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식사에 담긴 수행의 마음.
산사의 공양간이 아닌 평범한 주방에서 그 철학과 맛을 차려내는, 4곳의 사찰음식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해 사찰의 요리 세계를 보여준 정관 스님. 치열한 요리 대결 한가운데서도 수행자의 고요함을 지켜낸 <흑백요리사>의 선재 스님. 그리고 웨이브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양간의 셰프들>이 조명한 공양의 태도까지. 사찰 음식이 미식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절 밖에서도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는 없을까? 아래 네 공간이 그 질문에 명쾌하게 ‘Yes’라 외친다.
맛으로 잇는 사찰의 철학, 발우공양
조계사의 고요한 기운을 마주한 채, 정통 사찰 음식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대한 불교 조계종이 직접 운영하며, 사찰 음식 명장 1호 선재 스님에게 전수받은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 상을 차린다. 메뉴는 레스토랑 이름처럼 ‘발우공양’의 뜻을 담아 선식, 원식, 마음식, 회식 네 종류로 구성됐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입술을 적신다는 의미의 '술적심' 메뉴로 시작해 죽, 된장 표고튀김, 사찰만두, 연밥, 계절국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모든 요리는 직접 담근 장과 최소한의 양념,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사찰 음식이 지닌 '비움'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ADD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6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층
TEL 02-733-2081
정성과 기다림으로 지은 한 끼, 마지
사찰 음식에 기반한 채식 요리 전문점. 석사 과정에서 불교를, 박사 과정에서 종교 음식을 배운 김현진 대표가 주방을 책임진다. 일일이 덖어낸 나물과 토종 콩으로 직접 담근 장, 이틀에 걸쳐 끓인 뒤 찬물에 담가 간수를 뺀 두부. 접시 위에 오르는 재료 하나하나에 시간과 손맛이 깃들어 있다. 호박죽, 연잎밥, 비빔밥 같은 친숙한 음식부터 7-8종의 요리로 이뤄진 코스 메뉴, 신선로, 구절판 등 궁중 음식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오신채와 계란, 생선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ADD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TEL 0507-1418-5228
연꽃처럼 단아한 한, 연화바루
경주 무령왕릉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실제 스님들도 종종 찾을만큼 입소문이 난 사찰 음식 전문점이다. 메뉴판에는 버섯탕수이, 채소쌈, 쥐눈이콩 된장찌개 등 고기를 배제한 요리만이 자리하며, 여러 종류의 산나물과 천연 발효 장아찌를 곁들여 자연의 풍미를 더한다. 오신채 대신 다시마와 들깨, 콩가루와 같은 천연 재료만으로 자극 없는 담백한 맛을 완성한 것이 이곳만의 비법. 대표 메뉴 산채비빔밥 정식에는 식사 후 그릇을 씻어 먹는 숭늉이 함께 제공돼 식 발우 공양도 경험할 수 있다.
ADD 경북 경주시 대경로 4827
TEL 054-774-5378
검소함이 주는 감동, 아승지
영등포역과 신풍역 사이에 자리한 공간으로, 2002년 문을 열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사찰 음식점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 주방의 지휘자는 다름 아닌 조계종 산하 고덕사의 비구니 지호 스님이다. 밥과 반찬, 일품요리로 구성된 반상과 코스 요리는 그날의 재료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되며, 자극은 덜어내고 편안함은 더한 조리법으로 완성된다. 설탕 대신 과일과 산야초발효액, 비정제 사탕수수에서 단맛을 빌리고, 천일염과 장으로 간을 맞추는 식.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사찰 음식이 간직한 본연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ADD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176
TEL 02-836-84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