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데생 수첩까지 르네상스의 걸작들이 레 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의 채석장에서 살아 움직인다. 명작들을 대면하는 매력적이고 황홀한 순간들.

채석장의 높은 흰색 석회암 벽이 마법의 빛을 비추는 화면이 된다. 이 공간이 지닌 깊이감과 입체감 그리고 원근법이 그림에 환상적인 차원을 부여한다.

기술의 마법. 시스티나 성당의 그림이 채석장 벽과 바닥에 되살아난다. 사람들은 그리스풍의 헐렁한 옷을 입은 청년들과 예언자들이 등장하는 신화 속으로 빠져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천사들이 세상의 끝에서 비추는 빛을 받으며 채석장 아치를 날아오른다.
가끔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가능할까? 물론이다. 놀라움이 가득한 이곳에서라면 누구라도 순수한 아이의 시선을 되찾을 수 있다. 오래된 석회암 채석장이 자연스럽게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곳은 지하 예배당의 서늘함과 울퉁불퉁한 바닥, 발코니, 놀이터처럼 탐험할 수 있는 깊고 넓은 공간을 갖춘 성당이다. 벽과 바닥에는 고대 로마의 근육질 청년들과 라파엘 천사의 얼굴, 성서의 내용을 담은 프레스코화와 궁중 사람들의 초상화가 웅장하게 떠오르고 성모상과 예언자 천사들이 신성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이 오래된 돌벽에 투사돼 움직인다. 베르디의 ‘레퀴엠’과 바흐의 ‘매그니피캣 Magnificat(마리아의 송가)’이 공간 가득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거장들의 힘과 은총에 잠긴다. 멀티미디어 영상 전시 <빛의 채석장 Carrieres de Lumieres>은 레 보드프로방스의 알피유 Alpille 산맥에 있는 오래된 채석장에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들을 되살려냈다. 이 전시는 공간의 ‘오디세이아’를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시간 여행이다. 바닥과 천장, 벽이 모두 거대한 그림책으로 변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마술에 걸린 것처럼 움직인다. 바티칸 궁에서 파르네시나 빌라까지,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부터 라파엘의 ‘갈라트의 승리’까지 역사적인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정신이 멍할 정도의 감동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이 전시를 보고 나면 진품을 직접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명작과 마주하고 꼼짝없이 그 자리에 선 채로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

이 공간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대신 거대한 크기의 ‘다비드’부터 로마의 생피에르 대성당에 있는 ‘피에타’까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비추고 있다. 채석장의 석회암 벽에 투사된 대리석 조각상들이 돌에서 아름다움을 추출해낸다.

15세기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 벽과 현재 보드프로방스의 채석장 벽에 그려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여성들과 궁정 사람들의 초상화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궁전으로 우리를 이끈다. 거대한 크기로 확대된 그림을 보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모나리자’ 앞에서도 자신이 작게 느껴진다.
Route de Maillane, 13520 Les Baux-de-Provence.
Tel. +33-(0)4-90-54-47-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