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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힐스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아티스틱한 쇼룸으로 오픈한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알하데프. 고전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 미감의 아트 퍼니처가 어우러진 완벽한 공간이다.

프리즈 LA 기간 동안 선보인 전시 전경.

컨템포러리 디자인 갤러리 더 퓨처 퍼펙트를 설립한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알하데프.

고전적 미감이 느껴지는 골드윈 하우스 외관.

안목 좋은 컬렉터의 집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글로벌 아티스트들을 이끄는 갤러리스트의 집이라면 더더욱 궁금해질 터. 컨템포러리 디자인 갤러리 ‘더 퓨처 퍼펙트 The Future Perfect’의 설립자 데이비드 알하데프 David Alhadeff는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고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집을 과감하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오픈했다. 데이비드가 2003년 설립한 더 퓨처 퍼펙트는 뉴욕 브루클린의 젊은 디자이너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시작했다.상업적인 판매를 넘어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독점 컬렉션으로 선보이는데, 아티스트 소개 카테고리를 ‘Made By’로 표기하는 점에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피트 하인 이크 PietHein Eek, 린지 아델만 Lindsey Adelman,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Michael Anastassiades, JB 블렁크 JB Blunk 등 50개 이상의 스튜디오와 작가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한국 작가로는 김명진, 김민재, 양승진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의 시작이던 뉴욕에 이어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 전통적 갤러리 방식을 탈피한 아파트먼트 형식의 쇼룸을 열었고, 2022년 로스앤젤레스에 세 번째 쇼룸을 열었다. 단순히 살고 있던 집을 고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거용 쇼룸과 거주할 수 있는 집, 이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구매한 곳이다. 데이비드와 그의 남편, 두 살배기 아들 레오가 함께 사는 집인데 프라이빗 침실을 제외하면 방문객에게 대부분의 공간을 오픈한다. 집을 컨셉트로 꾸민 갤러리도 특별하지만, 컬렉터의 집을 온전히 갤러리로 여는 것은 더욱 드물다. 개인적인 공간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을 열어 구석구석 소개하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즐거움도 컸다.

벽난로 맞은편 다이닝으로 들어가는 입구. 암체어와 사이드 테이블은 크리스 울스턴.

벽난로 타일의 푸른 빛에서 영감을 얻어 계단에는 파란 카펫을 깔고, 계단 중앙에는 칼 쟌의 블루 모빌을 제작해 설치했다.

클래식한 배첼더 타일을 복원한 벽난로. 그 앞으로 크리스 울스턴 Chris Wolston의 빅토리아 샹들리에와 커피 테이블, 에릭 로인스타드 Eric Roinestad의 도자기 작품을 배치했다.

육중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JB 블렁크의 스론 체어 Throne Chair와 사이프러스 Cypress 사이로 이안 콜링스 Ian Collings의 대리석 조각 작품이 보인다.

“약 9m 높이의 울타리를 지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온전히 ‘더 퓨처 퍼펙트’의 세계로 들어오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아트 퍼니처와 리빙이 결합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죠.” 할리우드 힐스에 자리한 이 역사적인 집은 약 720㎡ 규모로,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위엄이 느껴진다. 한때 전설적인 영화제작자 사무엘 골드윈 Samuel Goldwyn이 거주한 곳으로, 골드윈 하우스라 명명했다. 높은 울타리와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면 신고전주의 양식의 클래식한 외관을 마주할 수 있다. 1916년 당시 캘리포니아의 역사적인 하우스들을 만든 건축가 아서 헤이네만 Arthur S. Heineman이 설계한 집이다. 데이비드는 바로 이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이 집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매우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고전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예술 및 디자인 프로그램의 대조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갤러리의 예술가 작품을 맞춤형으로 설치했습니다.” 리노베이션은 공간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벽면에는 JB 블렁크의 Untitled Painting, 1972. 왼쪽은 이안 콜링스의 이너 스페이스 03, 오른쪽은 김민재의 지브롤터 콘솔 Gibraltar Console.

칼 쟌의 모빌 아래에는 데 라 에스파다 De La Espada의 하다 라운지 체어, 제인 얀 데엥 Jane Yang-D’haene의 유니크한 세라믹 아트들을 배치했다.

펜던트 조명은 김민재의 할루키게니아 Hallucigenia, 아래에는 이안 콜링스의 대리석 오브제 이너 스페이스 02.

많은 이들이 내부에 들어섰을 때 ‘거의 손댄 곳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였지만, 실제로는 내부와 외부 모두 많은 작업을 진행했다. 종이로 뒤덮인 전선의 복구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만큼 오래된 공간이었지만, 도전적인 과제를 즐기는지라 그 과정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현관에 자리한 벽난로는 전체 리노베이션의 시작점이 되었다. 회색 페인트로 뒤덮인 바닥을 걷어내니 아름답고 희귀한 배첼더 Batchelder 타일이 숨어 있던 것. 20세기 초 미국 수공예 타일의 푸른빛은 데이비드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블루 톤으로 집의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 벽난로 맞은편에 위치한 계단에는 파란색 카펫을 깔았고, 계단 중앙에는 칼 쟌 Karl Zahn의 푸른 모빌 작품을 걸었다. 이국적인 열대 야자수 무늬의 벽지를 바른 다이닝룸은 데이비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국적인 나무들과 수영장이 있는 골드윈 하우스의 정원. 유니크한 작품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할리우드 집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갤러리를 찾는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위한 게스트 침실.

정원의 백조들은 어텀 케이시 Autumn Casey의 작품.

높은 아치형 창문으로 햇빛이 드는 공간. JB 블렁크와 이사무 노구치, 이안 콜링스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다.

그가 원하던 갤러리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공간이기 때문. 콜렉시옹 파티퀼레르 Collection Particulière, 벤 바버 Ben Barber, 리나 시밀루 Leena Similu 등 맞춤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장이자, 가족 모임과 휴일에도 사용하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집이라면 거실로 사용되었을 공간은 메인 전시관으로서 매 시즌 선보이는 전시 테마에 맞춰 모든 구성요소가 바뀐다. 오직 고전적인 석회벽과 벽난로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또한 침실에는 침대가 놓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도 재미있다. 앞으로도 전시 프로그램과 건축을 통합한 작업을 계획 중이다. 야외 정원과 주방, 현관 등 다양한 공간에 장소 특정적인 설치 작업을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구상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가구를 꼽는 건 불가능해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공간이 변화하는 걸 즐겨요. 이번 전시가 마무리되고 나면 가구와 조명, 오브제들은 물론 벽지까지 모두 바꾸죠. 작품에 꼭 맞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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