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과 염증을 다스리는 착즙의 힘.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한국식품영양과학회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실천하는 저속노화: 과일·채소 섭취를 중심으로’라는 주제가 오갔다. 최근 식물성 식단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리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여러 연구 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직접 착즙한 채소주스’의 혈당 조절 및 염증 개선 효과였다.
루테인이 풍부한 케일·시금치·사과 주스를 활용한 전남대학교 윤정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착즙주스를 섭취한 건강한 성인의 혈중 염증 지표인 고감도 C-반응단백(hs-CRP)이 섭취 후 12시간에 17%, 24시간에 26%, 30시간 후에는 39%까지 감소했다. 윤 교수는 “루테인이 풍부한 채소주스는 섭취 후 30시간까지 체내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휴롬과의 산학 협력으로 진행되었으며, SCI급 저널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7월호에 게재됐다.
비슷한 흐름의 연구 결과도 이어졌다. 인제대학교 곽정현 교수팀은 샐러리·양배추·케일·레몬 착즙주스를 빵과 함께 섭취했을 때 물과 함께 섭취한 경우보다 식후 혈당 상승 폭이 14.2% 낮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레몬의 탄수화물 분해효소 억제 작용과 셀러리, 케일의 낮은 당 함량 및 폴리페놀의 체내 당 흡수 지연 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곽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려면 식사할 때 채소를 먼저 먹고, 브로콜리·시금치 같은 비전분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며, 첨가당이 없는 신선한 채소 착즙주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학박사 김병재는 “채소와 과일 섭취가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며 “특히 신선한 착즙주스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황지윤 교수는 “질병관리청 기준 한국인의 채소 과일 일일 권장 섭취량은 500g으로,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국민들의 채소 과일 섭취량이 2016년 331g에서 23년 221g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22%만 권장량을 섭취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대안으로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높이고 붉은 고기, 가공육, 첨가당의 섭취를 줄이는 ‘지구건강식사(Planetary Health Diet)’를 제안했다. ‘지구건강식사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개념으로서 과일, 채소, 콩류, 전곡류, 견과류의 섭취를 늘리고, 붉은 고기, 가공육, 첨가당의 섭취를 줄이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은 멀리 있지 않다. 냉장고 속 채소 한 줌, 사과 반쪽, 그리고 착즙기 한 대면 충분하다. 몸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더 단순한 습관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