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재료가 하나되는 순간, 또 다른 존재로 태어나는 조각. 자연과 생명의 숨을 평생에 걸쳐 조형해온 김윤신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김윤신에게 조각이라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지 감히 상상해 본다. 한 손엔 톱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엔 육중한 원목을 껴안은 채 익숙한 듯 나무를 깎아낼까, 혹은 조각 하나하나에 염원을 담은 올곧은 마음을 수행하듯 쌓아올릴까. 70년이 넘는 시간을 예술에 정진할 수 있는 체력과, 그보다 더 근본적인 마음가짐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부제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와 재료가 하나되는 순간(合), 그 결합에서 또 다른 존재로서의 작품이 탄생한다는 개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곧 김윤신의 작업 근간이자, 오랜 시간 나무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잠재된 형상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통해 다다른 작가의 통찰이다.

1935년 원산에서 태어나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성장한 그는 한국 현대사의 격량을 온몸으로 통과한 세대다. 1950년대 홍익대에서 조각을 공부한 뒤, 1960년대 파리 유학을 통해 조각과 석판화를 익혔고, 1970년대에는 수직 형태의 나무 조각으로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한 축을 형성했다. 이후 1983년, 안정된 기반을 뒤로하고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선택은 그의 작업을 한층 더 강렬하게 전환시켰다. 낯선 환경, 거대한 나무, 그리고 전기톱이라는 도구는 김윤신의 조각에 더욱 역동적인 생명감을 부여했다.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이러한 변화의 궤적을 따라간다. 파리 시절의 석판화와 드로잉, 1970년대의 평면 실험,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작업한 대형 목조각과 최근 ‘회화-조각’에 이르기까지 17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은 오히려 나무를 대하는 작가의 일관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평면이든 입체든, 그는 언제나 자연과 생명, 그리고 그 에너지를 형상화하는 방식에 몰두해 있었다. 나무의 결을 남기고, 껍질을 드러내며, 그 속을 파내는 방식 속에서 작가는 재료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겹쳐놓는다. 숨 쉬듯 이어온 시간 속에서 손에 남은 톱질과 망치질의 흔적, 그리고 끝없는 과정을 통과하며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조각은 한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의 기록이자,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생의 문장이다. “나는 그냥 자연이에요. 자연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예요.” 구순이 넘는 그는 이번 회고전을 여는 자리에서 그저 덤덤하게 말할 뿐이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