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틀을 넘어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집.
와셀로는 삶의 작은 순간까지 세심히 관찰해,
그 흐름을 닮은 맞춤 가구와 공간으로 이야기를 완성한다.

넓은 통창 아래 묵직하게 자리한 다이닝 테이블과 아일랜드는 와셀로에서 디자인과 제작을 했다.

다이닝 테이블 옆에 선 와셀로 이병관 대표.
집은 살아가는 방식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수납 방법, 동선 흐름, 가족 간 관계 등 삶의 디테일은 생각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그런데 우리 가구는 왜 늘 비슷할까? 이 집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경사진 대지 위에 지어진 이 집은 고층 아파트에 익숙했던 가족이 일상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며 시작됐다. 절벽처럼 가파른 땅이었지만 탁 트인 풍경과 빛, 그리고 오롯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들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새로운 삶의 무대가 마련되었고, 그 중심에는 맞춤형 가구 브랜드 와셀로가 있었다.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앞서, 삶의 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를 고민해온 와셀로는 건축 설계 초기부터 참여해 거주자의 생활 방식을 면밀히 관찰했다.

자연석의 느낌을 살리고자 무게감 있는 블랙으로 마감한 주방 아일랜드.

벽면 캐비닛은 아일랜드와 어우러지도록 진한 우드 톤의 무늬목으로 마감했다.

나뭇결이 돋보이는 3.6m 길이의 다이닝 테이블.

수납이 많이 필요한 집주인을 위해 서랍 내부도 꼼꼼히 신경 썼다.

다이닝 테이블 뒤의 작은 아일랜드는 와인과 치즈를 위해 마련한 것. 손님 초대를 자주 하는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
집에서 가장 공들인 공간은 2층, 집의 중심이 되는 주방이다. 가족이 함께 요리하고 대화하며 손님을 맞는 일상은, 단순한 기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설계되어야 할 공간이었다. 처음 방문한 와셀로 쇼룸에서 마주한 자연석 아일랜드는 이집의 방향을 단숨에 정해줬다. “자연 그대로를 실내로 들여놓은 듯했어요. 존재감이 강하지만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점이 인상 깊었죠.” 원래 돌을 좋아한 집주인은 순간, ‘이곳과 함께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입구 정원과 중앙 테라스에는 큼직한 석재가 놓여 있고, 실내에는 작은 자갈을 모아 만든 석정원이 자리한다. 모두 집주인이 손수 가꾼 공간이다. 주방은 그런 감각을 실내로 이어온 공간이다. 그 미감을 함께 공유한 디자이너는 주방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감 있는’ 오브제로 바라봤다. 블랙 세라믹과 짙은 무늬목으로 마감된 주방은 어둡고 단단한 질감을 지니며, 실내에 자연의 깊이를 불어넣는다. 다이닝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쇼룸에서 인상 깊게 본 미팅 테이블을 기억한 디자이너는, 같은 감도의 맞춤형 테이블을 설계했다. “길게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하지만 길이 3.6m에 테이블 다리를 설치하면 앉을 때 옆 사람과 부딪치게 되거든요. 그래서 다리 없이 구조적으로 버티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커다란 축을 활용해 중간 다리 없이 설계된 테이블은, 전면 창 앞에 놓여 앉아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지하층에는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주방을 마련했다. 강렬한 패턴이 돋보이는 벽마감으로 포인트를 줬다.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거실.

자연석을 좋아해 집 내부에도 작은 석정원을 만들었다.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앞에 붙박이 수납장을 만들었다. 답답하지 않도록 바닥을 띄어 변주를 준 것이 특징.

나뭇결이 돋보이는 블랙 우드 소재의 테이블.
와셀로와의 협업은 단순히 가구 제작을 넘어, 집의 구조와 흐름을 함께 설계해가는 일이었다. “저 최대한 괴롭혀주세요. 그래야 좋은 가구가 나옵니다.” 이병관 대표가 말했다. 그는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안엔 고객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겠다는 브랜드의 태도가 담겨 있다. 한 개였던 아일랜드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와인과 치즈를 즐길 수 있는 보조 아일랜드가 추가되며 둘로 늘었고, 이에 따라 동선과 수납 구조도 새롭게 설계되었다. 특히 건축 현장은 변수가 많은데 와셀로는 초기 설계를 고집하기보다 오히려 과감하게 돌출을 선택했고, 벽과 일체형으로 숨기기보다 가구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했다. 이런 유연한 반응은 이들이 말하는 ‘맞춤’ 철학과도 닿아 있다. 맞춤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그들은 늘 고민한다. 단순히 사이즈나 형태 조절을 넘어서 사용자가 느끼는 감각까지 정밀하게 조율하는 것. 이 집에서도 ‘따뜻하다’, ‘붉다’ 등 추상적인 감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마감 샘플을 현장에서 비교했고, 원하는 감도를 위해 착색 무늬목을 맞춤 제작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는 디테일이지만, 와셀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자체 기술력과 미감의 기준을 갖추고 있다. 와셀로와 나눈 대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구를 단순한 ‘물건’이 아닌 공간의 일부로 바라보는 태도였다. 설계 초기부터 함께하며, 거주자의 삶을 바탕으로 공간을 조율해나가는 일. 비워진 공간에 가구를 채우는 것이 아닌, 삶에 맞는 공간 자체를 다시 그리는 일. 이 집은 바로 그런 철학의 결과다.

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 그 자체가 작품인 집. 욕실과 침실에도 벽면을 모두 통창으로 설계해 사계절 내내 푸른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밝은 무늬목을 사용해 단정한 미감으로 완성한 딸의 욕실.

천창을 뚫어 자연광이 드는 게스트 욕실.

커다란 돌이 아정적인 입구정원.

메인 주방과 달리 밝은 우드 톤으로 마감한 1층 주방.

높은 층고 아래 단정한 맞춤형 캐비닛으로 마감한 침실.
WACELLO
와셀로는 2014년 설립된 맞춤 가구 브랜드로, 단순히 빌트인 가구 제작을 넘어 ‘공간을 해석하는 디자인 그룹’을 지향한다. 이병관 대표는 대기업 가구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매뉴얼을 넘어 섬세한 제작 방식을 실현하고자 설립했다. 설계 초기부터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공간 구조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 시스템과 차별화된 맞춤형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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