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그레이와 장 바도비치가 지중해를 마주한 땅에 지은 바캉스 하우스 빌라 E-1027. 오랫동안 같은 곳에 자리한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에 가려 있는 이 보물은 선구적이고 감각적인 모더니스트 건축물이다.

로크브륀-캅-마르탱 만을 바라보는 빌라 E-1027은 캠핑장과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 바로 아래 자리한다. 이 빌라는 역사적인 건축물로 등록되었다.

바도비치가 특허를 낸 아코디언 창 시스템 덕분에 거실은 바다를 향해 완전히 열린다. “이 시스템을 복원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물보라나 햇빛, 꽃가루가 가구를 상하게 하더라도 작동하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죠.” 앙티드 비앙이 설명했다. 아일린 그레이가 코팅한 패브릭으로 디자인한 암체어 ‘비벤덤 Bibendum’ 역시 오리지널의 리프로덕션이다.

아일린 그레이는 낮은 땅에 마련한 정원에 일광욕실을 만들고 시간에 따라 냉기와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모래를 깔았다. 위층에 설치한 해먹은 석양을 놓칠 수 없는 멋진 전망을 선사한다.
E-1027은 듀오 건축가 아일린 그레이와 장 바도비치가 1926년과 1929년에 걸쳐 로크브륀-캅-마르탱 Roquebrune-Cap-Martin의 지중해를 마주한 곳에 지은 빌라 이름이다. “E는 아일린 Eileen에서 10은 장 Jean의 J에서(알파벳의 열 번째 글자이므로), 2는 바도비치의 B, 7은 그레이의 G에서 가져온 거예요.” 국립기념물센터의 홍보 담당자 엘리자베타 가스파르가 설명했다. 이 집처럼 복잡한 코드는 보기에 심플해서 1930년대 모던 건축의 선언과 같다. 두 건축가가 같이 이 집을 디자인했지만 바도비치만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친구들을 초대하며 사용했다. 모든 것이 엄격하고 냉철한 계산에 기반해서 실내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한 아일랜드 건축가는 각자가 자유롭게 머물 수 있고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세련된 모던 라이프와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를 추구하고자 했다. “개인의 필요에 정말 충실한 건축물이에요. 바도비치에게 가족이 많았다면 이 집은 완전히 달랐을 거예요!” 국립기념물센터의 알프-마리팀 Alpes-Maritimes 지역 담당 행정관인 앙티드 비앙이 설명했다. 땅에 맞춰 만든 테라스, 정남쪽을 향해 살짝 비튼 축, 바다를 향하는 통창, 석양을 놓칠 수 없는 해먹을 갖춘 이 빌라는 1929년의 레퍼런스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최근 리노베이션되었다. 원래 모습으로의 복원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것은 르 코르뷔지에(바도비치가 1937년부터 정기적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초대했고, 그는 그 이후에 옆 땅에 카바농을 지었다)의 벽화다. 이 벽화가 자신의 작업을 왜곡한다고 생각한 아일린 그레이의 의도에 반해 그려진 이 벽화들은 지금까지 보존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이 건축물과 뗄 수 없게 되었다.
*이 빌라와 레투알 L’Etoile 바 Bar, 캠핑장,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을 아우르는 캅 모데른 Cap Moderne 사이트는 예약으로만 방문할 수 있다.
WEB Capmoderne.monumens-nationaux.fr

해양스포츠에 대한 바도비치의 취향과 그레이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면 각자 이 집에서 무엇을 구상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워낙 서로 협력해서 작업했기 때문이다.

필로티에 L자 형태로 세운 빌라 E-1027(평평한 지붕과 긴 통창, 두 층과 지붕을 잇는 나선형 실내 계단을 갖추었다)은 콤팩트하지만 모든 방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지중해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