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다는 경험이 중심이 되는 공간. 팀랩 페노메나는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변화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술관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아부다비 사디얏 컬처럴 디스트릭트의 중심부에 자리한 팀랩 페노메나 TeamLab Phenomena는 ‘미술관’이라는 개념을 근본부터 다시 쓰며 개관과 동시에 전세계 문화계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 모았다. MZ 아키텍츠와 도쿄 기반의 아트 컬렉티브 팀랩이 협업해 설계한 1만7000㎡ 규모의 이 공간은 외형에서 전시 경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작동한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흐르도록 설계된 건축은 작품을 감싸는 껍질이자, 그 자체로 예술이다. 빛, 물, 공기, 온도, 소리가 서로 얽히고 반응하는 환경 속에 던져진 관람객은 일방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관찰자에서 벗어나 그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가 된다. 이곳에서의 작품은 조건과 상호작용 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으로 간주되며, 그 변화의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 “팀랩 페노메나에서는 작품을 독립적인 물체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연의 힘과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안에서 관람객은 비로소 예술과 하나가 됩니다.” 팀랩 페노메나의 총괄 매니저 마크 쿠퍼 Mark Cooper가 말했다.




‘드라이 존’과 ‘웨트 존’으로 구분된 두 개의 주요 전시장은 이러한 철학을 더욱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Circulating Universe of Water Particles’에서는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생성되는 물의 흐름이 수만 개 입자로 시각화되어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빛의 궤적으로 변하고, ‘Floating Microcosms’에서는 사람의 손길과 몸짓 하나가 램프의 리듬을 바꾸어 집단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Wind Form’은 공기의 흐름과 건축의 구조, 사람의 존재가 맞물리며 끊임없이 형상을 바꾸고, ‘Levitation Void’는 질량 개념을 초월한 부유하는 조각을 통해 존재에 대한 인식을 다시 묻는다. 자연의 자생적 질서에서 출발한 설치 작품들은 우리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자각하게 만든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연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자연 질서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은 우리에게 주변 세계와의 연결성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관람객이 작품 안에서 함께 만들어내는 ‘집단적 순간’은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