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기분은 직전의 경험에서 영향 받기 마련이니, 아침에 즐거운 일을 해보라고. 그러면 하루도 시작처럼 좋게 좋게 흘러갈 거라고.

천도복숭아 팬케이크

사과 오트밀죽

수란 김치볶음밥

복숭아 바질 샌드위치
오호라. 말도 안 되지만 얼렁뚱땅 믿고 싶은 기분 좋은 말이었다. 아침은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야근을 하거나 약속 잡을 일도 없기에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소유할 수 있지 않나. 즉 나만 부지런하면 되는 거다. 뭘 해볼까 고민하다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첫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일찌감치 주방에 섰다. 냉장고를 뒤져보았다. 아삭한 채소와 신선한 과일, 고소한 잡곡빵, 새콤한 주스…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달걀을 휘휘 저어서 설탕과 미림, 쯔유, 육수를 넣고 희미한 약 불에 익히면 되지만, 쉽지 않았다. 습관처럼 웍을 돌리다 가스레인지 저편으로 달걀이 날아가질 않나(달걀말이 팬을 대체 왜?), 백설탕이 아닌 흑설탕을 넣어 거무죽죽한 색이 나질 않나. 잠에 취한 채 비몽사몽 요리를 하니 어설픈 실수를 했다. 어쨌거나 우당탕탕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식탁에 앉았다. 따듯한 쌀밥에 갓 만든 달걀말이를 올려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퍼져나가는데, 아. 이상하게 행복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했다. 책장 속에서 폼만 잡고 있던 요리책을 꺼내 시연했다. 외국의 푸드 매거진이나 블로그도 뒤적였다. 앞마당에 심어둔 민트나 바질, 오레가노 같은 허브는 훌륭한 양념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팬케이크나 걀레트, 오이 샌드위치, 사과 오트밀죽 따위의 음식이 매일매일 탄생했다. 음식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믿음이 있다. 삶이 엉망이라고 느낄 때, 우리는 대개 대충 먹지 않나. 정성껏 만든 음식을 찬찬히 먹는 일. 그것은 인생의 탄탄한 주춧돌이 되어줄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요리하고 싶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