고, 동시에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리셉션 데스크 뒤로는 가죽 키링이 달린 빈티지 열쇠들이 걸려 있고, 그 위로 6m 높이의 ‘생명의 나무’ 조형물이 공간을 장악한다.


프레스코 천장과 석고 부조, 모자이크 타일은 그대로 보존한 대신, 버터 톤을 시작으로 그린, 옐로, 핑크, 블루에 이르는 부드러운 색감을 더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우리 목표는 파리지앵 스타일을 구성해온 서로 다른 시대를 오늘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었어요. 중국풍 오브제가 유행하던 19세기부터 신고전주의 몰딩, 아르데코 디테일까지. 서로 다른 스타일을 조화롭게 믹스 앤 매치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파리지앵 호텔 파티큘리에의 정수입니다.” 총 50개 객실과 스위트룸은 모두 각기 다른 구성을 지니며, 높은 천장과 넉넉한 볼륨 위에 아르데코적 감성과 현대적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로라 곤잘레스는 호텔이라는 틀이 아닌 하나의 집을 꾸민다는 마음으로 접근했고, ‘정원이 있는 집’이라는 콘셉트 아래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나갔다. 디자이너가 수집한 오브제와 오래된 책, 조각과 회화는 마치 안목 있는 컬렉터의 저택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 섬세한 균형은 메종 피에르 프레이, 아틀리에 로마, 마뉘팍튀르 팽통 등 패브릭, 장식, 가구 분야를 대표하는 장인과 공방의 협업을 통해 구현됐다. 호텔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세인트 제임스 파리의 매력은 객실을 넘어 호텔 곳곳에서 이어진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벨푀유는 오픈 6개월 만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하며 단번에 주목받았다. 셰프 그레고리 가림베이는 채소를 중심에 둔 요리로 계절성과 지속 가능성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파노라마 벽화와 몰딩, 대리석 벽난로가 어우러진 공간은 겨울 정원을 연상시키고, 여름이면 정원으로 이어지는 테라스가 또 다른 장면을 만든다. 5000㎡ 규모의 정원은 이 호텔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19세기풍 키오스크 바와 거대한 파고라 아래에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라이브러리 바에서 조용한 무대가 열린다. 한때 학생 도서관이었던 이 공간에는 가죽 제본의 오래된 책과 나선형 계단, 코퍼드 천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클래식한 분위기 속 사적인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웰니스 공간은 호텔 경험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두 개 층에 걸쳐 조성된 400㎡ 규모의 스파와 웰빙 존은 로라가 리노베이션하며 새롭게 오픈한 곳이다. 유리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지는 실내 수영장은 부르고뉴 스톤 계단과 아치형 공간, 조각 작품이 어우러져 파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완성한다. 정원과 실내, 휴식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 세인트 제임스 파리는 다시 한 번 호텔을 넘어 ‘집’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WEB www.saint-james-par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