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기 시작한 가을 초입, 리빙룸 마이알레 이태원에서 열린 <보컨셉 홈: 수확하는 집>은 도심 한가운데서 집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작고도 밀도 높은 전시였다. 약 13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전시장은 입구부터 기존 가구 쇼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방문객을 맞았다. 허브 향이 스며든 공기와 초록빛 식물이 먼저 감각을 자극하고, 이어지는 실내에서는 자연과 기술, 일상과 시간이 얽힌 ‘살아 있는 집’의 풍경이 차례로 펼쳐졌다.


전시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에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데니시 가든’과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하는 ‘키친 가든’, 그리고 흙 대신 물과 빛으로 생명을 키워내는 ‘워터 가든’이 자리했다. 특히 키친 가든 중앙에는 마이알레의 우경미 대표와 우현미 소장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채소들로 만든 대형 어레인지먼트가 설치되어 시선을 끌었다. 또한, LG전자의 미니 식물 재배기 ‘틔운’과 시티팜의 ‘AI 식물재배기’가 함께 전시되어 도시에서도 지속 가능한 자연을 가꾸는 방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에서는 햇살과 향기가 가득한 ‘시트러스 가든’과 밤의 고요를 표현한 ‘나이트 가든’이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책장을 넘기며 여유를 즐겼고, 허브 향이 감도는 침실에서는 깊은 휴식을 경험했다. <보컨셉 홈: 수확하는 집>은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확장되고 진화할 수 있는지 체험을 통해 사유하게 한 전시였다. 제품을 바라보는 수준을 넘어,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체화하는 것이 중요해진 오늘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게 반영한 시도였다.




INTERVIEW
보컨셉 코리아 서희원 상무
이번 전시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핵심 키워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 집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이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일하고, 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삶의 중심이 되었죠.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오히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삶의 본질’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태도를 공간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덴마크식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덴마크에서 말하는 ‘휘게’는 지금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만족하는 마음의 상태를 뜻합니다. 이번 전시는 빠른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태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스스로의 리듬으로 삶을 가꾸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수확’하는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보컨셉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더욱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요. 네, 단독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보컨셉은 ‘Bo’, 즉 ‘살다’에서 출발합니다.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이번 전시는 제품을 넘어 그 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관람객이 공간에 머물며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개형 전시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살아가는 방식’의 본질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다섯 개 공간을 통해 자급자족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수경재배 시스템에 흥미를 보이는 분들도 많았고, 허브 향이 감도는 침실에서 힐링을 느꼈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보는’ 경험을 넘어,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삶의 태도를 체험했다는 점에서 높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보컨셉의 방향을 들려주세요. 보컨셉은 앞으로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글로벌이 제시하는 핵심 가치인 ‘개인의 취향을 담은 표현’, ‘모듈형을 통한 편안함’, ‘감성적 평온’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과 감성에 맞춘 맞춤형 공간 솔루션을 선보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가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브랜드 철학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