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휴양의 이미지로 기억돼온 호주가 최근 새로운 동시대 예술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부터 미술관 중심의 대형 전시까지, 변화의 징후는 분명하다.

호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가 있는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혀왔지만, 오랫동안 문화 예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술관이나 럭셔리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호주의 장점에 따른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광업과 농축산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후 넓은 주택에서 가족 중심의 생활을 유지해왔기에, 유럽이나 미주 주요 도시들에 비해 사교나 공공 문화의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호주는 새로운 예술의 강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상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수상 작가 아치 무어는 원주민 예술가로서, 그가 6만5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호주 원주민 가족의 계보도를 거대한 벽화와 설치로 구성한 작품은 비엔날레 주제이던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적격이었다. 현재 이 작품은 호주로 돌아와 브리즈번 퀸즐랜드 현대미술관에 기증 및 전시 중이다.(2026년 10월 18일까지) 또한 이 미술관에서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회도 열리고 있는데, 미술관 열리기 전인 오전 9시에 몰입 체험을 하고, 미술관 카페에서 다과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2026년 7월 12일까지)

멜버른 빅토리아 미술관에서는 2017년부터 트리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거대한 해골 조각도 트리엔날레를 위해 빅토리아 미술관이 의뢰한 커미션 작품이다. 뉴욕 현대미술관 로비에 전시되며 화제를 모은 레픽 아나돌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품도 멜버른 트리엔날레에서 먼저 소개된 작품이다. 동시대 미술, 디자인, 건축,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이 전시는 미술관 4개 층을 모두 사용하여, 대규모 설치 작업과 실험적 프로젝트를 소개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글로벌 담론을 형성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부터 2027년 봄까지 네 번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멜버른은 호주에서 갤러리가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며, 2월이면 격년마다 ‘멜버른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호주의 수도 시드니에는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현대미술관이 있다. 현재 첨단 미디어 아트 전시회 <데이터의 꿈, 인공지능과 예술>이 진행 중인데 히토 슈타이얼, 아니카 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2026년 4월 27일까지) 이곳에서는 격년마다 3월부터 6월 사이 시드니 트리엔날레가 개최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 총감독은 샤르자 공주이자 지난해 아이치 트리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크레이터 후르 알 카시미가 맡게 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캔버라 국립미술관에는 야외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작가 제임스 터렐, 안소니 곰리의 대표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이상의 국공립 미술관 외에도 사립미술관 모나 Mona가 있다. 대륙 남단 태즈메이니아 호바트의 작은 섬에 지어진 미술관인데,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며 사암 절벽을 파내 미술관을 지하에 구성한 미로 같은 건축이 독특하다. 전시 작품은 고대 유물과 현대미술이 병치되어 있으며, 레스토랑과 호텔도 함께 운영해 독특한 경험을 찾는 이들에게 점점 화제를 모으는 곳이다. 이상의 변화는 원주민과 공존하는 삶, 독특한 자연 지형 등 호주의 역사와 맥락을 수용하면서 지난 몇 십 년 동안 천천히 이루어져왔고, 마침내 로컬 문화를 존중하고 새로운 감각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취향과 맞물리며 예술의 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제 자연과 휴양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맞춰 새로운 호주를 발견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