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평화롭게

사랑스럽고 평화롭게

사랑스럽고 평화롭게

캐릭터와 파스텔 컬러를 좋아하는 부부의 집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마법 같은 힘이 느껴진다.


1 민트색 스메그 냉장고를 둔 각이 진 구조의 작은 주방. 큰 냉장고를 원치 않았던 부부에게 스메그 냉장고는 디자인과 실용적인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2 컬러 조합이 산뜻한 주방 코너. 부부의 키덜트적인 취향을 엿볼 수 있다. 3 거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의 히터.

 


결혼한 지 3년이 됐고 이제 아기를 가진 한선희 씨의 집은 보드라움 그 자체다. 망원동에 위치한 빌라를 고쳐서 꾸민 부부의 두 번째 집으로 아기자기한 감성이 물씬 풍긴다. 곳곳에 놓인 귀여운 피규어 오브제와 인형, 파스텔 컬러의 인테리어 때문인데 여기에는 아내의 취향이 좀 더 많이 반영돼 있다. 각이 진 주방 한 켠에 놓인 민트색 스메그 냉장고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식재료를 냉장고에 쟁여두고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필요할 때마다 사서 먹고, 김치 같은 것도 조금씩 친정에서 가져다 먹기 때문에 큰 냉장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지금은 아기를 가져서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그전까지는 일리 커피 머신으로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셨어요. 다른 제품에 비해 커피 맛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냉장고와 같은 민트색 일리 커피 머신과 곰돌이 모양의 빙수기, 노란색 전기 주전자가 놓인 주방의 한 코너는 통통 튀는 컬러들의 조합으로 산뜻하다.

주방과 맞닿아 있는 거실에는 TV 대신 오디오를 올려두는 캐비닛과 스트링 선반을 달았다. 캐비닛 위와 선반에도 빈티지 소품과 오브제를 장식해 따뜻한 느낌을 불어넣었다. “집 안에 장식이 많은 편이라 거실에 둘 에어컨을 고를 때 신경을 많이 썼어요. 벽처럼 느껴지는 심플한 디자인을 원했거든요. 에어컨 디자인이 너무 튀면 집 안이 산만해질 것 같아서요. 삼성 무풍 에어컨을 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있는 듯 없는 듯 튀지 않아서 좋아요.” 누워서 TV 보는 것을 즐기는 부부는 TV를 침실에 두었는데 LG 클래식 TV를 서랍장 위에 올려두어 누워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높이를 맞췄다. 침실에도 스트링 선반을 달아서 좋아하는 파스텔 컬러의 소품과 무지의 CD 플레이어도 올려두었다. 방에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CD를 들을 수 있는 이 제품을 애용한다고. 한선희 씨의 집을 보며 일관된 취향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전 하나를 고를 때도 고민과 정성을 더해 무엇 하나 허투루 둔 것이 없을 만큼 애정을 쏟은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사랑스럽고 평화롭게’란 글귀가 이 집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4 거실에는 TV 대신 오디오를 두었다. 오디오는 야마하 TSX-B235 제품으로 나무 소재 캐비닛과 잘 어울린다. 5 침실에 설치한 스트링 선반에는 파스텔 컬러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무지의 벽걸이용 CD 플레이어를 장식했다. 6 심플한 디자인의 에어컨이 놓인 거실의 모습. 에어컨은 가능한 벽처럼 튀지 않는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7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는 거실과 침실 곳곳에 음향 기기를 두었다. 8 침실에 둔 TV. 침대 높이에 맞춰서 서랍장 위에 TV를 올려두어 누워서도 편안하게 TV를 볼 수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병주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령의 집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령의 집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령의 집

윌리엄 해넘과 그의 아내 알리가 살고 있는 영국 남부의 저택 딘 코트는 500년 전에 세워진 수도원이다. 혹자는 유령이 살 거라고 믿을 정도의 세월이다. 고풍스런 앤티크 가구로 채워진 옛 수도원은 세월이 만든 편안함과 모더니티를 두루 갖추고 있다.


회갈색 톤의 침실에 있는 긴 의자는 이 영지의 실제 소유주인 윌리엄의 어머니 것이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사색하기 좋은 자리다.

 

 

입구 홀에 19세기 의자와 조각품이 마치 박물관에서처럼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1725년 조지안 시대 무렵 원래의 수도원에 추가되었다. 벽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 Farrow&Ball의 ‘하드위치 화이트 Hardwich White’.

 

 

8세기에 수도승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저수지로 파놓은 호수는 이 영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 중 하나다. 100년 된 나무들이 이곳을 지배하는 고요함, 세상의 소란과는 거리가 먼 정적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무 장식 패널로 마감된 이 방은 8세기에 만들어졌다. “중세부터 내려온 이 방은 1930년대 분위기로 꾸민 드로잉룸과 대비를 이룹니다”라고 알리가 설명한다.

 

알리 해넘 Ali Hanham은 470년 전부터 딘 코트 Deans Court를 소유해온 남편 윌리엄 William의 해넘 가문 족보를 설명할 때마다 유서 깊은 전통이 어깨를 누르는 무게를 되레 즐긴다.  “수십 개나 되는 근엄한 조상들의 초상화에 둘러싸여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으스스할 수도 있는데, 저처럼 앤티크 딜러 가문에서 자라면 오래된 것이 익숙하답니다. 사실 최악은 제가 이런 걸 정말 좋아한다는 거죠(웃음).” 잉글랜드 남서부 도싯 Dorset의 작은 도시 윔본 Wimborne에서 가장 오래된 이 저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확장되었다. 이곳에 사는 가족의 삶은 현대화의 흐름에 적응해 나갔지만 인테리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응접실의 유리창부터 에이미 숙모의 ‘드로잉룸 Drawing Room’이라 불리는 방에 걸린 곰 박제와 그 위에 매달린 베네치아 샹들리에 그리고 193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침실까지. 예전에는 50개 정도 되는 침실이 이어졌던 이 집을 한 바퀴 돌면 오래된 테디베어 인형이나 해묵은 벽지 한 필쯤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그걸 바라는 사람도 없다. 알리와 ‘열세 번째 준남작’인 남편 윌리엄이 살기 전에는 해넘 가문의 12세대가 이 영지에서 전통을 이어갔고 그들 모두 이곳을 사랑해서 잘 보살펴왔다. 1648년 미국에서 가져온 두 그루의 나무와 채소밭이 있는 정원은 건물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알리 부부가 저택 입구에 오픈한 100% 유기농 카페에서는 이 채소밭에서 나는 농작물을 사용한다.“시부모님이 1970년에 유기농 채소밭을 만들자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이 채소밭은 ‘소일 어소시에이션 Soil Associaiton’에서 100%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집에 채소밭을 만들어 가꾸는 것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유기농법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었어요.” 다른 곳에서의 삶을 생각해본 적 없는 알리는 영지 안에 있는 몇 개의 오두막집을 세놓으려고 여름 내내 수리했다. “언젠가 제 초상화도 다이닝룸 벽에 걸리겠지요. 좋은 화가를 찾아야겠어요. 미래에 그 방에서 식사할 손님들을 오싹하게 만들지 않으려면요.”

www.deanscourt.org

 

 


최근 패로&볼의 ‘블레이저 Blazer’ 페인트를 칠한 다이닝룸의 벽에 수십 개나 되는 조상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조상들이 포슬린 식기에 담긴 세련된 차와 스콘을 대접 받은 손님들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마주 보이는 벽에 걸린 초상화는 네 번째 준남작의 첫 번째 부인이에요”라고 알리가 설명한다.

 

 

 


1868년 이 가족의 문장을 새긴 유리창. 나무 장식널로 마감된 이 방에는 거대한 벽난로가 있는데 집안일을 하는 여자들이 벽난로 위로 올라가 나무판의 먼지를 떨 수 있도록 벽난로의 테두리를 아주 넓게 제작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벵상 티베르 Vincent Thi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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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디자인

매일의 디자인

매일의 디자인

인테리어와 가구, 탐나는 가전제품이 삼위일체인 작지만 아름다운 집. 디자인을 사랑하는 10년 차 부부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1 주방과 거실 사이에 배치한 시스템 선반에는 카페와 오디오 공간이 따로 또 같이 나뉘어 있다. 2 디자인 가구와 가전제품이 어우러져 이 집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고 있는 인스타그래머@bbogaeng의 집.

 

결혼한 지 10년 차 부부의 82㎡의 아파트. 30년 된 아파트의 빛바랜 외관과 달리 이 집의 내부는 재미있고 컬러풀한 소품들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커다란 가구부터 작은 소품은 물론 가구의 배치까지 이 집에 이유 없이 놓여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방에서부터 거실, 베란다가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는 작은 평수를 보다 넓게 사용하기 위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집을 특색 있게 만들어주는 베이스가 된다. 주방에 만든 ‘ㄷ’형 공간과 거실과 주방 사이에 설치한 디터 람스 디자인의 비초에 Vitsoe 시스템 선반은 작지만 알찬 공간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소파 대신 선택한 보라색 LC3 소파와 빈티지 바르셀로나 체어가 놓여 있는 거실과 이웃해 있는 베란다에 있는 임스 라운지 체어는 과거 공항에서 쓰던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지금은 볼 수 없는 레어템이다. 과거의 흔적이 있는 빈티지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안의 색깔이 결정되었고, 이에 맞는 가전을 선택하게 되었다. “가전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이에요. 물론 기능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집에 들여놓았을 때의 조화를 먼저 생각해요. 다행히 우리 둘의 취향이 같아 물건을 고를 때도 상의해서 선택하죠.”

그렇게 하나 둘씩 채워 넣은 가전제품은 튀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래된 애플 컴퓨터의 본체를 TV로 사용하는 것인데, 부부가 합심해서 만든 하나의 작품 같은 것이라고 한다. 빈티지 보스 오디오와 듀얼릿 토스터는 일본 야후옥션과 영국 사이트에서 직구한 것이며 공기청정기는 샤오미, 히터는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의 에코 히터를 사용하고 있다. 상부장을 없앤 대신 오픈 수납형 공간을 만들어 아기자기함을 더한 주방에는 세척력이 좋다는 평을 듣고 구입한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와 하츠에서 구입한 후드가 설치되어 있다. 집 안의 분위기를 망치는 가전이 하나라도 있을 법하지만 이 집만큼은 예외다. 평범한 아파트를 비범하게 채우고 있는 가전제품에서는 결코 값비싼 물건들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결국 집주인의 취향이 공간의 색깔을 만든다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3 수납공간 위를 장식하고 있는 빈티지 보스 오디오. 4 주방과 이웃해 있는 선반에는 주방 가전을 배치해 작은 카페 느낌으로 연출했다. 왼쪽부터 대만산 페이마 커피 그라인더, 10년째 사용하고 있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 브렉시트 때 환율 영향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듀얼릿 토스터. 5 ‘ㄷ’자형으로 개조한 주방에는 하츠에서 구입한 후드와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가 설치되어 있다. 선이 예쁜 바 의자는 황민혁 작가의 작품이다. 6 지인에게 구입한 빈티지 바르셀로나 체어 옆으로 샤오미의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다. 가격 대비 성능, 디자인도 만족스럽다고, 7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에코 히터. 작은 사이즈지만 공간에 훈훈함을 빠르게 전해준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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