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건축가 마리암 마다비는 뻔한 인테리어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브뤼셀에 있는 자신의 집을 감각적인 궁전처럼 꾸몄다. 화려하고 독특한 아이템들이 한데 모였지만 어떤 것도 과해 보이지 않는다.
앞에 보이는 의자 패브릭은 미국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켈리 웨어슬러가 만든 것. 계단 아래 있는 흰색 빈티지 의자는 이에로 아르니오가 디자인한 ‘에그 포드 체어 Egg Pod Chair’. 공 모양의 플로어 조명 ‘라이트 스크린 Light Screen’은 마리암이 디자인한 것이다.
실내 건축가 마리암 마다비 Maryam Mahdavi는 1920년대 지어진 이 집을 ‘호사스런 늙은 부인’ 같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의 그녀는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스위스와 파리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자신만의 고독 속에 잠겨 외부 세계를 잊고 지내는 데 익숙했다. 그녀는 조약돌처럼 소소하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으는데 이 물건들을 집 안 여기저기에 뿌려놓았다. 마치 삶의 흔적을 남기듯이 말이다. “이런 집에서 살려면 정말 겸손해야 해요. 이 집은 엄청나게 개성이 강하거든요. 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 집에 왔다면 대부분 구조를 허물고 벽을 무채색으로 칠했을 거예요. 벽에 그림도 두세 개 걸었겠지요. 그건 이 집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해요. 내 자신이 오래된 희극 작품의 배경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에요.” 퇴폐적인 낭만을 좋아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마리암은 무엇보다 유행이 지난 오브제와 데커레이션을 현재의 취향에 맞게 되돌리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이 자신이 가진 보수적인 면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때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과감히 섞어봐요. 서로 다른 요소가 어떻게 잘 어울리는지 앉아서 지켜보죠. 이상한 취향으로 넘어갈 듯한 경계선까지 가더라도 말이죠.” 분명한 점은 이 집과 이 집을 소유한 그녀가 서로 이해하고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암이 ‘헤밍웨이 바 Bar’라고 부르는 방. 동물 가죽처럼 짠 태피스트리와 푸크시아 핑크색 양탄자가 대비를 이룬다. 태피스트리는 프랑스 앤티크 딜러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마들렌 카스탱의 작품으로 브뤼셀의 디당 Didden에서 구입했다. 낮은 테이블 ‘코르시 Corsi’와 펜던트 조명은 마리암이 디자인했다. 벽지는 데이비드 힉스가 콜앤손 Cole&Son을 위해 디자인한 제품. 벽에는 19세기 카자르 왕조의 그림을 걸었다.
여행하면서 구입한 상자 안에는 결혼할 때와 이사를 다니면서 간직한 선물들을 담아놓았다. 상자 옆에 있는 흉상은 19세기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작품으로 빛나는 목걸이와 보석으로 꾸몄다. 빈티지 암체어는 벨기에의 항공 회사 사베나 Sabena를 위해 디자인한 것이고 빨간색 러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져왔다.
마리암은 침실 창가에 소파를 놓았다. 소파는 스웨덴 인테리어 디자이너 오토 슐츠 Otto Schultz가 1920년대 디자인했으며 브뤼셀의 메종 코르네트 Maison Cornette에서 구입했다. 펜던트 조명 ‘튀튀 Tutu’는 마리암이 디자인한 것. 지오 폰티의 암체어는 브뤼셀의 갤러리 엠마뉴엘 드 카테르 Galerie Emmanuel de Caters에서 경매로 구입했고 러그는 마들렌 카스탱의 작품으로 디당에서 구매했다. 분홍색 커튼은 루벨리 Rubelli 제품.
모든 방에 러그가 깔려 있다. 마리암은 자신의 조국인 이란에 대한 오마주로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러그를 겹쳐서 바닥에 깔았는데, 이것이 그녀의 시그니처다. 펜던트 조명 ‘튀튀’는 마리암이 디자인한 것이고 전구 볼 모양의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의자는 켈리 웨어슬러가 디자인한 패브릭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벨 에포크와 아르데코의 영향을 동시에 받은 것이 분명한 현관은 들어서자마자 박제된 사자와 마주한다. 마리암은 남편이 자신에게 선물한 이 사자 박제를 집의 수호신이라고 생각한다. 벽지는 콜앤손의 ‘팜 정글 Palm Jungle’. 브론즈 조형물 ‘트리 오브 디자이어스 Tree of Desires’는 마리암의 작품. 빈티지 체어는 지오 폰티가 디자인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