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는 지금 미래를 건설 중이다. 미국의 금수 조치가 해제되면서 많은 쿠바인들이 희망과 약속을 품게 되었다. 개방의 문이 열린 뒤에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그들의 오래되고 낡은 매력이 남기를 바란다.

대서양 연안을 따라 8km나 이어진 유명한 길, 말레콘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지금 쓰여지고 있는 자신들의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 다른 세계에서는 다가올 어느 날 이곳을 방문하게 되기를 꿈꾼다.
아바나는 두 개의 세계, 두 개의 시대에 갇힌 도시다. 미국은 쿠바 사람들이 그들의 섬을 떠나지 못하도록 제재했고 이 때문에 아바나는 고립되어 외부 세계와 거의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쿠바로 들어오는 수많은 관광객을 통해서만 교류가 이뤄진다. 그럼에도 아바나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다. 천국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섬을 사랑한다. 그들은 태양과 음악, 럼주를 사랑한다. 가난을 부르는 가혹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웃으며 항상 친절하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정말로 열정적인 사람들은 F.A.C Fabrica de Arte Cubano 같은 멋진 문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100년 된 나무들이 늘어선 길에 낡고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한 베다도 Vedado부터 삶의 열기로 북적대는 아바나 비에하 Habana Vieja까지 아바나는 서로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웅장한 저택에는 수수한 가족들이 살고 있고 말레콘 Malecon으로 통하는 유명한 거리에는 번쩍거리는 차림을 한 미국 여행객들이 돌아다닌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아바나 구시가지는 지나간 시간을 담아낸다. 오래된 건물의 복원을 통해 과거의 화려함을 되살리면서 아바나 사람들의 일상적인 무대를 그대로 남겨놓는다. 아바나는 복구된 건물의 문 앞에 앉아서 시간의 흐름을 견디며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어렸을 때처럼 아바나와 플로리다를 연결하는 페리를 타게 될 날을 꿈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단순히 이 나라에 다양한 물건을 구비한 숍들이 들어서기를 꿈꾼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진행될 쿠바의 과도기가 아바나 사람들만큼이나 기분 좋고 즐겁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쿠바를 방문하게 될 여행객들이 계속해서 이 멋진 나라를 돌아보며 감탄하고 그 낡은 외관 뒤에 정치적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센트로 아바나 Centro Habana에 있는 건물 앞에 미국의 1950년대를 상징하는 자동차가 서 있다. 건물 외관은 햇빛뿐만 아니라 수년간 지속된 미국의 제재로 인해 낡았고 자동차는 아주 여러 번 수리한 것 같다. 이런 모습은 분명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쿠바 사람들은 물건을 수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는 호텔 카사 비트랄 Casa Vitrales의 응접실. 아름다운 시멘트 타일과 1950년대 가구, 서늘한 컬러의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아바나 구시가지에는 잘 복구된 아름다운 허브숍이 두 곳 있다. 타케셸 Taquechel과 라 레유니옹 La Reunion이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유사요법 치료제를 판매한다. 왁스를 입힌 나무장에 19세기 프랑스 자기 단지들이 진열돼 있다.
사탕 파는 여자가 아바나 비에하의 근사한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제 쿠바 정부에서만 아바나 구시가지의 거리와 식민지 시대의 집을 복구하지 않는다. 개인도 이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행객들에게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지만 아바나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풍경이다. 완전히 낡아빠진 주차장에 번쩍거리는 미국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대중에게 오픈된 그래픽 아티스트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넓은 아틀리에. 쿠바 사람들은 아티스트든 서민이든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현명하게 이야기할 줄 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F.A.C Fabrica de Arte Cubano는 현재 진행 중인 개방과 부흥의 상징이다. 베다도 중심지의 황폐한 공단에 자리한 이곳은 뮤지션인 엑스 알폰소가 만들었고 아티스트 공동체에서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차 한잔할 수 있다. 완전히 자유롭게 말이다.
말레콘에서는 파도를 맞아 부식되었거나 강렬한 컬러로 다시 칠한 건물 앞을 오래된 미국 차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운이 좋을 때는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차들은 그간 축적된 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예전에는 오일 공장이었던 레스토랑 엘 콘치네로 El Concinero. 20세기 디자인 가구가 있고 음악이 흐르는 테라스로 돈 많은 젊은이들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족 그리고 외국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아바나에는 가게가 거의 없다. 있더라도 거의 비어 있다. 그렇지만 수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집 현관이나 문 앞을 이용해 자리를 잡고 물건을 판다. 손뜨개를 하는 이 여성처럼 말이다.

엘 나비오 El Navio 도서관. 오비스포 Obispo 거리에 있는 이곳은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594년에 지어졌다. 이곳에서는 아바나 역사에 대한 사진책과 복고적인 매력을 간직한 판화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