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커레이터 안 소피 파이유레가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를 동식물로 가득 채운 아늑한 집으로 개조했다. 야생의 삶을 꿈꾸는 집주인 부부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 연출이다.
모두 나무로 제작한 테라스는 자연에 대한 부부의 찬가를 담아낸 공간이다. 컬러풀한 금속 소재의 아웃도어 가구는 AM. PM. 제품. 에드몽 프티 Edmond Petit에서 구입한 나무 벤치는 피에르 프레이의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 맨 꼭대기에 자리한 별다른 매력 없는 150㎡ 규모의 아파트를 생각해보면 자연을 꿈꾸게 할 만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아름다운 동네에 있는 작은 정글을 떠올려보자. 너구리나 장난꾸러기 원숭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그런 정글 말이다. 네 명의 아이를 둔 부부는 야생에 대한 동경을 아름다운 파리 도심에 자리한 이 오래된 집에 구체화했다. 먼저 실내 건축가 시릴 뒤랑 베아르 Cyril Durand Behar는 거실 옆 테라스에 가꾼 정원을 즐기고 싶어했던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원래 있던 통유리창을 다시 디자인했다. 창 크기를 최대한 늘려 확 트인 하늘을 담은 그림처럼 연출했고, 야외 풍경을 실내로 적극 끌어들이는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바닥부터 벽, 천장을 시멘트로 에워싼 후 그 위에 긴 벤치를 놓아 테라스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다음 데커레이터인 안 소피 파이유레 Anne-Sophie Pailleret가 이 집의 변신을 마무리했다. “동물들을 워낙 좋아하고 많은 식물을 키우는 집주인 부부의 취향에 맞췄더니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공간으로 탄생되었죠. 박물관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련되고 시크한 무드를 접목했어요.” 동물이나 식물을 모티프로 디자인된 가구와 오브제를 두어 실내에서도 야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민 것. 그림이 그려진 유리, 금박 장식을 입힌 아주 오래된 나무, 동과 세라믹 소재가 주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가 각 공간에 숨어 있는 동물을 더욱 부각시킨다. 특히 현관을 장식한 박제 동물과 곤충 컬렉션은 여행을 좋아하는 집주인 부부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잎 모양의 앤티크 벽 조명, 메뚜기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암체어, 우아한 풍뎅이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의자 등으로 집 안 곳곳에 야생의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바다색, 군청색, 하늘색, 이끼색, 짙은 녹색 등으로 한층 강조된 이 독특한 분위기는 식물로 가득한 테라스까지 이어지며 야생의 삶을 꿈꾸는 부부의 갈망을 해소해준다. 테라스에서 에트왈 광장 Place de l’Etoile이 내려다보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말이다.
통유리창을 통해 테라스가 한눈에 보이는 거실. 프레임으로 강조한 창가에는 호두나무 벤치를 놓았다. 벤치 시트는 피에르 프레이 Perre Frey의 ‘르 마나슈 Le Manach’로 커버링했으며 그 위에는 데다르 Dedar의 패브릭 쿠션을 올렸다. 공 모양의 반투명 유리 조명이 달린 플로어 조명과 박제 너구리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암체어 ‘아르파Arpa’와 세라믹 소재의 하늘색 사이드 테이블 ‘타임 피스 Time Piece’와 암체어는 모두 세 런던 Se London 제품. 암체어 위에 올려놓은 패브릭 쿠션은 카린 사조 Karin Sajo 제품. 바닥에 깐 러그는 모로소 Moroso 제품.
거실 중앙에 있는 넉넉한 크기의 소파 ‘아르네 Arne’가 공간에 실크 같은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것으로 B&B 이탈리아 제품. 소파를 커버링한 패브릭은 사비나 페이 브랙스톤 Sabina Fay Braxton과 크바드랏 Kvadrat 제품. 벽에 달아놓은 두 개의 잎사귀 벽 조명은 빈티지 제품. 가운데에는 파스칼 보비용의 사진 작품 ‘빌 에티레 Ville etiree’를 걸었다. 오른쪽에 둔 두 개의 암체어 ‘셸 Shell’은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한 것으로 칼 한센&선 Carl Hansen&Son 제품이며 시트와 등받이는 카린 사조와 사비나 페이 브랙스톤의 패브릭으로 교체했다. 마탄 용이 디자인한 소파 테이블 ‘페블 Pebble’은 치나 Cinna 제품. 테이블 위의 세라믹 작품은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이다.
곡선으로 된 벽에는 아르테 Arte의 벽지 ‘헬리오더 스케일 Heliodor Scale’로 마감해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왼쪽 안에 마련한 멀티미디어룸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벽 한 면을 거울로 마감해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인다. 거울 위에 설치한 책장은 상투 Sentou 제품. 파란색 소파 ‘돌로레즈 Do-Lo-Rez’는 론 아라드가 디자인한 것으로 모로소 제품.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코르크 소재의 스툴 ‘코르크 패밀리 Cork Familly’는 비트라 Vitra 제품. 금빛 벽 앞에 놓인 벤치 ‘베르토이아 Bertoia’는 놀 Knoll 제품. 벤치 위에는 여행지에서 구입한 기념품과 제임스 부룩스의 그림들을 세워놓았다. 가죽으로 마감한 ‘드롭 Drop’은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의자로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