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공간에서 전통을 뒤흔드는 미식 경험을 설계하는 글로벌 다이닝 프로젝트 그룹 ‘위 아 오나’.
전 세계 다이닝 신에 새로운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는 디렉터 루카 프론자토와 대화를 나눴다.




스스로를 어떤 수식어나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은가? ‘호기심과 본능, 그리고 감정에서 비롯된 감각’. 나는 미식 큐레이터이자 사람과 생각, 미적 감각을 잇는 연결자라고 생각한다.
노마 코펜하겐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다가 ‘위 아 오나 We are Ona’를 설립했다고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른 건가? 당시 서비스 팀으로 일하면서 셰프와 디자이너, 창작자들과 함께 ‘전통적인 레스토랑’이라는 틀 밖에서 유연하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기존 형식에 질문을 던지고 환경을 다시 사고하며, 미식의 새로운 맥락을 제시하고자 했다.
안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물론 쉽지만은 않았지만, 일하면서 일반적인 루틴을 흔들 필요성을 느꼈다. 안정감은 매력적이고, 창의성은 대개 불확실성과 함께한다. 하지만 좀 더 유목적이고 실험적인 무언가를 만들 기회가 눈앞에 있었고, 나는 그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나 Ona는 카탈루냐어로 ‘파도’를 의미한다. ‘위 아 오나’라는 이름엔 미식 업계에 ‘뉴 웨이브’를 만들겠다는 당신의 포부가 담겨 있다고 해석해도 될까? 정확하다. 파도는 움직임, 예측 불가능함, 에너지를 상징한다. 우리 작업 역시 통제와 즉흥성 사이의 긴장 위에서 존재하는데, 이는 미식과 디자인에 있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셰프, 소믈리에는 물론 디자이너, 아티스트,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은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이 또한 뉴 웨이브의 일부다. 위 아 오나는 단순히 요리를 이야기하는 집단이 아닌, 분야를 초월한 하나의 언어를 만들려는 실험이다. ‘파도’는 이러한 융합의 상징으로서 미식이 건축, 예술, 그리고 서사가 공존하는 장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산업과 분야의 재능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흐름,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물결이다.
음식과 공간에 어울리는 식기를 세팅하고, 그에 맞는 소품까지 배치하는 당신의 작업은 단순한 식탁을 넘어선 일종의 풍경이나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내게 있어 테이블은 하나의 캔버스와 같다. 도자기, 조명, 음향 등 모든 요소는 그날의 공간과 순간에 조응해야 한다. 이는 결국 단지 음식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손님과 환경 사이에 대화와 감각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를 구성하는 일이다. 일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 하는가’이다. 지역성, 브랜드, 공간의 문맥 안에서 결정되는 서사는 모든 창작 과정의 토대가 된다.
메뉴판부터 조도까지, 사소한 부분에도 섬세한 신경을 기울인 점이 인상적이다. 경험은 결국 디테일의 차이에서 결정된다. 냅킨의 질감, 조명의 온도 등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더 큰 감정의 결을 만들어낸다. 단지 좋기만 한 경험과 잊히지 않는 경험의 차이는 종종 그 미묘한 뉘앙스에서 갈린다. 내게 있어 퀄리티란 이러한 디테일이 차곡차곡 더해진 결과다.
궁전이나 해안가는 물론, 주차장이나 주방 뒤편에서 모티프를 얻어 식사 공간을 꾸민 점이 인상적이다. ‘평소 식사’를 위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은 어디서 얻었나? 공간은 식사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다. 나는 날것 속의 우아함, 불완전함 속의 정밀함 같은 대비에 끌린다. 비일상적인 장소는 고유의 질감과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미식의 경험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공간에 따라 반응하며, 그에 맞는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번 아트 바젤 파리를 위해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는가? 거의 1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 헤수스 듀론 Jesus Duron 셰프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인디아와 위 아 오나 팀은 ‘Rose, C’est la vie’를 통해 소프트 파워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와 아트 페어 등의 팝업 다이닝을 진행했지만 단 한 번도 컨셉트가 겹친 적이 없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당신의 영감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궁금하다. 협업, 여행, 그리고 사람들이 공간을 탐색하는 법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간마다 사고 방향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창의성은 그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 속에서 나온다. 모든 프로젝트는 새로운 배움의 기회이자, 반응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영감은 주변 모든 것에 마음을 열었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끊임없는 재창조의 과정은 피로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깊은 에너지를 준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미완공된 궁전에서 열린 저녁 식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전기도 주방도 없는 날것 그대로의 공간이었는데도 마법 같은 시간이 만들어졌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직접 구축해야 했지만 제약은 오히려 본질을 끌어냈고, 잊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줄리안 무어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식사했다.
좋은 다이닝 경험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오감을 자극하는 동시에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 순간 사이를 연결하는 것.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추억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듯하면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떠한 제약도 없이 펼치고 싶은 식탁 위 세계가 있다면? 꿈에 그리는 프로젝트를 말해달라. 언젠가 부유하는 식탁을 구현해보고 싶다. 사막이나 빙하처럼, 자연이 곧 건축이 되는 장소 위에 떠 있는 식탁 말이다. 식사는 햇살, 바람, 침묵 같은 자연적인 요소에 반응하고, 식탁은 땅 자체를 위한 무대가 되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개인적으로 즐겨 먹는 식재료나 메뉴가 궁금하다. 단순한 것에 끌린다. 올리브 오일, 생 해산물, 와일드 허브처럼 재료 본연의 순수함이 드러나는 음식을 좋아한다. 기술은 적게, 감정은 많이 담아낼수록 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