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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사라진다.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 영원한 꽃을 만드는 네 명의 아티스트.

종이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생생한 컬러와 수형이 돋보이는 더 그린 베이스의 작업.

리비아 체티 Livia Cetti

미국 뉴욕 브롱크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페이퍼 플라워 아티스트. 2005년 페이퍼 플라워 스튜디오 ‘더 그린 베이스 The Green Vase’를 설립해, 식물학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 종이꽃 작업을 선보인다. 모든 페이퍼 플라워는 장인과 함께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에르메스, 아스티에 드 빌라트, 앤트로폴로지 등의 디스플레이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INSTAGRAM @thegreenvase

뉴욕을 기반으로 페이퍼 플라워를 선보이는 리비아 체티. © Kate Mathis
2025년 봄, 가을 컬렉션. 다양한 컬러의 장미와 제라늄, 헬레보루스, 페르시안 프리틸라리아 등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Dylan Griffin
2025년 봄, 가을 컬렉션. 다양한 컬러의 장미와 제라늄, 헬레보루스, 페르시안 프리틸라리아 등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Dylan Griffin

꽃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 아주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어요. 14세 때 가족 지인의 결혼식을 위해 처음으로 부케를 만들었죠. 제가 자란 산에서 직접 딴 야생화로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곤 했습니다. 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존재 중 하나니까요. 아름답고, 덧없고, 섬세하며, 다채롭죠.

작업 스타일 인상주의적, 보헤미안, 바구니 사용, 색채 감상.

‘시들지 않는 꽃’의 의미 꽃이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실제 꽃처럼 매주 교체할 필요 없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영구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죠. 생화 장식의 생동감은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에요.

사용하는 소재 티슈 페이퍼(습지)를 사용합니다. 종이를 자르고 접고 채색하여 꽃의 다양한 형태에 필요한 기하학적 구조를 만들죠. 티슈 페이퍼를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 꽃처럼 에테르적이고 섬세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노란 꽃잎이 사랑스러운 송어백합.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 작업할 때 실제 꽃을 직접 참고하지는 않아요. 그 대신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하며 쌓아온 기억과 제가 사랑하는 꽃들에 대한 인상을 떠올립니다. 각각의 꽃에서 저에게 말을 거는 특징을 추출해 작업에 반영하죠. 실제 꽃에 대한 인상주의적인 해석에 가까워요. 종이를 손으로 직접 염색하는 과정은 색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고, 종이가 마르며 생기는 섬세한 주름은 기계적인 느낌을 없애 자연스러운 촉감을 더합니다. 또한 꽃이 피어나는 단계나 크기를 다양하게 제작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표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던 꽃 매발톱꽃. 정원에서 자라는 꽃 중 좋아하는 꽃인데, 9년 동안 시도한 끝에 최근에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 국빈 만찬. 한국 국화인 무궁화를 모티프로 약 7.3m 길이의 가랜드 두 개를 제작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꽃 장미를 작업할 때 가장 재미있어요. 품종과 색상이 다양해서 종이로 그 매력을 잘 담아낼 수 있거든요.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작업 대규모 설치 미술. 꽃으로 뒤덮인 벽과 들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꽃이 주는 위안과 힘 심리학적으로 우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우리가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줘요. 과학적으로도 정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되었는데, 제 정신 건강에는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찰나를 영원으로 바꾸는 이유 꽃은 식물 생애 중 가장 절정의 순간에 피어납니다. 우리는 가장 완벽하고 찰나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이죠. 그 ‘덧없음’이 오히려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앤 우드 Ann Wood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페이퍼 보태니컬 아티스트. 인스타그램에서 3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우드러커 Woodlucker’로 알려져 있다. 섬세하게 주름잡은 종이와 손으로 염색한 색감이 특징이다. 식물에서 영감을 받되 실제 식물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 속 꽃과 씨앗, 열매를 종이로 만들어낸다. INSTAGRAM @woodlucker

뿌리와 잎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딸기꽃.
작업실 소파에 앉아 있는 앤 우드.

꽃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페이퍼 플라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렸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한 후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찾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에 얽힌 이야기가 있고, 삶의 전환기마다 꽃이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꽃을 관찰하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정원은 꽃을 해부하고 구조를 연구하는 ‘실험실’이 되었습니다.

작업 스타일 종이 예술가, 페이퍼 플라워, 수제 꽃. 

‘시들지 않는 꽃’의 의미 미네소타는 계절의 변화가 극심합니다. 식물이 풍성하게 자라는 여름이 있는 반면, 겨울에는 모든 것이 눈에 덮이죠. 제가 만드는 꽃은 언제나 피어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 그 꽃들을 보며 여름의 풍요로움과 제 정원에 피어 있던 꽃들을 떠올립니다.

사용하는 소재 꽃을 해부하다 보면 하나의 식물 안에도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화의 미묘한 변화를 맞추기 위해 흰 종이에 직접 색을 입히고 여러 종류의 종이를 사용해요. 종이가 주재료지만 질감을 위해 유리 비즈나 모래 같은 혼합 매체를 쓰기도 합니다. 심지어 건조기 먼지를 사용한 적도 있어요.

섬세한 꽃잎과 늘어진 꽃술이 인상적인 후크시아.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 저는 씨앗 수집광이에요. 2월에 씨앗을 심고 4월부터 정원 가꾸기가 시작되죠. 여름 내내 식물들을 관찰하며 그것을 종이로 구현합니다. 약간 노랗게 변한 잎이나 뿌리 같은 디테일이 좀 더 실물처럼 보이게 해요. 대부분의 꽃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형태가 층층이 쌓이고 변주되며 꽃의 아름다움을 만들죠. 종이꽃을 실제 꽃 옆에 두고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는데, 가끔 실제 꽃으로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던 꽃 정원에 많이 피는 금낭화. 수년 동안 꽃 옆을 지나며 ‘저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작은 베개처럼 부풀어 오른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하트 모양 안에 면 솜을 넣어 입체감을 표현했습니다.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현재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커머 미술관에서 식물 예술 전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죠. 150개 종이 식물 오브제를 한 벽면에 설치한 그룹 전시입니다.

커머 미술관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가장 좋아하는 꽃 백일홍. 정원에서 수백 가지 품종을 기르고 있어요. 종이로 만들었을 때 실제 꽃과 가장 흡사하게 표현되는 꽃입니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작업 최근 종이로 미니어처 페이스트리(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감으로 초콜릿 같은 질감 표현 방법을 찾는 과정이 어렵지만,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꽃이 주는 위안과 힘 꽃은 마법적이면서도 영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작은 씨앗에서 극치의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모습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희망을 줍니다. 특히 보도블록 틈새에서 피어난 꽃을 아주 좋아해요. 땅속 작은 틈에서 피어난 아름다움을 보면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찰나를 영원으로 바꾸는 이유 많은 예술가가 꽃을 표현해온 이유는 결국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가끔은 시들어가는 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만개한 꽃의 모습에서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도 하죠. 결국 ‘내가 본 이 아름다움을 당신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선화와 히아신스 등 구근식물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제라늄 위에 내려 앉은 나비도 종이로 만든 것.

카트린 루 Katrine Roug   

덴마크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며, ‘로테 코펜하겐 ROTÉ Copenhagen’ 설립자. 비즈공예, 도자, 특히 텍스타일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꽃 형태를 탐구한다. 그녀의 작업은 장인정신, 디테일에 대한 집착,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스칸디나비아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INSTAGRAM @rote_copenhagen

덴마크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며, ‘로테 코펜하겐 ROTÉ Copenhagen’ 설립자. 비즈공예, 도자, 특히 텍스타일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꽃 형태를 탐구한다. 그녀의 작업은 장인정신, 디테일에 대한 집착,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스칸디나비아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테 코펜하겐을 운영하고 있는 카트린 루.

꽃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 꽃은 언제나 제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왔습니다. 계절의 흐름과 꽃이 피고 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하는 일은 저에게 평온함을 주었고, 결국 삶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유리 비즈로 수제 꽃을 만들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 작업이 새로운 방향을 열어주었고, 이후 도자와 텍스타일 등 다양한 소재로 확장되었지만, 꽃이라는 테마는 여전히 모든 작업을 연결하는 중심입니다.

작업 스타일 장인정신, 영속성, 디테일에 집중. 저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디테일에 있다고 믿습니다. 품질과 신중하게 고려된 물건을 만드는 데 관심 있으며, 제 작품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고요한 우아함이 전달되기 바랍니다.

‘시들지 않는 꽃’의 의미 제가 만드는 비즈 꽃과 도자 꽃은 생화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생화와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죠. 저는 이를 ‘평행한 미학’, 꽃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화가 찰나의 아름다움이라면, 제 작업은 자연의 한 조각을 좀 더 오래 공간에 머물게 하거나 기억과 상징으로 남게 합니다.

비즈로 꽃잎의 섬세한 곡선과 색을 풀어내는 로테 코펜하겐의 작업. 튤립과 아가판서스, 양귀비 등 다양한 수종이 돋보인다.

사용하는 소재 재료에 따라 표현 방식이 크게 달라집니다. 도자 꽃은 직관적이고 유희적인 과정 속에서 형태가 자연스럽게 진화합니다. 반면 비즈 꽃은 훨씬 기술적이며 구조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제가 형태를 디자인하면 숙련된 제작자들이 이를 구현합니다. 비즈 꽃에서는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고, 도자 꽃에서는 좀 더 자유롭고 변덕스러운 해석을 즐깁니다.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 불완전함. 그것이 사물을 더 흥미롭고 뚜렷하게 만듭니다. 로테의 꽃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비즈 꽃은 섬세한 스틸 와이어 구조 위에서 손으로 형태를 조금씩 조정해 실제 꽃처럼 자연스러운 불규칙함을 만들어냅니다.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던 꽃 모든 꽃이 각자의 도전을 안겨줍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그 꽃의 본질을 최대한 충실하게 포착하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가장 단순한 형태의 꽃이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형태가 미니멀할수록 아주 작은 비율의 차이가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변형을 보여주는 세라믹 작업.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많았지만,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프리츠한센 Fritz Hansen을 위한 플로럴 설치 작업과 티볼리 가든에서 연 전시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스벤스크 텐 Svenskt Tenn을 위해 디자인한 비즈 꽃 컬렉션도 매우 자랑스러워요. 오랫동안 영감을 받아온 브랜드의 세계 안에 제 작업이 들어간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꽃이 주는 위안과 힘 꽃은 디테일이 엄청나게 풍부합니다. 오래 들여다볼수록 미묘한 색의 변화, 질감, 작은 구조적 차이가 더 많이 보이죠. 그런 깊이감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멈춰 서서 관찰하게 만듭니다. 또한 꽃의 자명한 아름다움은 과로한 눈이나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이 됩니다.

카트린의 작업실. 액자 위에 건 세라믹 오브제와 화병 속 비즈 플라워가 공간을 화사하게 밝힌다.
텍스타일도 함께 작업하는 카트린의 의상.

최은정

LDKB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섬유공예가. 섬유와 자수를 기반으로 오브제를 만들며 레진, 비즈, 펠트 등 다양한 물성을 손으로 다루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 땀씩 쌓아올린 시간의 밀도 속에서 감정이 형태로 드러난다고 믿으며, 최근에는 식물 형상을 통해 그 너머의 장면과 정서를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INSTAGRAM @ldkb_embroidery

전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선보인 자수 오브제.
전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서 선보인 자수 오브제.
 섬유와 자수 기반으로 작업하는 최은정 작가.

꽃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 제 작업을 중단하고 투병 중인 아버지를 곁에서 지키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길가의 풀꽃과 이웃 정원의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유일한 안식이었어요. 그때부터 식물 형상이 마음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지금의 작업은 실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고 애정을 쏟은 대상을 손으로 다시 피워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작업 스타일 쌓인 시간, 자연, 대상을 향한 애틋함. 손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들인 시간이 밀도가 됩니다. 자연에서 온 형태를 빌려, 사랑하는 것이 사라지지 않기 바라는 마음을 담습니다.

‘시들지 않는 꽃’의 의미 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짧고 금방 사라지죠.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동시에 힘든 시기에 저를 위로해준 것도 마당의 꽃과 풀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든다는 건 영원을 바라기보다, 애정하던 장면과 감정을 조금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가깝습니다.

개인전 <소네트 IX>의 플라워 작업. 꽃꽂이형 오브제 금낭화, 설강화.

사용하는 소재 재료는 제한을 두기보다 표현에 필요한 물성을 찾아갑니다. 오간자는 겹쳐질수록 깊이가 생기고 빛에 따라 표정이 달라집니다. 자수는 밀도를 만들고, 비즈는 표면에 미묘한 광채를 더합니다. 서로 다른 물성의 긴장 속에서 생명의 생동감이 생긴다고 느껴 복합적으로 사용합니다.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 꽃 작업을 시작할 때는 꽃에서 받은 인상이나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 느낌을 붙잡은 채 식물도감이나 사진을 보며 구조를 살펴보고, 생략과 강조를 정하며 조형적인 균형을 찾습니다. 실물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꽃이 되는 지점입니다. 벌레 먹은 흔적이나 흐트러진 꽃잎 같은 자연의 불완전함도 아름다움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구현하기 어려웠던 꽃 목련이 특히 까다로웠습니다. 구조가 단순한 꽃일수록 형태의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꽃의 종류보다는 작업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어려움이 달라집니다. 작은 작업은 밀도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고, 규모가 커지면 형태를 지탱할 구조를 해결해야 합니다.

<레몬 블러썸 Lemon Blossom>.
호림미술관에서 선보인 매화 작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개인전 <소네트 IX>. 아르누보 시대의 소네트 시집에서 모티프를 얻어 애정 깊은 대상을 다양한 꽃으로 풀어낸 전시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호림박물관 기획전 <금상첨화 錦上添花_비단 위에 더해진 봄꽃>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는데, 전통 자수 유물과 제 꽃 작업이 한 공간에 놓이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꽃 즐겨 만드는 꽃은 작약이나 모란. 원단을 불에 녹여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번 다른 우연적인 효과가 생기는데, 그 점이 자연물과 닮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작업 형태적으로 추상에 가까운 조형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소재 역시 부드러운 섬유 중심에서 조금 더 견고한 재료로 확장해보고 싶고, 오브제 하나를 넘어 공간 전체에 펼쳐지는 작업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찰나를 영원으로 바꾸는 이유 지는 걸 알면서도 피는 것이 꽃입니다. 우리가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드는 건 영원을 바라서라기보다 그 찰나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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