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시대의 코드와 현대적인 조형미를 융합하고, 집주인 부부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가구와 작품을 자유롭게 배치했다. 건축가 장 프랑수아 포르의 성공적인 레노베이션.
빛으로 화사한 집. 펠트 소재의 곡선 모양의 소파는 이 집 안주인인 프랑스가 디자인했다. 쿠션은 플뢰 Fleux, 원형 러그 ‘월드’는 세르주 르사주 Serge Lesage, 낮은 흰색 테이블 ‘XXM 큐트 커트’는 세드릭 라고가 디자인한 것으로 로셰 보보아 Roche Bobois 제품이다. 그 위에 올려둔 금속 촛대는 홈 오투르 뒤 몽드 Home Autour du Monde 제품. 벽에 걸어놓은 두 개의 그림은 갤러리 라부앙 무시옹 Galerie Rabouan Moussion에서 구입했고 로베르 마티외가 디자인한 플로어 조명은 갤러리 뤽 알망 Galerie Luc Allemand에서 구입했다.
모든일은 가족이 파리로 돌아오며 시작됐다. 10년 동안 영국에서 살면서 금융가로 일한 프랑스 France와 장 크리스토프 Jean-Christophe 부부는 2013년, 파리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열세 살과 열한 살인 두 아들, 여덟 살인 막내딸과 함께 정착한 곳은 파리 5구 중심지에 자리한 250㎡ 크기의 아파트. 돌을 깎아 만든 파사드와 둥근 지붕, 고대 신전을 장식하던 수평 띠인 코니스 cornice, 단조 장식을 한 발코니 등 오스만 시대의 고전적인 건축양식을 60년 정도 유지해온 이 집은 먼저 집의 상태에 대한 진단부터 받아야 했다. “집을 개조하기 전에 건축가와 건축주가 해결책을 의논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예요.” 레노베이션을 맡은 건축가 장 프랑수아 포르 Jean-Francois Faure가 설명했다. 특히 수납공간을 필요에 맞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건축가와 집주인의 소통이 중요하다. 집주인은 거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응접실과 생활 공간 그리고 네 개의 침실과 욕실을 만들어 잠자는 공간을 따로 분리하길 원했다. 그리고 멋진 현관과 거실에 원래부터 있었던 몰딩 장식과 바닥을 그대로 보존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이닝룸에는 부엌을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흰색 부엌 가구를 바닥에서 띄워 설치하고 그 옆에는 오븐,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제품을 빌트인해서 넣었다. 건축가는 벽은 회색, 천장은 흰색으로 칠해 실내에 깊이감을 주었다. 그리고 빛이 잘 드는 이 넓은 공간에 부부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공수하거나 경매를 통해 열정적으로 수집한 1950년대 디자인 가구를 마음껏 펼쳐놓았다. 예술가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안주인 프랑스는 형태와 컬러에 대한 확고한 감각을 물려받았다. 이 집을 장식하기 위해 그녀는 벽을 꾸밀지, 바닥을 꾸며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물건을 늘어놓지 않고 각 방의 중앙에 강렬한 아이템을 배치해 강약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거실 가운데에 있는 곡선 소파처럼 말이다. 부드럽고 기다란 소파의 선이 거실에 새로운 레이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줄곧 이런 모양의 소파를 상상해왔다. 독일 디자이너 블라디미어 카간 Vladimir Kagan의 유선형 가구와 프랑스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요바노비치 Pierre Yovanovitch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파를 디자인하고 아틀리에 샤를 주프르 Charles Jouffre에 제작을 맡겼다. “우리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은 취향에 맞는 가구와 작품을 찾으러 다니는 거예요. 그간의 컬렉션이 이 집을 채우고 있죠.’
빛이 잘 드는 독서 공간.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빈티지 데이베드 위에 놓은 머스터드 컬러의 담요는 소사이어티 Society 제품. 그 옆에는 조 함메르보르그 Jo Hammerborg의 플로어 조명을 두었다. 벽에 걸어놓은 니일 하웰스의 그림은 런던의 존 마틴 갤러리 John Martin Gallery에서 구입한 것. 목이 긴 벽 조명은 세르주 무이 Serge Mouille 제품이다.
다이닝룸 벽에 마련한 부엌. 흰색 부엌 가구는 불탑 Bulthaup 제품이며 흰색 인조대리석인 코리안 Corian 소재의 조리대 상판은 건축가가 제작했다. 오븐은 브이 주그 V-Zug 제품. 벽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그림을 걸었다.
욕실 바닥은 회색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건축가는 흰색 인조대리석으로 세면대를 제작했고, 세면대 아래에는 떡갈나무 수납함과 자작나무 합판으로 문을 만들었다. 수전은 볼라 Vola 제품이며 1950년대 이탈리아 호텔에 있었던 거울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PVC 소재의 러그와 수건은 모두 카라반 상브르 19 Caravane Chambre 19에서 구입. 양가죽으로 감싼 스툴은 홈 오투르 뒤 몽드, 흰색 인조대리석 소재의 욕조 ‘노말 Normal’은 아가페 Agape 제품.
경매로 구입한 빈티지 디자인 가구들이 즐비하다. 아르네 야콥센의 ‘앤트 Ant’ 의자, 노만 셔너가 디자인한 암체어,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루이스 폴센의 구리 펜던트 조명 ‘아티초크 Artichoke’,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스틸노보 Stilnovo에서 1950년대에 출시한 플로어 조명 등이 눈에 들어온다. 벽에는 장 피에르 발라의 판화 작품을 걸었고 파이프와 라디에이터는 감추지 않고 눈에 더 잘 띄도록 검은색으로 칠해 멋을 냈다. 흰색 대리석 상판의 원형 테이블 ‘튤립 Tulipe’은 놀 Knoll, 그래픽적인 검은색 볼은 보컨셉 BoConcept, 유리잔과 물병은 세락스 Serax 제품이다. 손으로 염색한 러그 ‘쇼어 Shore’는 세르주 르사주 제품으로 바닥에 회화적인 효과를 더한다. 안쪽에 보이는 린지 아델만의 펜던트 조명은 금속과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 갓으로 만든 것으로, 갤러리 트리오드 Galerie Triode에서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