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 이란을 떠올리면 폭격 장면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3천 년간 이어져온 페르시아 문명의 예술과 문화다. 정원과 카펫, 회화로 이어진 이란의 유산은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세계 문화의 한 축이다.

국제 정세가 악화되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상황을 보며 인명 피해는 물론, 그곳에 축적된 문화와 예술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3천 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이란은 고대 도시 유적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를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문화재만 26개에 이를 정도로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을 지닌 곳이다. 고대 이름은 페르시아 Persia였다. 기원전 1천 년경부터 이란 남서부 지역 파르스 Pars에서 살던 민족과 지역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인이 세운 첫 번째 대제국 아케메네스 왕조 시대부터 1935년 팔레비 왕조에 이르러 이란 Iran으로 국명이 변경될 때까지 약 3천 년간 찬란한 문화를 이어온 것이다. 국명을 이란으로 바꾼 이유는 페르시아가 파르스 지역으로부터 유래한 이름인 데 반해, 이란은 ‘아리아인의 땅’이라는 뜻으로 모든 이란계 민족을 포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예술 중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정원 문화다. 특히 파리다에자 Pairidaeza 양식이 대표적인데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뜻하는 고대 페르시아어로, 낙원을 뜻하는 영어단어 파라다이스 Paradise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만큼 이란 정원은 이상적인 아름다운 정원의 개념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스파한의 체헬 소툰, 카샨의 핀, 쉬라즈의 에람 정원 등을 들 수 있다. 정원 중앙에 네 개의 수로를 십자 형태로 교차하며 물이 흐르게 한 ‘차하르 바그 Chahar Bagh’ 구조가 특징인데, 이는 이슬람 전통에서 낙원을 상징하는 네 개의 강을 의미한다.
이란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술인 카펫은 바로 이 정원을 실내로 들인 것이다. 유목 생활을 하던 그들에겐 카펫이 삶의 곳곳에 필요한 이동 가능한 정원인 셈이었다. 특히 16~17세기 사파비 왕조 때 왕실 공방이 마련되면서 다양한 디자인이 구현될 수 있었고, 카펫은 예술품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스파한, 타브리즈, 카샨 케르만 등 각 지역에서 제작되는 카펫은 서로 다른 문양과 색채, 직조 방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섬세한 식물 문양과 기하학적 패턴은 정원과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며, 수십 년에 걸쳐 완성되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장인의 기술과 시간이 집약된 예술이다.

또한 이란은 이슬람 문화권 가운데 비교적 드물게 회화를 적극 발전시킨 지역이다. 대부분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형상을 묘사하지 말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회화나 조각이 제한되었고, 그 대신 글씨를 그림처럼 표현하는 캘리그라피 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왕의 역사와 영웅담을 담은 서사시 ‘샤냐메 Shahnameh’를 제작하면서 정교한 삽화가 허용되었다.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가 특징인 페르시아의 회화는 최근 현대미술 작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와 예술의 정수를 꽃피운 도시로는 17세기 절정을 이룬 사파비 왕조의 중심 이스파한, 페르시아라는 이름이 유래된 남서부의 문화 중심지 쉬라즈를 들 수 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모스크, 뛰어난 공예 기술이 집결되어 있다. 또한 고대 도시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중부의 야즈드, 북서부 아제르바이잔 근처의 타브리즈, 그리고 현대와 왕조 문화가 공존하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도 놓칠 수 없다. 그야말로 이란 전역이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란의 문화유산은 루브르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그들의 문화가 인류 문명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담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쟁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이란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오래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